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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농한기 스스로 일거리 만들어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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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두슴 서병철
등록일
2007-12-19 17:02:59
조회수
8671
겨울 농한기 농촌마을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모습


나를 키운 전부는 내 어린 시절의 바람과 달빛이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은 지금보다 더 맛있고 멋있고 아름다웠다. 과거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현재가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꺼내주는 마술 보따리다. 온 몸을 쿵 울려주는 말이다.

내 고향 전북 진안군 주천면 대불리 진등(장등)마을에는 그 시절의 찬동이, 동진이, 경남이가 지금도 부모님 잘 모시고 부지런하게 살고 있다. 지금 다 어른이 되었고 잠시 생각하면 쉬 또래로 모여 언제든 추억으로 갈 수 있다. 지금 나는 잔잔하게 웃고 있다. 그 속 정겨운 풍경하나 쏠쏠하게 맛있는 안주꺼리가 될 만한 것이 이때 쯤 생각난다.

그 보따리의 첫머리는 이렇다. 겨울이면 장날에 어머니가 콩 불려 갈아오면 큰 소죽솥 잘 씻어서 장박불 지피고 비리지근한 손 두부를 만들어 먹던 정겨움을 생각한다. 마을 어른들과 이웃이 막둥이 뜀박질 보다 앞서 들어오시고 겨울 한낮 고신 볕에 고드름 녹아떨어지던 깡마른 마루가 그 바람에 제법 사람 엉덩이 덕도 보고 시끌벅적하였다. 흰 사발에 간장이 가득 부어져 내오고 제법 익은 김장김치가 독을 넘어 도마에 누웠다가 금세 비켜 자리를 잡으면 골뜸 경원네 언 술독을 넘실넘실 넘어 자근자근 신작로를 걸어온 막걸리 주전자가 고개를 두어 번 치켜들어 거들면 그 맛난 두부가 입속에서 녹아난다.

그 마을이 지금 그렇게 시끌벅적 할 까? 보건복지부의 자료를 들먹이지 않아도 겨울 농한기 시골마을에는 없는 것이 참 많다. 정겨움이 없고 활기가 없다. 그래서 아마 이런 것이 필요할 것이다. 마을경로당 활성화사업! 그 중 우수사례로 울산광역시의 노인자원봉사 운영과 전남 여수시는 경로당 신증·축 예산을 노인 일자리사업예산으로 전환하여 경로당 이용 노인 80여명에게 환경개선 및 교통정리 등 일자리 제공한 것과 전남 고흥의 짚공예품 제작 등으로 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마음 훈훈하여 요즘 우리 진등마을의 어르신들 이야기를 하나 보태볼까 한다.

작년에 이어 내가 올해에도 기다리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그 시끌벅적한 시골의 풍경!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공동으로 손 두부 만드는 일』을 벌이는 우리 마을의 모습이다. 아마 상상해보면 별 쓸 만한 말없이 그저 마주 앉아서 화투짝에 하루를 보내던 겨울 농한기, 몇몇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의견을 모아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도 마을에 사람 많고 잔치도 많아 제법 바쁘게 살던 시절에 집집마다 손수 두부를 만들어 먹던 소중한 기술을 겨울 농한기에 활용하여 돈도 벌고 좋은 일도 하자는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작년(2006)에 추수를 끝낸 10월에 시작을 하여 농사를 시작하기 전인 이듬에 2월까지 5개월 약 십여 명이 두부를 만들어 상당한? 이익을 창출했다고 한다. 이익보다는 더 중요한 것은 일에 대한 즐거움과 움직임으로 건강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아래 윗 마을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와 팔아준 분들에게 먼저 고맙다고 입을 모았다. 아마 맛보다는 옛날의 사람 사는 분위기와 정이 더 그리웠을 것이라고 그 맛의 비결을 소박함으로 낮추고 이익금의 일부를 이웃을 위해 쓰려고 모아놓았다.

올해도 시작을 했다고 한다. 12월에 열 분이 시작했으니 조금 늦었지만 바로 그 분위기와 맛을 위해 그리고 마을의 건강을 위해 공동체의 건강을 위해 참 좋은 일이다. 바로 그 일거리가 마을 사람들이 한곳에 모일 수 있게 만들었고 그 과정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삭이고 격려하고 견주고 때로는 도전하는 대화와 소통의 공간을 되었을 것이다.

이쯤해서 조금 따분한 이야기 좀 하면 좋을 듯하다. 인간안보와 공동체성의 회복을 실현하는 자원봉사! 바두슴(서병철)이 생각하는 자원봉사의 키워드 중 공동체성은 구성원 간에 평판을 공유하고, 상호교류적인 기억시스템(Transaction Memory)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사소한 것을 나누고(Spare Good) 이웃에 헌신하는 평균인간성을 지향한다.

위의 예에서 보듯 요즘 지자체 별로 농·산·어촌을 위해 다양하게 사업을 기획하여 일거리도 만들고 노인을 위한 서비스도 개선하기위해 노력한다. 이 시점에서 생각 할 것이 하나 있다. 그 사업들이 기획단계에서 얼마나 지역사회의 욕구를 반영하고 수요적합하게 기획 되었는가? 진행과정에 구체적 참여(Full Participation)의 공간과 시간은 확보가능하고 얼마나 지속적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자발적으로 의견을 내고 필요한 집기 목록을 작성하여 구입하고 진행을 위해 구체적으로 인원을 배분하고 순번을 정하여 골고루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그 이익금의 일부는 이웃을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에서 배울 것이 있지 않을까? 공동체 일거리 팀의 평균연령은 75세다. 가장 나이가 적은 분이 73, 그 분들 중 가장 어른이 78세 . 거창하게 기획하고 준비하는 노인정책의 아이디어가 될 만하다. 충분하다 이정도면. 더불어 그 속에 자원봉사의 키워드가 다 함축되어 있다.

올 겨울 진등마을의 소위 바두슴이 이름 지은 공동체일거리『진등마을 손 두부 만들기 』가 마을 사람들의 마음과 몸을 잘 이어주고 소통시켜주는 밭과 논과 사랑방의 역할을 했으면 한다. 더 바란다면 맛과 분위기, 그리운 분들이 어린 시절의 바람에 담긴 추억으로 가는 마술보따리 역할이 되었으면 한다.
언제 그곳에 지나가시거든 잠깐 들러 그 두부를 맛보시길 바랍니다.
대불리 진등 마을회관 063-432-1661
2007.12.19 오후, 마음과 몸과 생명을 살리는 명상센터 :숨: 원장 바두슴 합장

편집장 님께: 참고로 이글은 진안군청 홈피에도 올린내용입니다.
사진을 필요하시면 취재를 나가시면 훈훈한 이야깃 거리가 될 듯하네요.
바두슴 011-674-9420
작성일:2007-12-19 17:02:59 59.1.7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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