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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옳은것인가? 에 대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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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장산인
등록일
2010-08-26 11:34:20
조회수
7339
티찌아노 테르짜니는 1972년부터 97년까지 독일의 세계적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특파원으로 싱가포르 홍콩 베이징 도쿄 뉴델리에 주재하면서 아시아의 격동적인 현장을 누볐다. 베트남전쟁,캄보디아 내전,중국 문화혁명 이후의 중국 등 20세기 아시아의 역사를 온 몸으로 살아낸 위대한 기자였다. 기자생활을 그만둔 뒤에는 한동안 히말라야에 들어가 은둔자로서 영성수련을 했다. 암으로 죽음을 앞둔 그가 아들 폴코와 나눈 대화록 < 네 마음껏 살아라>를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삶에 대한 통찰을 다룬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인상을 받은 부분은 객관성,즉 팩트(fact)에 대한 그의 성찰이다. 기자라는 직업 때문일 것이다. 객관성은 기자에게 생명과도 같지만 그 객관성이란 게 어디까지 의미가 있는지를 그는 가르쳐 준다.

그는 아들에게 자신이 얘기한 내용 중 연도, 장소가 정확한 지 확인해 줄 것을 당부한다. "오류를 잡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신뢰성이 떨어지니까. 내가 쓴 책이 제대로 대접 받으려면 모든 걸 철저히 검증해야 지.항상"
그렇지만 오랜 동안 격동의 현장에서 취재를 하면서 팩트에 매달렸던 그가 내린 결론은 겉으로 드러나는 팩트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팩트에서 답을 찾을 수는 없어. 답은 훨씬 깊은 차원에, 역사와 문화 속에 있는거야."
진리를 추구하는 기자로서 객관성이 지닌 허구성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광장에 방치된 채 죽어가는 크메르루즈 전사를 보고 위험에 처한 살인자를 도와주는 것이 과연 객관적으로 옳은 일인가? 잠시 고민하던 그는 '옳은 길'을 택하는 것이 맞다고 결론 내리고 그들을 들쳐업고 적십자사 응급구호센터로 옮긴다.그런 식으로 그는 살인자들을 꽤 구했다.
그가 한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런 상황에서 객관성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그 사건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삶에서 항상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선택이 요구된다는 것을 보여주지."
일을 하다보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저런 이해관계가 얽혀 자칫 가치 판단이 흐려지기도 한다. 그럴 때엔 보편적 가치 기준에서 '무엇이 옳은가?'를 곰곰히 생각하면 답은 금새 나온다. 내 눈앞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의' 를 위해 옳은 방향으로 가면 된다. 그게 바른 삶을 사는 길이다.

이 책에는 그밖에도 마음 속에 새겨둘 만한 귀절들이 많이 나온다.
내가 밑줄 그은 귀절들을 옮기면..
/기자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다면적 지식을 쌓는 것이다. 특히 역사와 경제가 중요하다. 그런 것은 스스로 노력해서 배우는 수밖에 없다.../
/ 난 독자들에게 그들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냄새맡을 수 없는 것을 대신 전해 주고 싶었어./
/ 알고자 하면 그곳에 길이 있다./
/ 중국에서 체포됐을 때 나는 스스로 다짐했지.'권력? 마음대로 하세요. 난 쓰고 싶은대로 쓸 겁니다.'이렇게 진실에 대한 발언을 신성한 권리라고 생각하면 엄청난 힘이 나오지./
/ 같은 시간을 산다고 해서 다 같은 세계를 살고 있는 건 아니다./
/ 내버려라. 내버려. 네가 아는 모든 것을 내버려.빈손으로 서 있는 걸 두려워 하지 마라. 없음이야말로 결국에는 너에게 버팀목이 되는 것이니까./

기자란..
끝없이 다방면의 지식을 쌓아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현장성 있는 진솔한 기사를 쓰며, 호기심을 버리지 말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며,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허튼 선입견을 갖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옳은 길을 가야 한다.

서울신문 함혜리님 블로그에서 ....
작성일:2010-08-26 11:34:20 211.230.2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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