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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축제의 성공을 위한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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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영
등록일
2007-09-08 10:18:13
조회수
5574
축제는 일단 주제가 선명해야 성공한다.

축제란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를 말합니다.
우리나라도 예로부터 한가위라든가 설 등 명절은 물론 정월대보름, 사월초파일, 단오절 등 세시풍속에 따른 축제가 있었습니다.

이런 축제들은 우리민족 전체가 공유하는 축제이고, 지방마다 따로 전래해오든 축제도 있었습니다. 별신굿, 용왕제, 당산제 등 온 마을단위로 치러지는 제축적(祭祝的) 성격이 강한 놀이판이었습니다.

그러나 근대화, 산업화되어 가며 마을공동체가 무너져 가자 이런 마을단위의 축제들도 사라져 갔거나 사라져 갈 위기에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문화적 자산이 대가 끊길 위기에 처하자 정부에서도 몇몇 별신제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등 이를 보호 육성하기 위한 차원에서의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지방화 시대를 맞아 지방자치단체들은 자기 고장을 외부에 알리고, 이를 동력으로 지역발전을 이루고자 가지가지 축제를 채택함으로써 지금 우리나라는 가히 지방축제의 러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역축제의 거의 대부분이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는커녕 아까운 지방비만 축내고, 축제관련 공직자들과 여기에 동원되는 주민들만 피곤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실패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참여하여 즐기는 축제가 아니라 보여주는 축제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관중동원을 염두에 두고 인기연예인들을 초청한다거나 외부의 공연단체나 불러오는 둥 축제의 본 목적과는 상관없는 행사위주의 진행으로 흐르고 마니 축제가 성공할 리 없습니다.

다음 이유는 축제의 기획목적이 지나치게 장삿속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지역축제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자기 고장의 물건팔기에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니 뉘라서 거기에 호감을 갖겠습니까?

누구라도 남의 지역 물건 팔아주기 위하여 축제를 찾아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건 또 축제의 본령도 아닙니다.

축제란 같이 즐기고 노는 마당입니다. 그 놀이판이 신명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거고 많은 사람들이 찾다보면 자연히 그 지방에 떨어지는 경제적 부가가치도 있을 것입니다.

지역축제는 일단 주제가 선명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 주제는 그 지방만의 역사, 전설, 전통행사, 인물, 경관, 특산물 등에서 선택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 진안군은 산업에 아무런 특징도 없고 비전도 없습니다. 비전을 만들어내고 싶어도 산업구조, 인구, 주민들의 의식구조 등 그 기반이 너무 취약합니다. 이런 취약한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조건이 우월한 지방에서조차 번번이 실패한 지역축제를 어떻게 성공해낼 수 있겠습니까?

어떤 분은 우리가 특산물로 삼고 싶은 인삼, 또는 홍삼과 한방으로 축제의 주제로 삼자고 합니다. 이는 진안군이 홍삼한방특구로 지정되었으니 일단 명분은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현대인들의 의식 패턴은 1등에만 관심을 보일뿐 2등, 3등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따라서 성공한 축제를 벤치마킹한 축제는 모두 실패했습니다.

인삼축제는 인접 금산군에서 이미 하고 있는 축제입니다. 그것도 막강한 인프라와 자금력을 자랑하며 매머드 급의 이벤트를 소화해 내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홍삼관련 이벤트도 있습니다.

우리들은 홍삼, 홍삼하지만 외지인들은 굳이 인삼과 홍삼을 구분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형편에 우리가 홍삼을 축제의 주제로 내세운다면 외지인들이 우리를 뭐라 평가하겠습니까?

한방축제는 경남 산청군에서 이미 하고 있는 축제인데, 산청군은 진안군에 비하여 한방관련 산업이나 인프라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앞서 있습니다만 그 축제는 나열식축제의 전형으로 성공한 축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산청군이 이럴진대 진안군이 그걸 따라한들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한편 흔히들 진안군은 개발이 덜되어 상대적으로 깨끗한 자연을 보존하고 있으므로 청정자연을 주제로 하여 요즘 세간의 관심사인 ‘웰빙’을 접목하자는 의견이 상당수 대두됩니다.

좋은 의견입니다. 그런데 지역축제는 그 지역에 맞도록 ‘특화’가 되어야 세인의 관심을 끌 수가 있고, 성공할 수도 있지 특화가 되지 않는다면 실패는 보장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전체 70%가량이 산지입니다. 우리나라의 서부 평야지대를 제외하면 거의 산악지대인 셈입니다. 따라서 산악지방에서는 저마다 청정자연과 웰빙을 외치고 있습니다. 즉 천정자연과 웰빙은 진안만의 고유명사로 삼을 수 없는 보통명사라는 얘기입니다.

남들이 이미 공유하고 있는 주제를 ‘우리만의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성패를 떠나서 어쩐지 낯간지러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처럼 축제의 주제를 선택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현실을 직시해야만이 성공할 수 있는 길도 보일 것입니다.(계속)
작성일:2007-09-08 10:18:13 125.139.8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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