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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산 김 상 영언여인 찾아와 물으면멀리 떠났다고 전해주오아무말 없드냐고 물으면가만히 고개만 끄덕여주오그 여인 눈에 눈물 고이면그도 눈물 고였다고 전해주오/2018진안문협 시화전 마이산의 가을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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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9.01.2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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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만 영깊은 산골 맑은물골 따라 졸졸 내리고오솔길 숲속 풀밭 작은 옹달샘 거울 하나어느 누가 이곳에 숨겨 두었는지봄, 여름, 가을, 겨울철따라 바뀌는 그 모습 보고 싶어풀숲 숨겨둔 거울로 비추어 보았다.동그란 옹달샘 거울은하늘 높이 떠가는 구름도멀리 무지개도 걸려 아름다움을 비추고보고 또 봐도 나뭇가지에즐겨 노니는 새들도 날으는 그 모습을물속의 거울로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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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9.01.1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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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 박희종비온 뒤 산자락을 휘감으며 흐르는 저 구름따라 끝없는 방황을 해볼까좋은 노래 몇곡 틀어놓고 반복해 들으며흘러가는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볼까장독대에 앉아있는 항아리 속으로 들어가어머니의 탯줄 냄새를 맡아볼까마루에 벌렁누워 대들보를 쳐다보며사공을 초월한 상념풀사를 해 볼까신문을 펼쳐놓고 요지경 속을 들여다보며사람이 돌고 세상이 도는 꼬락서니나 볼까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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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9.01.0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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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전 덕 기다른 이가 버린 시간을주워서 산다다른 이가 비운 공간을이어서 산다무수히 버리고 비운 시공을줍고 이어 놓으니싹 트고 잎도 돋고 꽃도 피워사랑의 열매로다사랑은 구실에이끌리지 않는 것사랑은 구실로버려지지 않는 것사랑은 버려진 것을 줍고비워진 것을 잇는 힘사랑은 인정하고 용서하고 기다리는 그리고진정 오래 참는 자의 것/2018진안문협 시화전 마이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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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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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필 종청초하고 선연한 속살이파리 고랑마다푸른 그리움 아스라한데흙으로 적멸(寂滅)하는생애의 징검다리뚝뚝 떨어지는 아픔에도밷어 내리는 힘 억세구나보릿고개 몽당 숟가락어머니의 자비새벽이슬, 산골바람에 일렁이는전설의 그 꽃어느덧 저녁노을에 별이 된다/2018진안문협 시화전 마이산의 가을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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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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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덕 임귀촌 8년, 흙과 물의 소중함을 알고노동의 댓가, 수확의 즐거움을 알았다.나도 텃밭 주인이다!콩밭에 열무 심어 먹는 호미공주다.진안장 상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텃밭농사의 우등생이다.나도 꽃밭 주인이다.묘목 사가는 사람이 부러웠는데진안 정원의 주인이다.나도 된장 담아 먹는다!떡잎부터 함께한 콩으로 메주 띄워된장을 만들겠다던 꿈도 진안에서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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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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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팔 복새 달력을 건다메모 하나 없어 빈 노트 같다.하루가 가고 또 가면평범한 날들로 흔적이 쌓인다.작은 소망을 그려 넣는다.가족의 건강과 무지갯빛 행복도 빈다.일상은 체 바퀴처럼 돌아가고말 없는 세월은 항상 게으른 나를 탓한다.정답 없는 인생살이마음은 언제나 빈 둥지처럼 허전하다.세월은 쏜살같이 흐르고미완의 삶은 언제나 세월 속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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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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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용 미곡선이면 어떤가.요철이 필요한 때도 있는 것을.내게 주어진 축복과 느끼는 환희에무조건 감사하기로 했다.그날도 35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매미 소리 유난히 크게 들리는한여름의 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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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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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호알게 된 순간부터길을 가는 데도밥을 먹는 데도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하는 데도시간은 안 가고가슴만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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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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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 황홀한 에메랄드 빛깔한 세계가장엄하게 지고 있다하늘이하늘에서 빠져나가고 다만아름다운 정체만 흔적하며천지에 설렘의 가슴들 인생 마감의 영혼이전신으로 빛나고어둠이 몰려오기 전쏴하니 온몸이 홍옥처럼 붉어그 어드메 맑고 고운 늪에 젖을까2018 진안문인협회 시화전<마이산의 가을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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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3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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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생각을 잊을까봐꽃 피우고 피우는가보리물결 치닷는 찔레꽃 언덕말대신 풀꽃반지를 끼우며네게 무엇인가 되고 싶었던 연정의 밑그림이그게 사랑이었나 봐찔레야 아직도 그리움이 삭지 않은우리는 누구였나생각나는 사람 하나 있으면 행복인 걸꽃은 져도 봄은 지지 않는 것을2018 진안문인협회 시화전<마이산의 가을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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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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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관쓸쓸한 시간을 위해기대서는 작은창우표 안의 작은 새도뺨을 붉혀우는데바람은 귀 댄 영혼을후려치고갑니다 이 시와는 내용이 좀 먼 이야기지만 많은 사람들의 편지 속에는 숨은 사연이 많으리라.나는 편지 한 통 때문에 백리길을 단숨에 달려봤고, 46년의 세월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사랑의 편지는 한장일지 모르지만 내용은 두툼하다. 그 두툼한 편지를 가슴깊이 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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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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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명 란찢어진 내 청바지에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그러면 내게도 꽃들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활짝 핀 꽃대 위에 달콤한 비가 내릴 것이다개구리는 지천에서 베이스 톤으로 울로장대비는 꽃들을 흠뻑 적시고 짱짱히 일어설 것이다돌담을 붙잡고 일어서는 담쟁이처럼나도 장대비를 붙들고 비를 따라 일어설 것이다건조한 목구멍을 비에 촉촉 적시며아직 눈뜨지 못한 새끼들을 오글오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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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8.10.0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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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1988~ )쌀을 씻다가창밖을 봤다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옛날 일이다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아침에는아침을 먹고밤에는 눈을 감았다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현실에도 없는 '무화과 숲'을 따라간다. 숲으로 들어간 그 사람은 그곳을 좋아했을까? 아니다 그 사람은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현실에도 없는 사랑의 장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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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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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욱(1969~ )철탑을 타고 오르는 칡넝쿨끝이 보이지 않는다자신이 무모한 줄 모르고고압에 닿을 때까지사력을 다해 기어오른다사랑을 위한 등정이라면말리고 싶다저긴, 너무 위험한 길이다꽃을 피우기 위해 몇 볼트의 벼락이 필요할까뿌리에서 멀어져더 아찔한,칡꽃 뿌리에서 멀어져 더 "아찔한 꽃"이 있다니 가슴을 아리게 한다. 위대한 이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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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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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1945~ )마당을 쓸었습니다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마음속에 시 하나 싹 텄습니다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아름다워졌습니다.1989년 10월22일에 쓴 시다.20여년이 지났어도 마당을 쓰는 일로 세상 구석구석이 깨끗해지고, 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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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8.09.1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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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주여, 때가 왔습니다.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해주시고이틀만 더 남국의 날을 베푸시어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진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않습니다.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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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8.09.0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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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1970~ )세상의 절반은 붉은 모래나머지는 물세상의 절반은 사랑나머지는 슬픔붉은 물이 스민다모래 속으로, 너의 속으로세상의 절반은 삶나머지는 노래세상의 절반은 죽은 은빛 갈대나머지는 웃자라는 은빛 갈대세상의 절반은 노래나머지는 안 들리는 노래 세상의 만족이란 한이 없는것. 세상 절반의 만족으로 자리잡으면서 한걸음 걷는다. 세상 절반이 내가 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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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8.08.27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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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현 국소낙비 쏟아지네실개천 데리고실개천 쏟아지자 멀쩡하네소낙비 쏟아지네내 어머니 데리고내 어머니 쏟아지자 멀쩡하네멀쩡한 저 하늘 밭이랑 좀 봐저 하늘 무지개 곱기도 하지 사람의 지문을 헤아려보니 숨어있는 소낙비가 있었다. 삶의 한편에 궂긴날과 맑은날, 평화로움과 비통함이 새겨져 있는 걸, 어떻하나. 김영훈이 말한 '생각 줍기처럼'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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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8.08.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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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삼(1943~)누가 승강기 안에다 똥을 눴다똥 덩어리가 내 주먹보다 더 컸다경비실에 가서 이야기했더니 경비 아저씨가 똥을 치웠더니나중에 보니 똥은 보이지 않고 대신에승강기 안 게시판에 쪽지 하나가 붙어 있었다 -경비실에서 알립니다-오늘 어느 분이 승강기 안에다 누렇게 잘 익은 똥 한 덩어리를 빠뜨리고 그냥 내리셨는데, 경비실에서 잘 보관하고 있으니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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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8.08.13 1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