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려 촉촉해진 산길로 부귀면 황금리 가치마을 김옥선(67) 이장을 찾아갔다. 김 이장은 이곳이 고향은 아니다. 같은 면 하거석마을에서 열두 살 때 부모님을 따라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우리 마을은 해발 470m 정도 됩니다. 밑에 마을보다 지대가 꽤 높아 상당히 춥습니다. 눈 오면 버스가 끊겨 잠시 불편하긴 해도 공기 좋고
바쁘게 피어나는 꽃 따라 우리 일도 그렇게 이어지는 어느 날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수수료는 얼마나 드리면 되는지……" 말끝을 흐리는 여직원. 관할부처 최고의 장이 방문하는데 우리의 근무지를 찾을 테니 안내를 부탁한다며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중에 나온 말이다. 쿡 터지는 웃음을 참으며 "수수료는 없으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우리는 지난 세기에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빠른 도시화로 많은 분들이 농촌을 떠났다. 머리에 짐 보따리 이고 아이들 손잡고 떠났다. 그리고는 고향의 부모님이나 친지가 있어도 일년에 몇 번 명절 때나 찾아오는 고향이 되었다. 용담댐 건설로 마을이 송두리째 없어진 분들은 그나마도 찾기 힘든 진안이 되었다. 7~80년대에 도시로 나간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생략)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한편의 시, 향수. 한 폭의 그림 같은 이 시는 명절 귀성길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산업화에 따른 이농현상으로 생계를 위해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세대들에게 말 그대
나만의 예술상상 수업 중 이었다. "생각을 깊이 있고 끈질기게, 가볍고 위트 넘치게" 진안군청소년수련관 '데미샘 학교'는 개인마다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놀면서 자아를 찾아갈 수 있도록 수업한다. 아이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었다. 그 중 정진웅 교사를 장난꾸러기, 이규홍 교사는 착하
구한말 일본과의 각축 속에 조선에 진주했던 청나라 이홍장(李鴻章)의 막료 원세개(袁世凱)는 뛰어난 인물이었다. 청말 서구 열강이 각축하는 어지러운 중국의 국내 상황에서 그는 군사적으로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하여 내각총리대신에 이어 중화민국 초대 총통(總統, 대통령)에 오르게 된다. 그러자 그의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인사 청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그런
"좋은 고추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영양제를 직접 만들어 씁니다. 깻묵을 1년 숙성시킨 후 요소비료와 몇 가지 재료를 더 첨가하면 좋은 고추영양제가 됩니다." 진안 고추왕 신현국(62) 이장의 말이다. 지금은 사라진 진안 고추왕에 당당히 3번이나 선발된 신 이장은 나름의 고추재배 비결을 말해 주었으나 구체적인 설명은 삼갔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5월 5일 용담면민의 장 수상자로는 장뇌삼 선도농가로 젊은 농업인의 표본이 된 유영봉(39)씨가 산업상을 수상했다. 효부상에는 당뇨 등 합병증인 남편을 수년간 수발한 김복순(55)씨와 13년간의 투병생활을 하다 올 4월 사망한 남편을 지켜온 송금순(70)씨에게로 돌아갔다. 5월 8일 부귀면민의 날 행사에서는 공익장 등 총 4개 부문 시상이 있었다. 공익장은
'어린이날 큰 잔치'가 열린 지난 5일, 공설운동장 한편엔 200원하는 중고 책이 널려있다. 혼자 책을 고르고 있는 신규종(48)씨에게 가족소개를 부탁했다. 진안읍 주공아파트에 살고 있는 신씨의 가족은 아내 정주애(40)씨와 신하은(15), 신하림(11), 신하경(9)양이었다. 아이들은 쑥스러운지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평소에는 학원 강사인 부모님 덕분에
우리는 흔히 새가 내는 소리를 운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그것을 노래한다고 표현한다며 이것이 동서양의 정서의 차이라고 가르쳤던 선생님이 계셨다. 그 정서의 차이는 역사의 차이에서 비롯되며 그 역사는 안타깝게도 삶의 빈부 격차를 바탕에 깔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기억나는데 요즈음 우리 곁에 사는 새들은 누가 뭐래도 노래를 부른다. 여간 무신경한 사람이
진안지역에 유일했던 동부병원이 문을 닫은 지도 꽤 되었다. 진안군은 군민들의 의료서비스 확보를 위해 골치를 썩이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인근 시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립의료원'은 막대한 지방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의료서비스가 시원치 않아 주민들로부터도 그리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의료서비스는 의료장비의 우열에서
4월 25일 안천면민의 날 기념식에서는 애향장과 효열장 수상자에 대한 시상이 이루어졌다. 안천면은 고향을 떠나 살면서 약 20년 동안 익명으로 물품을 기탁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성영수(65·경남 양산)씨에게 애향장을 수여했다. 학업을 하면서 할아버지를 봉양한 김아슬(15·안천면 노성)양은 효열장을 수상했다. 읍민의 장 시상식에서
우리군 자원봉사센터(이하 자봉센터) 김태현(44) 센터장이 다시 무거운 책임을 맡게 됐다. 지난 2년간 무보수 명예직인 자원봉사센터장으로 활동했던 김태현 센터장은 그간의 활동을 인정받아 제4대 센터장으로 재임됐다. "다시금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기쁘게 생각합니다. 봉사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시작한 활동이지만, 하다 보니 제가 기쁘고 행
책 한 권을 읽는데 무려 보름 남짓이 걸렸다. 읽다가 덮고 한참을 생각하고, 또 읽다가 덮고 한참을 분노하고. 많이 불편했다. 마음이.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려야 하는가? 유엔 특별 식량조사관을 지낸 장 지글러가 탐욕의 시대를 향해 던지는 질문이다. 책의 제목도 그래서 탐욕의 시대다. (탐욕의 시대, 장 지글러 지음, 갈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가운데 재보선이 끝났다. 그렇다고 해서 야당이 승리한 것도 아니다. 경주에서는 친 박근혜계로 알려진 무소속 후보가, 우리의 관심을 끌었던 전주에서는 이른바 정동영과 신건의 무소속 연대가 승리를 거두었다. 이게 우리 국민들의 민주주의 수준일까? 인류가 발견한 정치제도 중 그런대로 우수하다는 민주주의지만 진선진미한 것만은 아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미안해요." 베네시아 주모아드(38). 상기된 얼굴로 어디에 앉아야 하느냐고 묻는다. 뷰파인더로 그녀의 얼굴에 초점을 잡자, "긴장된다."라'고 한국말로 또박또박 말한다. 필리핀에서 건너와 타국에서 12년을 살아왔다. 최근 동향면 여성 자율방범대에 가입해 밤이면 마을 여기저기를 순찰한다. △필리핀을
한해 농사로 분주함이 더해지는 4월 중순이다. 산암정수장으로 유명한 진안읍 반월리 산암마을 박봉열(61) 이장 또한 농사에 여념이 없었다. 부친께서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열여덟의 나이에 인삼 농사를 이어받아 시작했다는 박 이장. 지금이야 자기자본으로 규모 있는 인삼농사를 짓고 있지만 예전에는 농협에서 빚내 자재를 구입하는 등 너무나 열악한 상황이었다. 올
제6회 전라북도·시·군 청원경찰 한마음 가족체육대회를 이끈 우태희(54) 진안군 청원경찰 친목협의회장을 만났다. 청원경찰이 어떤 직업인지가 궁금했다. "저희는 관공서의 시설물 관리와 경비 업무를 담당합니다. 분기별로 사격과 호신술 등 경찰서를 통해 직무교육을 받고 효과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찍!" 개구리가 오줌 내깔기며 뛰던 논두렁이 그립다. 어린 시절과 개구리, 추억을 더듬어 본다. 여름철 논두렁 위를 걷다보면 개구리를 많이 볼 수 있다. 논두렁에 앉아 있던 개구리가 사람이 다가가면 논물 속으로 뛰어든다. 논물 속으로 뛰어들 때는 한 줄기 오줌을 싼다. 그 오줌이 검정 고무신과 발등에 묻기도 한다. '저 놈의 개구리가
"펑크!" 거칠고 날선 목소리가 한 마디를 외치고 호루라기를 분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세렝게티'라고 쓴 검은 깃발을 흔들자 야생동물같은 어린 학생들이 일제히 음악을 연주한다. 심장이 북소리에 맞춰 뛴다. 밀림 속이 아닌 도로 위. 길 위에서 축제를 벌이는 아이들. 그들의 등 뒤에서 사진을 찍는 김희정(32)교사를 만났다. △공연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