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광규길을 가다 개미를 밟는 일나비가 되려고 나무를 향해 기어가던 애벌레를 밟아 몸을 터지게 한 일풀잎을 꺾은 일꽃을 탄 일돌멩이를 함부로 옮긴 일도랑을 막아 물길을 틀어버린 일나뭇가지가 악수를 청하는 것인 줄도 모르고 피해서 다닌 일날아가는 새의 깃털을 세지 못한 일그늘을 공짜로 사용한 일곤충들의 행동을 무시한 일풀잎 문장을 읽지 못한 일꽃의 마음을 모른
문태준(1970~ )염소야, 네가 시름시름 앓을 때 아버지는 따뜻한 재로 너를 덮어 주셨지나는 네 몸을 덮은 재가 차갑게 식을 때까지 너의 곁을 지켰지염소야, 새로 돋은 풀잎들은 이처럼 활달한데새로 돋은 풀잎들이 봄을 다 덮을 듯한 데염소야, 잊지 않고 해마다 가꾼 풀밭을 너에게 다 줄게!네가 다시 살아 돌아오기만 한다면! 동물을 사랑해야지, 사랑해야지하면
안 희 연그가 나에게 악수를 청해왔다손목에서 손을 꺼내는 일이목에서 얼굴을 꺼내는 일이생각만큼 순조롭지 않았다그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자꾸만 잇몸을 드러내며 웃고 싶어했다아직 덩어리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나는 할 수 없이 주먹을 내밀었다얼굴 위로 진흙이 줄줄 흘러내렸다 시는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르이기에 세부적인 의미가 없이 쓰여지곤 한다. 이 시는
조정권(1949~ )마음을 저축하면이자가 붙나마음을 투자하면 두 배가 되나아니다 마음을 헌금하는 거다꽃에다 별에다 새에다 샘물에다 이슬방울에다피라미에다길에다무릎을 땅에 꿇고 두 팔을 땅에 댄 다음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하면서길에다 헌금하는 거다 마음이란 우주만큼 넓고 높고 귀하고 위대하다. 그리고 가치가 가득감춰진 자산이다. 그 가치는 표현할 수 없지만 평생
김언희(1953~ )벼락을 맞는 동안나무는 뭘 했을까번개가 입 속으로치고 들어가 자궁을뚫고 나오는 동안벼락에 입술을 대고 사람들 중에 벼락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돈 벼락이다. 무엇때문일까? 왜 일까? 화투놀이에서 못 먹어도 '고'하는데 속이 뻔히 보이는데도 돈 벼락을 좋아한다.흐린날 심술궂은 하루를 보내면서 벼락치면 나 대신 나무가 벼락을 맞을텐데 나
파블로 내루다(1904~말해다오, 장미는 알몸인 건지아니면 그게 하나뿐인 옷인 건지?나무들은 왜 그 장엄한 뿌리를 감추고 있을까?죄지은 자동차의 회한은누가 들어줄까?빗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기차보다더 슬픈 게 세상에 있을까? 살아가는 동안에 수 없는 질문에 손발이 묶인다. 이것일까 저것일까, 왜일까, 저 모양인가, 정신없구나 필요하구나하면서 질문의 자리를
김 재 환천반산 비단강 죽도 정여립비 바람 안개 구름 눈 사람햇빛에 바라면 歷史가 되고달빛에 물들면 神話가 된다. · 월간 「수필과비평」 등단· 진안예술상, 작촌예술문학상 수상· 제5대 한국문협진안지부 회장· 제7대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장 역임· 수필집 「금물결 은물결」
성 진 명아버지의 숨결로깨워주심에 감사드리며오늘도그리스도처럼 보다그리스도의 몸으로살아가게 하소서온전히사랑하게 하소서! · 「한울문학」으로 등단· 제7회 진안문학상 수상· 시집 「굿모닝 진안」외 2권
구 연 배그대 안개의꽃으로 피어내 품에 뛰어든다피폐한 삶이 환해지는 봄날너를 받을 푸른 잎을피워야겠다·한국문인협회 회원·<자유문학> 신인상·진안문학상 수상 외 다수
허 호 석산새 둥지처럼산기슭에 그림 같이 집 한 채계곡의 맑은 물소리보다 더 맑은 집누가 살고 있을까꿈을 꾸는 오막살이집 앞개울에징검다리 몇 개 놓아두었다맑은 물소리 나와 놀게물소리와 햇살이 오순도순 사는 집물소리가 집 비우면 햇살이 집을 보고햇살이 집 비우면 물소리가 집을 보고·월간문학으로 등단·한국아동문학회 부회장·
최 규 영내나이 몇이더냐말귀가 나를 닮았지 어찌내가 말귀를 닮겠느냐사람들의 욕심 서린 상상 때문에속절없이 내가 속물이 되었구나산이곤두박칠 치고 싶어 승천하겠느냐잡인들에게 짓밟히려 상경하겠느냐행여 볼일 있으면하늘더러 내려오라고 해라서울더러 다녀가라고 해라/2017년 마이산의 가을편지에서·진안문화원부설 향토사연구소장·진안문협 이사
이 점 순지구 심장에서 끌어올린여든 여덟의 생애에 국(麴)여인을 만나서로를 탐닉하듯깨지며 넘어지며 환호하며 울부짖는다.이렛날을 보내고명상에 젖는다.눈을 감는다.콧길을 열어 깊은숨을 넘긴다.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한국방송통신대학 국문과 졸업·2011호서문학 신인상·2013문학세계 신인상
서 동 안비바람 오기 전가을의 전설 안고 도는들국화 피는 언덕애달픈 사모곡 소담스레쓸어안은 고향한 서리 당하도록 야속한 밤 ·월간 '문예사조' 시 등단·'시와 공간' '텃밭문학' 운영위원·동강에 뜨는 별 외 다수 공저
박 부 산겨우내눈 맞으며독경소리 깨치다가새 봄이 오자마자새하얀 등불 밝혀어려운 중생을 위ㅜ해무더기로 베푼 자비/2017 가을편지 중에서·1989년(문학과 의식) 신인상 수상 등단·한국문협, 전북문협, 진안문협 회원
강 광 호그리움 문턱쯤에고개를 내밀고서뒤척이는 나를 보자흠칫놀라돌아서네눈물을 다 몰아내고눈썹만 남는내 사랑/2017년 마이산의 가을편지중에서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당선·고등학교1학년 교과서(드림) 초생달 수록·시조집 「아버지」, 「귀가 부드러운 날」, 「팽목항 편지」, 「군함도」·현 한국사조시인협회
김 자 향마음의 수면에 잔잔한 파문일어귀 먹고 눈 먼 세월 허적거린다녹순 머리와 때 묻은 말 털고 닦아생의 행간에 빠져나간 생각주머니 잇대어 씨줄 날줄 엮어낸다빛은 푸르고 뜨겁다젊은 한 때 베르테르의 슬픔이 오늘말간 술 향기로 익듯내 언어의 누룩이 발효된다면그리움 행구어 젖을 말 땅에 묻었으니새순이 아놔 살되고 뼈 되어감전된 가슴 복판에서전율 느끼는 시의
김 용 호허망 됨이 없을믿음 붙들고 살지요실망 아니 될야무진 꿈 붙들고 살지요목숨 바쳐 사랑해야할 사람들붙들고 살지요/2017년 가을편지 중에서· 진안문협 회원· 1998 동인시선 '자화상' 발행· 그도세상(www.gudosesang,com) 운영
김 완 철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자들이여다리를 건너가다외로움은 벗어 던져 버려라산길을 걷다가는가난을 풀어놓아라바윗돌 같이 무거운실망은 골짜기에 굴려 버려라그래도 버리지 못하는무거운 짐은 안고 가거라등에 지면 짐이 되지만가슴에 안으면 사랑이 된다/2017년 가을편지 중에서 · 전북문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시
한 숙 자그림자까지 하르르 떨 때하이얗게 짓는 몸짓팔무리는 은빛 화관내가 그대 마중할 때샛강은 은빛 어울로 빛났네그대 고운옆 머금어바람은 욾고 덧 욾고 있었고옛날 함께 걷던 그대와의 동행길 섶 그대 진정 그립네엷은 어둠이 서서히 다가오고 그대는 마냥 고개 떨구며다소곳 하기얗게 억새꽃이 있네가슴에 묻었던 뜻은끝에 소리가 되지 못하고깊
허 소 라청자빛 하늘이 잎새를 문 채오동나무 꽃향기보라빛 마을을 감돌때오세요 오세요빛의 이랑마다초원이 넘실대는우리들의 고향너의 초상 나의 영혼청자빛 하늘이우리를 부른다너와 나의 사랑을 부른다/2017년 마이산의 가을편지 중에서· 군산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기독교문인협회 28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