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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꿈을 키우는 아름다운 산천에 바람이 지나가야 할 곳이 있듯이 우리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사랑이 지나 갈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강으로 이어지는 계곡에 부드러운 물이 지나가야 할 곳이 있듯이 우리의 협소한 마음속에 부드러운 이해가 지나 갈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면서 꺼지지 않는 촛불처럼 이런 저런 유혹과 갈등의 마음이 조금은 흔들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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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7.04.1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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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인(1947~ )그의 문체는 반짝인다 은빛이다 또 한 계절 생을 건너가며 발바닥으로 쓴 단 한 줄의 선연한 문장 '나 여기 가고 있다' 달팽이의 걸음을 자로 잴 수 없지만 눈으로는 그릴 수 있다. 오체투지로 바닥길을 기는 달팽이는 온몸으로 혼을 다해 길을 걷는다. '나 여기 가고 있다' 겸손히 소리없이 노래를 한다. 노래소리 들리는가, 그리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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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7.04.1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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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광모꽃다운 얼굴은 한철에 불과하나 꽃다운 마음은 일생을 지지 않네 장미꽃 백 송이는 일주일이면 시들지만 마음꽃 한 송이는 백 년의 향기를 내뿜네 월요일 아침 이 '아름다운 꽃' 시 한송이를 품으라. 이 감성시는 시인의 가슴에 핀 붉디붉은 감성의 노래가 그 동안 차갑기만했던 내 마음을 뜨겁게 해준다. 사람은 보이는 꽃을 좋아한다. 그러나 보이는 꽃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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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7.04.0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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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1965~) 요리사는 참돔의 숨엔 눈길도 주지 않고 살점만 베어낸다 핏기 없는 칼을 닦는다 두 눈을 끔벅거리는 죽은 몸을 담아온다 겨우내 하느님은 차마 칼을 못 쥐더니 횟집 앞 늙은 느티의 검은 살을 쓸고 있더니 한점도 다치지 않고 추운 목숨만 꺼내가셨다 이월 없는 삼월은 없다. 아무래도 이월은 겨울과 가까웠기에 몸과 마음이 추웠던 게 사실이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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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7.03.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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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헌성사랑이고 나발이고 등 대고 다순 밥 지어주고 문 열엊며 한마디 "해 어둡기 전에 얼른 들어오시오 잉!" 그런 한 사람 더 이상 말이 필요없고 설명도 필요없다. "등 대고 다순 밥 지어주고"와 "얼른 들어오시오 잉!"이다. 이 애교만점 아내를 싫다하는 남편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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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7.03.2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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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래(1925~80)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간결한 넉줄 문장의 소용돌이가 감동의 바다로 이끈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을 다 떼고나면 '말집', '조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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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7.03.1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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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 율여름이 있어 푸르른 숲의 희망 하얀 물보라의 시원한 탄성이 터진다 산길 일상에서 만나는 세월로 숲이 된 푸르름이 공존하는 생명 땀 흘리며 걸어도 영롱한 기운 청아한 새소리 퍼지는 숲 마음이 맑아졌다 탁 터진 가슴은 산 너머 너머가 보이고 야생화로 핀 꽃잎은 순수한 그대로의 아름다움 초록 그늘 사이로 찾아오는 섬광 아득한 날 들을 수 있는 노래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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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7.03.0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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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선(1941~2001) 아이가 가재를 잡으려고 저녁 산골 개울에서 돌을 뒤집었다 돌 밑에서 가재가 아니라 달이 몸을 일으켰다 일어난 달은 아이를 삼키고 집채보다 더 크게 자라서 동구 밖에 섰다. 달의 뱃속에 지금 아이가 산다 신화는 언어가 만들어 낸 상상의 세계다. "신화는 언어다"(롱랑 바르트)언어는 어느 어느 곳에든지 뛰어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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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7.02.2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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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아도둑에게서도 다음의 일곱 가지를 배울 수 있다. 그는 밤 늦도록까지 일한다. 그는 자신이 목표한 일을 하룻밤에 끝내지 못하면 다음날 밤에 또다시 도전한다. 그는 함께 일하는 동료의 모든 행동을 자기 자신의 일처럼 느낀다. 그는 적은 소득에도 목숨을 건다. 그는 아주 값진 물건도 집착하지 않고 몇 푼의 돈과 바꿀 줄 안다. 그는 시련과 위기를 견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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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7.02.2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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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윤무학대사는 간월암 지어 놓고 밤마다 달빛에 가슴을 태웠다. 하얗게 탄 가슴을 어디에 묻었느냐고 간월도를 파도가 메치고 있다 무학대사 가슴에 말로 포장한 돌멩이를 수 없이 던져보았지만 돌아온 돌멩이에 無가 묻어 왔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무는 무였다 그냥 깨물어 먹었다 돌아온 돌멩이에 空이 묻어 왔다. 찾고 찾아도 공은 공이었다. 그냥 맨발로 차버렸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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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7.02.1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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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 평(1955) 가난한 이들 이미 무소유로 살고 있다 함부로 죽지 않았다 실패하지 않았다 끝내 살았다 가슴 뭉클하게 살았다 무소유 무소유 말들 하지만 가난한 이들 말없이 세상을 참아 주고 견뎌 주고 원망도 설움도 삭혀 마침내 거룩하게 살았다 빈자는 곧 성자 가난한 이들을 껴안아 보라 풀같이 들꽃같이 너무도 귀해서 차라리 소박한 생의 고결한 모습을 깨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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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7.02.0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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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룡(1938~) 풀을 베어 눕힐 때 풀 향기에 쏘인 상처는 아름답다 살결엔 초록 물이 들어 있지만 마음은 벌써 익어 붉디붉은 가을이다 나는, 풀 향기에 취해 더는 말을 못하고 말더듬이가 된다 초록 물이 말라 가는 사이 남의 밥이 되는 풀은 썩으면서도 향기를 내뿜는다. "사랑하는 이여 나를 죽여다오" 이런 절규의 고백은 또 다른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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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7.01.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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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호석눈보라에 바람 일면 무수히 반짝이는 별 만큼이나 송이송이 하늘 가득 피어나는 촛불의 떼 깨끗해야 한다. 정의로워야 한다는 순백의 말 말 말을 허공에 던지며 세상에 말을 걸고자 우우우 민중의 횃불로 들판을 건너오는 함성 오염된 구석구석 세상 지저분한 것들은 모두 묻어버려야 한다며 벗겨진 맨살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몰려오는 눈보라의 아우성 촛불에 바람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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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7.01.1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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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마음속에 박힌 못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마음속에 박힌 말뚝을 뽑아 그 자리에 꽃을 심는다 꽃이 인간의 눈물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꽃이 인간의 꿈이라면 인간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 얼마나 마음이 완악했으면 그 마음에 못이 박힐 수 있었을까. 얼마나 단단하고 깊었기에 말둑까지 박을 수 있었을까. 거센 바람은 외투를 벗기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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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7.01.09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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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소라(1939 ~ )하늘만 보던 농부는 이제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본다 한때 그가 중얼거릴 때마다 쟁깃날에 묻어나던 싱싱한 햇살 이제 제 나이를 갈아 엎고 제 가족들마저 갈아 엎고 그는 더 이상 갈 게 없어 마지막 하늘을 본다 가슴 속 쇠스랑소리 집에 오면 먼저 와 있고 가슴속 긴 밭고랑 집에 오면 빈 벌판 무슨 씨앗을 뿌릴까 농부는 컴컴한 제 방구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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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7.01.0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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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지인과 함께 식당에서 명태탕을 주문해 식사를 했다. 한해 송년의 인사자리인 셈이었는데 "잘 살아요, 건강해야 해요." 주고받는 말이었다. 삶의 가장자리는 항상 건강이 차지해야 한다. 건강 없는 삶은 무의미하고 한없이 슬프게 된다. 제아무리 큰 소리치고 외쳐도 병약하면 힘이 없어져 할 일을 못하기 때문이다. 많이 먹고 계속 튼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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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6.12.1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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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 스위스 바덴에선 시계 박람회가 열린다. 2016년 박람회에 나온 시계 중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 게 있었다. 바로 시계문자판 중앙에 '실패란 있을 수 없는 일' 이렇게 쓰인 시계다. 이 문장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아폴로 13호에 나왔던 대사다. 인류 최초에 달 착륙으로 유명해진 것은 아폴로 11호였다. 그 다음, 다음으로 쏴 올려진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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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6.12.1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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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한 분이 나타났다. 그리고 흰 봉투를 건네주고 사진 한 장 찍고는 홀연히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이 봉투에서는 일억 원짜리 수표가 나왔다. 고도성장의 주역으로 고생했다가 지금은 병마로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편지도 들어 있었다. 그렇다 그분이 오셨다. 신월동 주민으로만 알고 있는 이 신사는 지난해에도 또, 그 전해에도 일억 원 이상씩을 기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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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6.12.0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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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에도 감정과 영혼이 들어있다. 바람소리만 해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르다. 개짖는 소리도 한낮에 짖는 소리와 한밤중에 짖는 소리가 다르다. 꿈을 가진 청년이 탄 기선의 뱃고동은 희망의 소리로 들린다. 헤어진 연인들에겐 슬픔을 재촉하는 소리로 들린다. 그러고 보면 소리의 차이는 감정의 차이만이 아니다. 느낌과 영혼이 차이마저 있다는 생각이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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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6.11.2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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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신문을 배달하면서 재미를 봤다. 연장리 농공단지 안에 모과나무 한 그루에 노랗게 익은 모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는데 나무 아래 언덕에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날 데려가세요"하는 모습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동안 제법 많은 모과를 주워 모았다. 나무는 몸매에 가시가 뾰족하게 있어 영 볼품은 없지만, 금빛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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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신문
2016.11.21 1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