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우리나라처럼 '지리의 힘' '지정학적 위치'란 주제에 적절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역사적으로 온갖 수난을 겪었고, 그 때문에 아직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지금도 뉴스에는 하루가 멀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들리고, 미국, 중국, 일본에 러시아까지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그리고 또 요즘 세계 모든 사람들이 지정학적 위치의 문제를 실감하게 하는 사건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일 것이다. 우크라이나 또한 크고 비옥한 영토를 가졌음에도 지정학적으로 러시아
지방자치는 특정한 범위를 가진 땅 위에 사람들이 살고 있어야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어떤 경계 구역 안에 사는 사람들을 주민(resident)이라고 불러왔다. 인구는 사람이다. 사람은 정착해야 한다. 그래서 주소가 필요하다. 주소를 가진 사람은 주민이 된다. 이런 주민을 대상으로 복지 정책을 펼치고 세금을 매긴다. 진안군민은 진안군이라는 자연적 경계 안에 주소를 둔 사람이다. 소위 주민등록인구이다.그런데 주민등록인구가 감소한다. 청년 인구는 대도시로 나가고, 남아 있는 인구는 고령화되어 간다. 2022년 말 진안군의 총인구는 24,
한승헌, 인권의 큰 어른이다. 진안의 아들로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권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인권변호사 1세대로 진안의 자랑이며 시대의 참 스승이셨다. 오는 4월 20일, 추모 1주기를 맞이하여 한승헌 변호사의 삶을 돌아봤다. 언론인을 꿈꾼 한승헌한승헌 변호사는 1934년 진안군 안천면 노성리에서 태어났다. 안천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전주고등학교를 거쳐 전북대학교 법정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한학을 배워 이웃 주민들의 제사 축문 등을 대필해주곤 했던 아버지 덕에 일찍이 한문과 서예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중·
최근에 지역과 관련된 두 권의 책을 접했다. 그것은 『진안군 중평 마을공동체』 (배수호, 2022, 성균관대학교대동문화연구원)와 『조선시대 정여립 모반사건과 전라도』( 이동희, 2022, 전북연구원 전북학연구센터)이다. 『진안군 중평 마을공동체』는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 배수호 교수의 역작이다. 그리고 『조선시대 정여립 모반사건과 전라도』는 오랫동안 정여립 관련 연구를 해온 전주역사박물관장을 지낸 이동희 관장의 열정 넘치는 저서이다. 두 저서는 우리 지역의 저변에 깔린 공동체 정신, 대동사상이 담겨 있어 의미가 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가끔 지역 시민단체들의 초청으로 강연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재작년에는 한 지역에서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선거제도에 대한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평일 오전에 진행된 프로그램인데도, 다양한 분들이 오셨다. 선거제도에 대해 설명을 하니, '처음 듣는 얘기인데, 선거제도가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다'는 분들이 있었다. 선거제도뿐만이 아니다. 지역에서 지방자치나 주민자치를 주제로 강연을 하면,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역사에 대해 설명을 하게 된다. 그런데 1950년대에 이뤄졌던 읍ㆍ면 자치와 동장 직선제에 대해 강의를 하
생태활동을 하고 자료를 모아 책으로 엮는 도전은 지속적이어야 하고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김도형 강사는 "생태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추후 환경보호 및 미래 산업 발굴의 기초자료로서 우리 고장 진안의 커다란 재산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라며 "진안 전체의 양서 파충류 생태지도 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들의 생태지도를 완성하게 되는 날까지 차곡차곡 쌓아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후 다른 지역의 많은 곳에서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라며 "이런 활동이 지속적이 되려면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진안에 거주하고 있는 사진작가 강효석씨가 개인 전시회를 위한 후원 펀딩을 시도한다.지난해에는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으로 진안군청, 정천면, 전통문화전수관, 남부마이산, 진안시장 등에서 '찾아가는 사진전시회'를 열기도 하고 다양한 단체전시회를 가지긴 했지만 제대로 된 전시회를 마련한 적이 없다.올해는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펀딩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또한 코로나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밝고 화사한 느낌의 사진을 준비해 '진안의 환희'라는 주제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계획된 전시 일정은 5월 8일부터 일주일간이다. 강효석 작가는 "진안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의 할 일은, 사람들로 하여금 진리를 비웃게 하고, 진리로 하여금 웃게 하는 것이다.진리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우리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좇아야 할 궁극적인 진리가 아니겠느냐?-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중에서-요즘 JMS의 정명석 목사의 이야기가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언론들은 정명석의 범죄를 고발하면서 성폭력만을 그려냄으로 피해자의 고통만을 가중시켰으며 사이비종교의 문제와 발생에 대해서는 그 본질에서 빗겨가는 듯한 인상이다. 지역에서 사회적경제 교육을 하다가 많은 질문을 받는데 그중에
무진장여객 기사님의 친절한 행동을 보고 제보를 한 주민이 있다.단위농협들의 조합장 선거가 있던 지난 8일 동향에서 안천 도라곡을 지나 진안읍으로 오는 오전 7시 50분 버스에서 일어난 일이다.제보한 주민은 "안천 도라곡을 돌아오는 버스였는데 급하게 타느라 가방을 놓고 타신 할머니가 무조건 내려달라고 했는데 길을 돌아서 가방을 가지고 올 수 있게 해 주셨어요"라며 "보통은 절대 안 내려주시거든요. 어른들한테 너무 잘하는 분이라 남한테 알리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전북76자2004 무진장여객을 운행하던 김오수 운전자의 이야기이다.취재
봄날이 일찍 다가왔습니다. 지난 2월 초 무주 잠두마을을 다녀왔습니다. 정월 대보름 굿을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2005년도에 다녀왔으니 18년 만에 다시금 찾게 되었습니다. 잠두마을은 무주읍에 속하기는 하지만 금강이 가로질러서 가기 때문에 예전에는 교통이 무척 불편한 곳이었습니다. 잠두마을은 용포리에 속하는데 용포(龍浦)라 한 이유는 이곳이 금강 상류로 예전에는 나루가 있어 부르게 되었습니다. 특히 잠두마을은 금강 상류가 굽이쳐 흐르므로 육지의 섬과 같아 예전에 읍내를 가려면 나룻배를 이용해야만 했습니다. 나무로 다리를 놓았으나 수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소년 노동자의 시점으로 초콜릿 산업의 먹이 사슬 구조를 파헤치는 소설 '나는 초콜릿의 달콤함을 모릅니다'는 아마두, 세이두, 하디자 세 명의 소년 소녀가 카카오 농장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겪는 모험을 통해 아동/청소년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의 실태를 생생하게 그렸다.아마두와 세이두는 카카오 농장에 남자아이들을 팔아넘기는 브로커에게 속아 하루아침에 노예 신세가 되었다. 묽어 빠진 수프나 설익은 바나나로 해결하는 하루 두 끼 쥐꼬리만 한 식사. 독사와 독을 가진 벌레가 우글거리는 위험천만한 야생의 숲에서 목숨을 걸고
황봉규(76) 어르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건 지난해 말이었다.14살부터 가계부와 일기를 쓰기 시작해 6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하루 일과를 적는 일이 가능할까?60년 동안 적어놓은 일기장에는 어떠한 기록들이 담겨져 있을까.기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어르신이었다.시간이 흘러 지난 3월3일에서야 황봉규 어르신과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었다.어르신과의 만남에 앞서 고등학교 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이하윤의 '메모광'이 떠올랐다. 주인공 자신의 저주받은(?) 습관 탓에 낮과 밤을 평범하게 지내지 못하는 고충을
백운영풍농장 대표이자 백운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 박희곤 위원장은 지난 2월 28일 직접 농사지은 알밤 500kg(150만원 상당)을 기부하여 백운면 33개 전체 마을에 알밤을 1상자(15kg)씩 나눔 행사를 가졌다. 2020년부터 백운면지사협 위원장으로 역임하여 복지사각지대 발굴하고 면민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주민 스스로 우리 마을에 필요한 복지가 무엇인지, 자체적으로 해결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소규모 의제를 정하고 마을복지계획을 수립하여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나눔 행사도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
세종에 근무하는 중앙부처 공무원으로서 서울 출장을 자주 간다. 국회를 비롯하여 여러 유관기관의 관계자 등을 만나서 정책을 협의하다보면 일주일이 금방 지나가기도 한다. 출장 중 해결해야 하는 끼니는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의 벗이다. 바쁠 때는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면 출장으로 고단한 몸을 달래기에는 충분하다. 최근에는 이런 인생의 조그마한 즐거움조차 쉽게 실행하지 못하는 현실이 되었다. 바로 가격 때문이다. 내가 자주 가던 서울의 한 곰탕집은 곰탕 한 그릇에 1만원 내외였는데 최근에 그 곰탕집에 다시 들렀을 때 나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진안의 홍삼 제품들이 베트남을 전초기지로 삼고 동남아시아로 뻗어나갈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지난 13일부터 5박 7일간의 일정으로 전라북도 기업 생산 제품의 해외 수출 판로 확대를 위한 동남아 외교사절단과 함께 한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행보가 진안당 베트남 총판에서부터 시작했다. 베트남을 아시아권 진출 기지로 삼아 진안홍삼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진안당.2008년에 설립하고 인삼농가에게 인삼을 수매해 가공판매를 해오고 있는 진안당은 진안홍삼한방단지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2022년부터 베트남 박장성 박장시에 진안당베트남 총판을
우리 지역에서 역사, 문화 자료를 찾으려면 진안문화원으로 가면 된다. 진안문화원은 우리나라 문화원 가운데서 그 역사는 짧지만, 지역문화를 일구는 핵심적인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진안문화원은 1991년에 지역문화에 관심을 가진 일군(一群)에 의하여 출범하였다. 현재는 회원이 250여 명에 이르며 지역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활동 중이다.진안문화원의 연륜을 느끼게 하는 책은 1991년 출범과 함께 매년 출판된 『진안문화』다. 『진안문화』는 2022년 현재 31호째를 맞는다. 그동안 『진안문화』에는 우리 지역의 역사, 지리, 민속문
대한민국에서는 '비례대표'에 대한 오해가 많다. 그 원인은, 지금 '비례대표'라고 불리는 일부 국회의석이 사실은 군사쿠데타 직후에 도입된 '전국구'의 후신이기 때문이다. '전국구'는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만들려고 도입된 것이 아니다. 1963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박정희 정권측이 국회의원 시켜주고 싶은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쉽게 만들어주는 수단으로 도입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전국구'라는 제도는 을 보장하기 위한 '비례대표제'라는 선거제도와는 무관하게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2000년에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진안사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연극을 매년 준비해 무대에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JBS(Jinan Beautiful Story) 연줄'. 연극이라는 줄로 이어져 있는 준회원 1명까지 총 8명의 회원이 연극무대를 통해 진안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 비영리민간단체이다. 지난 2월 16일 'JBS 연줄'팀이 매주 모이는 목요일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2017년 진안문화의집에서 문화관광재단의 지역특성화지원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강사와 수강생으로 만난 사람들이 지금까지 연극을 매개로 만나오고 비영리민간단체까지 세워 연극에 대한
아침에 인터넷을 열어보니 와이티엔(YTN)뉴스에 대구지하철참사에 대한 홍준표 시장이 간부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떠있다. "추모 행사에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 민주노총, 시민단체까지 모여 활동하는 것은 정치 투쟁과 다름없다. 따라서 시장이 참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기사를 보면서 마음이 착잡하다. 우리사회는 작금에 이르러 이웃관계를 해체하고 있다. 생각해보자. 공동체, 혹은 마을이라는 개념은 이미 누천년의 역사에서 인간의 관계를 통해 형성되어 왔다. 그 속에는 '이웃관계', '상호성', '환대', '무상성',
과연 노동과 무관한 삶이 있을까? 이 책은 열 명의 저자가 십 대부터 알아야 할 노동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부모의 마음으로, 조금 더 살아 낸 어른의 마음으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조언들을 당부하듯 따뜻하게 안내해주는 내용의 책이다. 노무사, 인권활동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회학 교수, 기자 등 10명의 전문가들의 10개의 진심어린 조언을 읽는 내내 "아, 이런 내용을 난 이제야 알게 됐을까?"하고 탄식이 절로 나왔다. 나 또한 매일 '노동'하며 살고 있지만 그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고 있지 않았는지.'노동자'는 근대 자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