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이야기 115 진안읍 연장리 대성동마을

▲ 작년에 귀농한 곽무영 씨가 비룡대에 올라 찍은 대성마을 전경
반듯반듯한 길 사이로 1980년대 도시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졌던 빨간 벽돌집이 가지런히 있다. 여느 마을에서 볼 수 있음직한 정자나무도 없다. 그러나 마을 사이 직선으로 뻗어 있는 길이 그렇듯 반듯한 사람들이 모여 꿈을 꾸는 마을, 진안읍 연장리 대성마을이다.
 
◆어머니라는 이름
그늘 한 점 없는 1983.47㎡(600평)의 공간에 옥수수가 가득 심어져 있다. 어디 몸 하나 피해 시원한 바람을 맞을 곳 없는 그 곳에 3명의 어머니들이 옥수수 밭을 돌보고 있다.
신생건강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순복(86)씨가 올해 처음으로 옥수수를 빼곡이 심었다. 이제 아흔을 바라보는 어머니는 바짝 마른 젖가슴을 가릴 새도 없이 분홍색 내복을 입고 채 펴지지 않는 허리를 휘어잡고 무릎으로 걸어가면서 옥수수 밭을 돌보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옥수수를 심었는데 어찌 팔까 걱정이여."
같은 마을에 사는 배순양(73), 백윤이(70)씨가 김씨를 도와 같이 일을 하고 있다.
"배운 것이 없어 이러고 살어. 내가 글만 배웠어도 똥장사라도 했을 거여."라고 이야기하지만 자식들 모두 키워 출가시키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어머니들이다.

"내가 못 배워서 자식들도 못 가르쳤지만 그래도 지금은 잘 벌어먹고 살더라구,"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일을 하여 손톱 밑은 까맣다. 그 마디 굵고 검은 때가 낀 손으로 노동을 하기에 지금 현재 우리가 존재함을 어머니들은 알고 계실까?

대성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김판례 씨(96)는 마을에서 할머니로 불리운다.
지난 4월 집에서 넘어지면서 급격하게 몸이 안 좋아 지금은 누구의 부축이 없으면 일어나지 못한다. 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당신의 두 다리로 마을 곳곳을 다니고, 밭일까지 했던 할머니다. 세월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급작스럽게 우리를 찾아온다.
세월이라는 시간은 피해갈 수 있겠지만 어머니라는 이름은 피해가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닐까…
 

▲ 대성마을 최고령자인 김판례 씨가 빨리 건강을 되찾아 마실을 다닐 수 있기를 바래본다.
◆꿈을 만들어가는 대성마을
진안읍 연장리 대성마을은 대성과 관암마을의 행정리명이다.
1979년 2가구가 들어와 살면서 시작된 대성마을은 도로변에 주막촌이 형성되었다. 이후 진안군에서 취락구조사업으로 16가구가 들어와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농사 지어서는 못 사니 마을에서 다 함께 소 축사를 만들어보자 했지만 하지 못했다. 그리고 한 두 집이 떠나갔고, 다시 그 이후에 10가구가 더 들어왔다. 지금 현재는 45가구가 살고 있다.

도로변 앞 너른 터를 옛날 어른들은 장군터라 불렀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대성마을에 장군이 나왔다. 이호준 씨 자제 이인영 씨가 육군 장관이 된 것이다. 그래서 작년 봄, 대성마을은 한바탕 잔치를 벌였다.
관암마을은 처음 경주 김씨가 들어와 살면서 형성된 마을로 현재 4가구가 살고 있다.
관암마을은 마이산 자락 옆으로 갓바우(장군이 말을 타고 가는 모습)아래 골짜기에 위치한다.

올해 들어 대성마을은 소리 없이 바쁘다. 그린빌리지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막상 시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예산이 적고 젊은 사람들이 없었다. 결국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하여 5만 원에서 2십만 원까지 돈을 더 내어 마을의 꿈을 가꾸기로 하였다.
"마을 공동으로 하려고 했던 소 축사에 대한 꿈은 여전히 있어. 소 축사는 아니지만 예전에 가지고 있던 마을의 꿈을 하나씩 이루어가는 거여. 꿈이 없으면 사는 거이 재미없지."

인상 좋은 이성구 이장은 얼굴 가득 웃음이다. 그 웃음을 따라 눈가 주름이 물결친다.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담장에 그려진 벽화가 눈에 들어온다. 마을 사람들이 서투른 솜씨지만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그려 넣은 벽화이다. 또한 마을회관 뒤로 마을박물관을 만들고 있다. 예전 3칸짜리 초가집을 70대 어르신들이 직접 짓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전부 일 나가고 우리 60대는 젊은 거여."

틈틈이 농사일을 하려니 속도는 더디다. 그러나 근처 돌을 주워와 주춧돌을 만들고, 기둥을 세우고, 나무를 해와 껍질을 벗기는 그 모든 과정은 마을을 만들어간다는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일을 하다가 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먹는 막걸리 한 잔에 서로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다시 낫을 집어 든다.
"올해 이 사업이 잘 되면 내년에는 이 옆에 찜질방을 만들어볼까 해."

도로변에 새로 심은 매실나무와 해바라기는 이제 3년 정도가 지나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노랑과 초록의 아름다움을 선물해 줄 것이다. 그리고 해바라기 뒤로 펼쳐진 옥수수 밭 사이로 우리 어머니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게다.

▲ 대성마을 약도
▲ 뜨거운 태양을 그대로 받으며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일하는 우리 어머니들
▲ 주민의 손으로 그려진 벽화는 작지만 아름다운 거리를 만들고 있다.
▲ 이성구 이장과 곽무영 씨의 인상좋은 웃음이 꿈이 있는 대성마을로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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