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월(73, 동향 학선리 을곡)

전쟁 때 내가 13살이였다.
나가서 친구들하고 놀다가 집에 돌아오니까 집안 아저씨 한 분이 와서 전쟁이 낫다고 피난가야 한다라고 소리치면서 빨리 가자고 나를 자정거에 태우고 어디론가 달였다.
내가 졸았던가?

자정거 뒤바끼에 오룬발을 바끼안에 들어가서 발이 다 갈여 버리서 거를수도 업시되서 어딘지도 모루는 아저씨 덱에서 발을 싸매고 아랜목에 누어 있었다.
얼마나 세월이 흘어는지 발을 쩔뜩거리고 나오니까 빨간 고추를 따다 늘어놓고 한 것이 가을인것 갔았다.
가을추수가 엠만큼 뎄을때 빨갱이들이 와서 집을 뒤쥐고 쌀도 뒤저서 네 놓고, 주인 아저씨한대 쌀을 질모지이고 가자고 하고 소도 몰고 갔다.

소는 몰고 가서 산에서 잡아먹고 아저씨는 그 틈을 타서 도망해서 돌아왔다.
그리고 밤이면 산에서 빨갱이들이 짝 깔려서 봉화불이라고 어트게 불이 반짝하면 별이 반짝이는 것처럼 온 산이 불빛이 반짝이였다.

그리고 동네로 와서 밥식껴 먹고 이것저것 다 되저서 가주고 가곤 했다.
사람들을 몹시 괴로핐다.
그때는 어리서인지 무척 무서웠다.
어릴 때 충격으로 기억이 되살아나서 생각나는 데로 썼는데 사람들은 어트게 생각할찌 모루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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