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님(80, 동향 학선리 을곡)

딸로 태어난 것이 죄가 됐고, 어려웠던 가정형편때문에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 어르신들에게 한이 됐습니다. 그런 어르신들이, 나이를 먹어서는 부끄러워서 내색도 못했던 한글 익히기에 나섰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향해 자신의 마음을 내 보였습니다.
처음 글을 배우고 쓴 글들이 조금은 투박해 보이지만, 그 글들은 어르신들이 살아온 인생을 꿰뚫고 있으며, 생명의 씨앗을 뿌리듯이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글속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도 담뿍 담겨있습니다.
이번 주부터 어르신들의 정성이 가득 담긴 편지글을 한 편씩 소개합니다. 독자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께

어머니, 먼 하늘나라에서 겅강하게 게심니까. 마음도 편하심니까. 어머니가 었덕게 지내시는지 궁금함니다.
우리 어머니 많이 보고 싶어요.
인정 많고, 정도 많은 우리 어머니가 어름장에 미끄러져서 엉덩이 뼈가 다 부서졌설때 우리 올키가 고생 많이 했서요.
나는 딸이라도 가서 하루도 *보우자도 못하고 나는 먹고 산다고 그때는 밤이면 딱을 극고, 나제는 종이를 놉을 어더서 말리고, 그래도 가서 하루라도 보우자를 했서야 되는데 먹고 산다고 안 가보고 인재 생각하니 후회가 되네요.
그래 나사서 한 삼년 살다가 도라가셨는데, 어머니 용돈도 못 디리고 후회가 되네요.
먹고 살기가 밥빠서 어머니 잘못한 것슨 다 용서해 주세요.
먼 하늘나라에서는 어머니 맘대로 못하는가요?
어머니 먼 사늘나라서 편하게 게시는지 알고 싶어요. 어머니 보고 싶어요.
어머니가 에뿌게 키운 손자가 맘을 못잡고 저럭케 사라요. 어머니가 맘을 돌려서 사람답게 살게 해 주세요.
어머니가 그럭게 에뿌게 키운 손자가 맘을 못 잡고 사라요. 그래서 동생하고 올키하고 그 아들 때문에 걱정이 많아요.
아들 딸 키울때 다 잘되라고 부모가 다 저 잘되라고 부모가 꾸지럼도 할 적에 부모님을 애속하게 생각했는데, 나도 아들을 키워 보닌까 그럭게 해야 되겠습니다.
어머니가 나 킬적에 친구한테도 못가기해서 엄마를 미워 했드니 나도 딸을 키워보닌까 그럭게 해야 되겠습니다.
컬적에는 어머니를 미워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나 잘되라고 그랬는데 그때는 어머니가 미웠습니다.
그런데 나는 눈물이 남니다.

*보우자: 보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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