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자치단체 심포지엄

▲ 한일교류협회와 마을축제조직위원회가 마련한 작지만 강한 자치단체 심포지엄이 지난 2일 군청 3층 강당에서 열렸다.
호보 다케히코 시마네대학 명예교수를 초청 '작지만 강한 자치단체'란 주제로 일본의 경험을 들어보는 심포지엄이 지난 2일 진안군청 3층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은 진안군한일교류협회와 마을축제조직위원회가 주관했으며, 진안신문사와 전북의제21 그리고 진안군발전협의회 후원으로 진행됐다.

호보 다케히코 교수는 주제 강연을 통해 일본 소규모 지방자치단체의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호보 교수는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와의 관계에서 권한이나 재원이 충분히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라며 "자치단체 다수는 농림어업의 쇠퇴, 도시와 농촌의 소득·교육·의료 등의 격차, 인구감소와 출산율 저하, 고령화를 심각하게 겪고 있고 재정도 심각하다."라고 발표했다.

호보 교수의 강연에서 한국의 농촌과 일본의 농촌이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호보 교수는 이어 "일본의 정부는 소규모 자치단체의 해소를 목적으로 시·정·촌 합병을 강요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인구 1만 명 이하의 정촌은 여전히 457개가 남아 있고, 이들이 차지하는 면적은 국토의 약 절반이나 된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소규모 자치단체의 합병을 끊임없이 권유받고 있지만 나름대로 소규모 자치단체를 이끌어가려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호보 교수는 이처럼 소규모 자치단체를 둘러싼 과제가 두 가지라고 요약했다. 하나는 지방자치단체로서의 권한과 재원의 보장 및 확충이다. 또 하나는 자치단체 자체의 노력으로 지방자치의 실천 성과를 거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호보 교수는 "지방자치의 실천 성과를 거두기 위한 공무원의 제약으로 어떤 일도 할 수 없었다."라며 "공무원들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될 구실을 찾아 일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호보 교수는 한마디로 공무원 스스로 실천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호보 교수는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작지만 빛나는 자치단체 포럼'을 소개했다. 이 포럼은 일본에서 전국지사회, 전국도도부현 의회의장회, 전국시장회, 전국시의회의장회, 전국 정촌회, 전국 정촌 의회 의장회 등 지방 6개 단체의 전국조직이 함께한다.

이 조직은 정보교류와 정책연구의 목적으로 2003년부터 '작지만 빛나는 자치단체 포럼'을 연 2회 개최했다.
호보 교수에 따르면 소규모 자치단체는 인구도 재정력도 열악하지만, 작기 때문에 오히려 주민과 행정이 '서로 얼굴이 보이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호보 교수는 "한국에서 진안군의 마을만들기는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아마도 전국 각지에서 활발한 견학 등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진안군이 일본의 작지만 빛나는 자치단체 포럼을 먼저 만들어 보면 어떨까 제안을 해본다. 역으로 일본 포럼에 진안군도 참여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라고 말했다.
호보 교수는 이어서 작지만 빛나는 자치단체의 실천과 성과에 대한 사례를 소개했다.
 

▲ 환영사를 하고 있는 김순옥 진안신문 발행인
시마네현 아마쵸의 사례
호보 교수가 처음으로 소개한 곳은 시마네현 아마쵸의 사례다. 이곳은 지역자원을 활용해 지역 브랜드를 만든 곳이다.
아마쵸는 인구 약 2,500명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다. 입지적인 조건이 매우 불리한 지역으로 호보 교수는 소개했다.

이 지역에 20~30대를 중심으로 5년 사이에 120세대 202명의 귀농·귀촌 인구가 늘었으며 이를 통해 야마쵸는 일본에서는 유명한 지역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구가 늘 수 있었던 것은 2002년에 단체장으로 취임한 야마우치 씨 때문이다. 지방재정 파탄 직전이었던 야마쵸는 야마우치 단체장이 취임하면서 '지역이 조금 연명하고자 한다면 "수비"(경비 삭감)로도 되겠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격"(경제발전책)이 필요하다.'라며 '섬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목표를 명확히 하면서 "공격"적인 시책을 전개해 왔다.'라고 소개했다.

호보 교수는 "야마우치 정장은 어차피 내 발로 고생하겠다며 정장 급여를 반으로 줄였다. 이를 알게 된 과장들도 급여를 삭감하고 나섰다."라며 "공무원 노조도 협력해 자발적으로 급여를 삭감하는데 나섰다. 정장과 공무원들의 임금 삭감한 약 4억 엔(우리나라 40억)은 산업진흥과 인구 증가를 위해 '미래에 대한 투자'로 돌렸다."라고 말했다.

야마우치 정장의 과감한 결단은 성공했다. 호보 교수는 야마우치 정장을 이렇게 소개했다.
호보 교수는 "야마우치 정장은 주민들에게 미래의 전망을 보여주었고, 주민이 하고자 하는 의욕을 가지게 해주었으며, 실천하는 실행하는 능력을 보여 주었다."라고 발표했다.
호보 교수로부터 야마우치 정장의 사례를 들으면서 우리 군에서는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해보았다.
 
훗카이도 시모가와쵸 사례
시모가와쵸는 일찍부터 지구온난화 대책과 연결해 지역진흥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지역은 일찍 자라는 속성 수인 버드나무를 심어 탄소(CO2)를 지구온난화 대책으로 세웠다.
이 사업으로 시모가와쵸는 농촌의 광대한 토지를 유효하게 활용했고, 농촌에 새로운 취업기회를 발생시켰다.

버드나무재배는 농가와 계약해 농가 수입을 높이는 것을 가능케 했다. 또 목질은 바이오매스와 에너지를 지역난방으로 사용하고 눈이 많이 내리는 훗가이도 도로나 주차장의 제설대책에 사용했다.
호보 교수는 "버드나무 식재비용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도시 기업(항공회사 ANA 등)으로부터 징수하고 있다."라며 "이것은 지구온난화 가스 배출권의 거래이고,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자금 환원의 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이와테현 후지사와쵸 사례
후지사와쵸는 농업시책도 복지·의료도 높은 수준에 있다. 병원은 '주민이 이용하기 쉬운 병원'을 이념으로 운영되고 있다. 통원거리가 1시간의 도시에서도 환자가 모여들 정도로 흑자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그 기초는 사토 전(前) 정장이 '자치 속에 자치를 찾아서'를 슬로건으로 '단체자치' 속에 '주민자치'를 중요시한 성과라고 한다.

마을을 기초로 한 주민참가형 자치를 중시하고, 마을에서 토론하고 합의한 사업만 예산에 반영해 왔다. 이러한 주민참가가 높은 정책추진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는 것이다.
호보 교수는 "후지사와쵸에서는 마을단위 의견을 집약해 상향식으로 진행해 왔다."라고 말했다.
 
미야자키현 아야정 사례
아야정은 일본에서도 유명한 곳이다. 이 지역은 '상록활엽수립 도시'와 '자연생태계농업의 마을' 등 일본에서도 지역만들기에 성공한 대표적인 자치단체다.
이 지역은 자치공민관 중심의 주민협력 그리고 주민자치와 주민학습을 통해 마을만들기를 성공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야정은 '자연생태계와 공생'이라는 일관된 사상에 의한 중장기 계획이 기초하고 있으며, 리더의 실행력과 노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지역의 리더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기도 하다.

호보 교수는 "아야정은 의회와 주민자치가 수레바퀴처럼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자치공민관과 주민자치 그리고 행정 등이 긴밀하게 이루어지면서 너무도 잘되는 곳이다."라고 소개했다.
아야정의 질 높은 지역만들기는 '주민 총참가의 마을만들기'에 의해 추진되어 왔다고 한다.
 

▲ 환영사를 하고 있는 박기천 군의회 의장
이 밖의 일본 사례
고치현 오오츠키쵸는 6,277명 중 고령인구가 35.7%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는 풍력발전에 착수하면서 '재생에너지 개발의 지역만들기'를 시작한 곳이다.

나가노현 사카에무라는 매년 2~3미터의 적설량을 보이고 있는 지역이다. 전체 인구는 2,348명이며, 65세 이상 인구는 1,051명으로 고령 인구가 44.8%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고립되는 경우가 많아 '슬리퍼 도우미' 측 이웃 주민이 스스로 자원봉사를 실천하고 있어 '실천적 주민자치'로 불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시마네현 요시카쵸 카키노키무라 지구는 약 1,700명 중 고령 인구는 약 40%에 이르고 있다. 합병 이전부터 네트워크형의 '고령자 서비스 조정팀'을 운영해 왔다. 조정팀은 보건사와 케어 매니저, 헬퍼, 낮의 서비스, 특별 노인홈 관계자, 사회복지협의회 전문원, 민생위원, 행정 담당자 등으로 편성하고 있다. 개인의 상황에 맞춘 종합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알려졌다.

호보 교수는 주제 강연을 마치면서 "지역의 문제는 지역에 묻고, 지역주민에 들어라."라고 말했다.
 
지자체 규모, 모든 분야에 중요한 영향
한편, 지난 1일에 열린 심포지엄에서 이케가미 히로미치 일본자치체문제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자치단체의 규모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에 대해 일본의 경험을 발표했다. 일본의 기초 지방자치단체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120년간 한결같이 진행되어온 기초자치단체 합병정책 때문이다.

일본은 1888년부터 2010년 사이 기초자치단체 수를 보면 3번의 합병정책을 거치면서 71,314개에서 지금은 1,727개로 줄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1999년부터 2010년 사이에 3,232개의 기초자치단체가 1,727개로 약 47% 전반의 사라졌다. 이 당시 합병정책의 슬로건은 '행정의 효율화'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작한 합병정책은 사회적 연대가 무너져 가고 있다고 한다. 또 지금 일본에서는 자살과 아동학대가 중대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케가미 주임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의 목적, 즉 주민의 권리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주민생활에 이러한 곤란이 확산되어 있다면 지자체행정이 주민생활을 지원하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한다."라며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데 그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지자체의 인구 규모가 커져서 지자체 공무원의 눈에 개별 주민의 생활상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기초지자체 합병에 따라 지자체공무원의 수가 감소하였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케가미 주임연구원은 "일본의 경험은 지자체의 규모가 산업정책, 복지, 교육정책 등 지자체 행정의 모든 분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과, 효율화의 이름 아래 지자체의 규모를 안일하게 확장해 가는 행위의 위험성을 알려주고 있다."라며 "일본의 지역사회가 붕괴된 경험에서 한국 지방자치제도의 읍·면·동 등 행정단위의 중요성을 강조해 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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