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덕임(72, 동향 학선리 봉곡)

막걸리 한 잔 먹어로 전주 삼천동으로 갔드니 안주가 몃가진가 생각도 안나요.
홍어뭇침, 새우, 꼬막, 부침개, 누룽지 하이간 한 이십가지 나왔는데 김치는 업서요. 고급이로만 나오고 숭어회감도 주어요. 해삼도 주고 실수도 업어요.

술 한주전자 먹고 또 가저 오라고 하면 술 따라서 안주도 새로운 안주가 나와요.
저녁에 몃시간 먹으면 별 안주가 다 나와요. 술 다섯 번 먹으면 안주가 새로 가져오는기 한 이십여가지 나와요.

무었 무었인가 다 먹엇지만 생각도 안나요.
막걸리 집에서 나오는데 이런 글이 잇어서 내가 한 번 베껴 보았습니다.

[이바 이웃드라 산수 구경 가쟈스라/답청으란 오늘 하고 욕기란 내일하새
아침에 채산하고 나조해 조수하새/갓괴예 닉은 술은 갈건으로 밧타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노코 먹으리라/화풍이 건듯부러 녹수 건너오니
정향은 잔에지고 낙홍은 옷새진다/준중이 뵈엿거든 날다려 알외여라
소등 아해다려 즈가에 술을 믈어/미음완보하여 시내가의 호자안자]
- 송강 정철이 강원도 유배 시 쓴 송강가사의 한 대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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