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면 송풍리 방화마을 길희자 씨

▲ 길희자 씨
그녀의 시골살이는 꽤 길다.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결혼 후에도 시골생활은 계속됐다. 그래서 진안에서의 삶이 낯설지만은 않다.
"진안으로 오기 전 논산에서 12년 정도 살았지만 그곳도 시골이었어요. 저는 농사짓고 남편은 회사로 출퇴근을 했죠."

2년 전 용담면 방화마을로 삶의 터전을 옮긴 길희자(40) 씨.
그녀는 도시생활보다 시골생활에 더 큰 가치를 두고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을 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느끼는 농촌생활
"시골생활은 처음에 남편이 권했고 저는 달가워하지 않았지요. 어릴 때 시골에서의 삶이 별로 좋은 기억이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남편 따라 시골생활을 하면서 제 스스로 시골에서의 삶에 대한 재미를 붙였어요. 이제는 도시보다 농촌에 더 큰 삶의 가치를 두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길희자씨가 진안 용담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이규홍(주천면)씨의 역할이 컸다. 결혼하기 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선배 이규홍씨의 집을 자주 다니면서 진안을 알게 되었고 그 연이 용담까지 닿았다.
"이사를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그러다가 용담을 오게 되었는데 눈에 딱 들어오더라고요."

눈앞에서 사계절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고 흙을 만지고 밟고 살아가는 시골이 참 좋다고 말하는 희자씨는 삶의 대안을 생각하면서 시골에서 느낄 수 있는 대안들을 생각하고 공부한다. 그러면서 시골생활이 주는 매력에 점점 더 빠져들고 있단다. 그녀는 시골에서밖에 살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녀는 현재 50평에 감자농사를 짓고 있다. 그래도 전에는 이것저것 농사지었지만 작년 겨울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할 수가 없다. 대신 그녀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학교 밖에서의 공부
길희자씨에겐 세 명의 자녀가 있다.
16살 큰 아들은 홈스쿨 중이고 초등학생인 둘째아이는 송풍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리고 막내아이도 집에서 뛰어논다.

"공교육에 문제가 많잖아요. 저는 아이들 줄 세우기, 머리에 숫자 써놓기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아이들은 학교 안에서나 밖에서나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 가면 행복하지가 않아요."

아이들의 행복보다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요즘 교육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희자씨는 큰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대화를 많이 나눴다. 부모라고 해서 아이한테 강요는 할 수 없기에 많은 대화를 나눴고 아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학교 밖으로 나와 공부를 해 보고 길을 찾아보자는 부모의 뜻에 동의했다.

"하고 싶은 공부,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해야 한다고 봐요. 자기가 주체가 되어야하지 누가 시켜서 하면 도구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 교육은 잘못된 것이지요."
공부의 개념을 책만 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배운다는 자세로 대하라는 것이 희자씨의 교육방침이다.

"큰 아이가 생물학, 특히 곤충에 관심이 많아요. 때문에 시골이 주는 자연은 공부함에 있어서 더할 수 없는 제공자이지요. 자연을 마음껏 활용해 보라고 합니다."
이처럼 희자씨의 아이는 자연이 주는 정보와 함께 전문서적을 보면서 학교에서보다 더 깊이 있게 공부한단다.

"한번은 용담중학교에서 과학 선생님이 찾아오셨어요. 그리고 저희 아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열심히 해라. 이렇게 공부하는 네가 부럽다.'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지금의 제 교육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니구나라고요. 가끔씩 동생 편에 자료 등을 보내주세요."
그녀는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둘째아이와 홈스쿨에 대해 대화를 하고 있다. 큰 아이 때와 마찬가지로 강요는 하지 않고 결정을 아이 본인에게 맡기고 있다.
 
각자의 꿈을 하나로 엮어내는 통로
"진안은 귀농인 활동도 활발하고 정책도 많아요. 그리고 산과 물이 정말 좋습니다. 진안 어느 곳을 가도 좋은 것 같아요."

희자씨는 지금의 삶이 행복하고 즐겁다.
그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찾아가서 봉사하고 활동한다. 현재 주천면 마을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장애인복지관에서 잡지를 만드는 일에 편집위원으로도 동참하고 있다.

그녀가 짧은 기간 진안에 와서 생활하며 느낀 것이 있다면 서로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장이 적다는 것이다.
"각자 꿈들을 꾸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꿈을 모아서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장이 없는 것 같아 아쉬워요. 앞으로 그런 역할을 담당했으면 좋겠어요."

할 수 있는 위치에서 함께 나누고 서로를 키워줄 수 있는 관계, 함께 꿈꾸고 바라보고 생활하는 삶. 그게 길희자씨 그녀가 진안에서 꾸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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