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나우교육연대 신귀종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지금. 돌이켜 보면, 지난 그 봄은 무척이나 뜨겁고 열정적이었다. 오랜만에 살아있음을 느낄 정도로 흥분된 봄이었다. 날씨도 무더웠지만 내가 하는 일이 너무나 신나고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교육감선거운동을 해 본 것이다. 전에 개인적인 빚이 있었고, 친한 친구의 눈물어린 설득으로 그 일을 하기로 했었다. 개표일의 밤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봄의 한껏 달아오름을 시샘하듯 더 뜨거워야 할 여름 날씨는 반대로 습하고 끈적거리며, 비의 연속이었다. 한가위도 물난리로 우울한 인터넷기사가 전부였는데, 어느 새 앞산의 꼭대기 나무들이 푸름을 놓고 쭈그러지는 모습이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것 같다. 나무는 잎을 떨구고 광합성을 중지해야 겨울을 날수 있다. 몸속의 수분이 많아지면 추운 겨울을 무사히 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연이 그렇듯 우리 모두는 다시 봄을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교육행정체제가 출범했으나 환영보다는 비난에 가까운 비판과 견제가 심한 것이 날씨와 참으로 많이 닮은 것 같다. 행복한 교육공동체, 아이가 마음껏 학교 다니고 싶은 곳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말이다. 큰 틀에서는 모두가 같을 것이다. 아이가 학교가고 싶어 하고, 부모가 사교육 또는 급식비등으로 고민하지 않고, 아이가 학교에서 미래를 준비한다는 취지는 모두 같은데 말이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비난과 비판은 다르다고 한다. 대안을 분명히 하는 평가는 기존 주장과 다르더라도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의 과제가 무엇일까? 어떻게 하는 것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고, 꼭 필요한 것일까? 많이 고민해 보았다. 선거기간에는 당선만 된다면 무조건 좋은 교육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선거 운동한 죄로 '핀란드식 교육' '아키타현의 기적' '지역교육론' 등 별로 관심가지지 않았고 재미없는 것들 까지 살펴보게 되었다.

그것들에서 본 것 중 모두가 일치하는 것이 있었다. 원치 않았는데 1위를 한 것이고, 1위보다 다른 목적으로 출발한 것이 결과가 그렇다는 것이다. 나라의 땅이 황폐하고 자원이 없는 핀란드는 사람이 자원이고 희망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 교육혁명이고, 낙후지역이어서 더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 한 교육이 아키타의 기적이 되었다. 또 하나의 일치된 것은 둘 다 긴 시간, 반 세대 정도 이상의 투자와 노력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우리 지역은 서울시의 면적보다 훨씬 크고, 한 때 10만이 넘던 인구가 살았었다. 새마을 운동이 시작 전이 그랬다. 그 후 지금은 초가집도 없애고 사람들도 없애서 3만이 채 안 되는 전국에서 가장 가난하고 교육평가 결과도 꼴찌에서 3위를 한다고 하는 지역이다. 초등학교 경우 한 곳을 제외하고 전체 학급이 6학급정도이거나 아이들 숫자가 고작 50명 남짓 하고 심지어 두 곳은 아이가 적어서 폐교를 준비한다고 한다.

겨울이가면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봄이 다시 온다. 우리는 다시 봄이 올 것 이라 굳게 믿고 그 봄을 준비하려한다. 그 넘기 힘든 보리 고개도, 그 전, 훨씬 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살았는데 말이다. 21c 삶의 질을 중요시 하는 시대에, 이 좋은 땅, 공기, 물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살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기에 그렇다.
우리는 거의 모두가 떠나 황폐한 이 지역을 교육을 중심으로 살리려 한다. 그 것도 폐교를 하려는 곳으로 이사 가고, 전학 가서 살려보려 한다. 그 곳은 임진란의 유적이 있고, 깊은 산이 있으며 졸졸졸 냇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장을 짓는다고 할 정도로 수려한 경관이 있으며, 마을 사람들이 함께 지역, 학교를 살리려 하나가 된 곳이기에 더욱 그렇다.

졸업한 동문들도, 마을을 떠난 출향민도, 지역에 관심이 많다. 지금 학교 운영위원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지역 군수님께서도 지역 살리기에 온몸으로 함께 하고 있는 곳이다.
더 고마운 것은 선생님들이다. 초임선생님도 계시지만, 교육경력이 많은 선생님들이 더 적극적이다. 혁신학교가 뭔지도 모르지만, 혁신학교 지정과 무관하게 훨씬 전부터 모임을 갖고 학교를 살려보려 한다. 운영위원들과 동창회원들과 마을 원로들과 밤새 막걸리로 시작되지만 끝에 발그레한 얼굴에는 희망의 교육 터, 아이들이 바글대는 희미한 눈빛으로 끝을 낸다.

현재 11명의 학부모의 동의를 받았다. 그 곳으로 전학할 것을 말이다. 또 전주에도 가서 학교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폐교 예정이었던 남한산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많아져서 땅값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우리는 땅값을 올리려는 게 아니다. 마을을 살리려는 것도 아니다. 가난은 나랏님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않던가? 우리는 내 아이로부터 교육을 살려보려 그곳으로 가는 것이다. 내 아이가 학교 가고 싶은 곳을 만들어 주러 가는 것이다.

우리 지역은 다문화 가정이 많고, 한 부모 가정,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봐 주는 아이들이 많은 곳이다. 그 아이들은 밥 짓는 일도 잘 할 수 있고, 청소도 잘 한다. 물론 냇가에서 그물질, 아이들과 뜀박질도 잘한다. 인사도 잘하는 그들에게 내 아이를 그 곳에서 그들이 잘하는 것을 배우게 할 참이다. 그 아이들과 노래도 불러 합창단도 만들고 싶고, 서툴지만 악기도 연주해 보고 싶다. 술에 찌든 아빠에게 맞고 사는 아이들에게 바스 콘셀로스처럼 위대한 작가가 되라고 말도 해주고 싶다.

아이들도 사회에서 배운다. 그들만의 사회 말이다. 그 걸 차단하고 학원으로 뺑뺑이 돌리는 것은 경마장의 말들을 연상시킨다. 숨이 막힐 것 같다. 학교가 좋아지면 그곳에서 훨씬 더 적극적으로 공부를 할 텐데 말이다. 지금 선생님들은 학교 커리큘럼을 준비하신다고 한다. 성적이 꽤나 걱정되나 보다. 이런 선생님들이 계시는데 우리아이 성적이 걱정될 것 같은가? 아니다. 부모의 조급증과 이기심이 더 걱정해야 할 것이다. 성적이 먼저가 아니라 관계가 먼저라 생각된다. 아이가 주변 자연 환경과 친구, 학교와 선생님, 부모 이웃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비교해보고 호기심을 가지고 관심을 생각하게 된다. 여기에 관심과 지식을 조금 더 보탠다면 훌륭한 교육이지 않을까 싶다.

이런 지역과 교사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관심과 지도를 하는 곳이 교육청이 아닐까 한다. 학교의 감사도 지역민이 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작은 교육청과 지역민들이 도우는 교육 그런 교육을 꿈꾸며, 우리지역을 지원해 주는 교육지원청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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