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배인재 진안군장애인복지관 관장

2007년에 세계관광기구와 유엔환경계획, 세계기상기구는 "다보스 선언(Davos Declaration)"을 채택하고, 2008년에는 기후변화 대응을 핵심의제로 채택하면서 탄소경제시대에 부응한 저탄소 녹색관광 개발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나라 전체 산업에 걸쳐서 녹색성장이 새로운 변화의 지향으로 삼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 진안군도 예외는 아니어서 유기농벨리 조성으로 대표되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하며, 대안이 될 수 있는 생태적 발전에 기대를 걸고 있는 추세이다.
 
올해 초에 입안된 '진안군 장기종합발전계획'에 따르면 지역사회 중심의 문화관광 기반 구축을 목표로 홍삼산업을 활용한 관광거점 및 시스템구축, 군내 관광자원과 축제연계 개발,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 주변 지역 관광객 유입, 지역사회 중심형 관광자원개발 추진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지역이 안고 있는 취약한 관광 인프라, 봄·여름에 집중된 관광객의 방문, 인근의 무주군이나 완주군에 비해서 현격히 적은 관광객의 수치 등이 열악한 현실을 잘 반영해 준다고 할 수 있겠다.
 
현실이 고단하다고 해서 비관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항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은 지역사회 안에서의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는 지향과 삶이지 않은가? 맥주와 눈축제로 유명한 삿보로가 위치한 일본의 훗가이도(北海島)는 긴 겨울과 추위라는 악조건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멋진 자연풍광과 왕성한 화산활동으로 온천을 비롯한 관광산업이 매우 발달하여서 겨울철에도 한국 관광객이 줄지어 찾는 유명 도시들이 즐비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들이다.
 
그러나 350만명 이상의 이용인구와 월 1회 이상 경기장을 찾는 이가 150만명이 넘는 스포츠인 '파크골프(Park-Golf)'가 1983년에 이 지역 안에 있는 마쿠베츠 지역에서 출발한 것을 아는 이는 그렇게 많지 않다. 뜬금없이 무슨 골프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분들도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파크골프는 국민이나 지역주민의 보건복지 및 정서생활 향상에 기여할 목적으로 조성된 '공원'의 뜻을 가지고 있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공간에서 일반 골프의 게임요소가 결합하여 탄생한 스포츠라고 말 할 수 있겠다. 사용되는 경기 도구는 골프클럽과 모양이 비슷하고 헤드의 각도가 0도이며 길이가 86센티미터인 클럽과 지름 6센티미터의 플라스틱 볼, 그리고 티(Tee, 파크골프 전용볼을 올려놓는 받침 도구)를 사용하여 골프와 비슷한 룰을 적용하여 일상에서 흔한 잔디밭에서 플레이를 한다.

파크골프는 일반적인 잔디구장을 활용하므로 농약 살포를 통한 환경오염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다. 남녀노소, 노장청,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가족단위 중심의 가정 친화적 스포츠이다. 일본의 파크골프장은 온천을 중심으로 하는 부대시설과 테마파크, 지역사회 관광 상품과 연계한 '레저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면 훗가이도 내의 별다른 관광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마쿠베츠 지역의 연간관광 소비액은 2천 억원이 넘고, 파크골프장에 인접한 나가누마에서의 현지 특산품 판매의 매상은 연간 4천 억원이 넘는다. 열악한 자연조건과 기후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이 역발상적 시도가 지역사회를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닐까? 외지 관광객들은 이 지역에서 4개절 내내 파크골프로 자연을 즐기고, 걷고, 먹고, 쇼핑하고, 온천에 들어가 종일 보내는 관광문화를 만들어 냈다. 이 사례는 홍삼스파 활성화로 애쓰고 있는 우리 진안군에 조그만 착상의 꼬투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대중성과 무한한 성장가능성을 갖고 있는 파크골프는 천혜의 진안고원을 잘 보존하면서도 인간관계 개선 및 가족친화적 가정교육 증진, 건강증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미 일본의 선진사례는 증명하고 있다.

지역사회를 탐방하면서 용담댐 건설에 따라서 형성된 면 지역 마다의 천연 잔디구장과 군의 투자에 의해서 조성된 드넓은 잔디밭을 경관용 목적으로만 두기에는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즐길 거리(생태적 파크골프)와 머물 거리(쾌적한 숙박시설) 그리고 먹을 거리(로컬푸드)가 결합된 관광 상품이 군민들의 일 거리(친환경 공공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담보해서, 변화하면서 풍요로운 진안세상을 만들어가는 효자 노릇할 꿈을 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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