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부터 체계적 선수 육성 강조
♠ 이 주에 만난 사람 … 서울에서 온 배구지도자 문상기 씨

▲ 문상기 씨
그를 보자마자 농사도 짓지 않고 이런 시골에서 뭘 해먹고 살아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보장된 자리도 없이 내려와서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양새가 안타까웠다. 나이도 젊고 잘생긴 청년이 뭐하러 오지로 소문난 진안에 왔을까.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 나를 보는 주민들의 시선이 이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살려고 왔어요. 너무 힘들게 살았는데 이제는 좀 천천히 느리게 살려고요."
지난 27일 시장에서 만난 문상기(31) 씨는 웃으며 말했다. 진안초등학교에 배구부를 창단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소문을 듣고 연락한 터였다.

배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배구는 기본적인 규칙 외에는 거의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운동으로 평생을 살았을 텐데 말솜씨가 좋았다.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전달하는 모습은 그가 대학 때까지 배구공을 코트에 내리꽂는 모습을 상상하기보다 기업체 홍보담당 같은 느낌마저 들게 했다.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한국의 배구선수 육성방법은 많이 낡아 있습니다. 기존방식을 버지리 못하는 것은 아직도 과거 방식을 고집하는 지도자들이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동기도 학교에서 배구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만 마찬가지더라고요. 저는 좀 바꿔보려고 그래요. 너무 입시위주와 성적위주를 강조하다 보면 분명히 몸에 무리가 오는 것이죠. 그냥 강행하니까 선수생명이 짧아요. 자신의 몸을 다스릴 줄 아는 선수들을 키우는 게 제 꿈입니다."

역시 젊은이 답다. 인하대 배구선수 생활을 마치고 수년간 건강한 몸을 관리하는 개인 트레이너 생활을 해 왔단다. 대도시의 헬스클럽에 가면 개인코치와 상담을 담당하는 인력이 있다. 유명한 이들은 책도 내고 연예인들의 몸 관리도 해주는 등 요즘 뜨는 직종 중의 하나다. 공부하고 자신과 고객을 대상으로 시험도 거치면서 근육을 다루는 일에 능통해졌다.

근육을 기르고 다이어트에 집중해 몸을 가꾸는 이들이 그의 고객이었다. 몸이 효율을 내려면 적정부위의 근육이 최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해 수십억의 비용이 든다는 박태환의 몸 관리는 이런 이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장거리에 뛰어났던 그가 결국 400미터 자유형에서 우승하게 된 것도 '잔 근육 관리' 때문이라는 견해가 그를 관찰한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몸 관리가 훨씬 중요합니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하는 선수는 항상 위험에 노출되기 마련이죠.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관리하면서 선수생활을 한다면 전국최고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려면 초등학교로 출발하지만 진안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배구부도 만들어 놓아야 지역을 떠나지 않으면서 체계적인 관리와 팀워크를 통한 성적향상도 기획이 가능한 것이겠죠."

논리적이다. 190cm에 이르는 훤칠한 키를 보자마자 '아 저 사람이구나'를 알아보았다면, 한시간여의 대화를 통해 확실한 주관과 기획력 아래 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갖춘 점은 이 지역이 품어야 할 인재라는 느낌이 들었다. 진안과의 첫 인연은 지난 도민체전 때와 홍삼배를 진안대표 배구선수로 뛴 경험 때문이다. 익산 남성고등학교 선배가 진안에 여럿 있다고 했다.

그 선배들이 그를 먹여 살릴 수는 없다. 살려고 서울에서 가지고 있던 '조건'을 버리고 진안에 온 그다. 학교 체육을 살리려는 지자체와 학교 교장, 올바르게 선수를 키우는 안목을 가진 지도자가 손잡기만 하면 된다. 희망을 보았다. 그의 열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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