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허지현 진안고원길 재능나눔

'바람 이는 고원길에 서다.' 10월 1일부터 시작된 장기 걷기 프로젝트가 어느새 5회차로 접어들고 있다. 내가 경험한 고원길 걷기는 진안의 마을과 고개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였다.
"오늘 걷기에서는 특별하게 골프장 건설 현장을 지나갑니다. 진안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있는 길도 중요하지만, 개발로 인해서 파헤쳐지고 방치되어 있는 이곳의 현실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안 고원길 정병귀 사무국장이 오늘 우리가 지나갈 곳에 대해서 설명한다.

금남호남정맥을 지나 임도로 이어지는 길. 풀이 우거져 있다. 마령 내판치에서 부귀 미실에 이르는 고갯길. 언덕을 넘어 길을 따라 걷다 조금 지났을까? 풀들은 온데간데없고 파헤쳐진 산골짜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산 곳곳은 파헤쳐져서 하얗게 잇몸을 들러내 놓고, 바닥에는 발파해 놓은 작은 바위들이 굴러다니고 있다. 이 풍경을 보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임도를 따라오면서 이런 풍경을 상상이나 했을까? 이런 산골짜기를 누가 이렇게 해놓고 방치를 해놓은 것인가?

"2008년도에 87만평 부지에 골프장 36홀 짜리를 만들고, 골프특성화 고등학교 유치, 전원주택단지 등을 조성하다고 이곳을 매입했어요. 골프장이 생기면 고용창출과 매년 세수 증대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면서 말이죠. 그 당시 환경훼손을 우려해서 주민들이 반대도 하고 대책회의도 했지만, 막을 수는 없었죠. 그런데 공사가 시행된 지 8개월 만에 회사 사정으로 공사가 무기가 연장된 것이 지금까지 이렇게 방치 된 거에요."
87만평.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골프장건설 중지 현장을 걸어오는 길……. 걸어도 끝이 없는 파헤쳐진 산골짜기만 보인다. 고용한 정적만이 흐른다. 이렇게 파헤칠 만큼 파헤쳐놓고 중지할 거라면(회사 자금난에 의한 것이라도 말이다) 왜 굳이 힘들게 공사를 진행했어야 할까. 차라리 이곳을 자연그대로 놓아두면 안됐을까.

얼마나 지났을까, 위태롭게 깎여나간 산들 사이에 포클레인 한 대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공사를 재개 한 것인가? 아니면 왜 움직이지. 골프장 공사와 관계없는 것일까.
원래대로의 자연으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현재 상태로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파헤쳐진 산들에게 야기되는 문제점들이 눈에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훼손은 벌써 발생했으니 어쩔수 없다고 해도 집중호우 때 파헤쳐진 넓은 산골짜기에서 토사와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서 아랫 마을 등에 인명사고와 같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만약 사고가 나게 되면 이것은 인재인가 자연재해일까?
미곡마을에서 바라 보는 골프현장. 산들에 가려서 저곳이 골프장인지 깊은 산골짜기인지 알 수 없다. 군민은 알까. 누가 알까? 진안의 깊은 산골짜기가 파헤쳐져 신음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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