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천면 무릉리 이규홍

아! 가을입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계절입니다. 밖으로 나다니며 이 살가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창을 통해 하늘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조금 쓸쓸한 것이 흠이긴 하지만 그 쓸쓸함도 잘 활용하면 내면의 나와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에 그마져 좋은 시간입니다.
엊그제는 아내가 저를 차에 태우고 동네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눈으로 들어오는 가을의 풍경은 언제나 그랬듯 풍요로웠습니다. 실상이야 어찌되었던 간에 말이지요.
너른 마당마다에는 빨간 고추가 가득 널려있고, 금빛 들녘에는 콤바인 돌아가는 소리가 우릉우릉 울리고, 집집마다 담벼락에 붙어 선 대추나무에는 먹음직스런 대추가 가득 열려 내남없이 담 너머로 절로 손이 뻗어집니다.
요즘 참 신나고 즐거운 일들로 마음이 분주합니다. 뭐 제가 바쁜 건 아니고 배불뚝이 아내가 바쁜 거지만 어쨌든 저도 마음이 바쁩니다.
우리가 바쁜 이유는 그간 그렇게 갖고 싶었던 우리의 땅을 갖는 일 때문입니다. 갑자기 어디서 돈벼락을 맞았냐고요? 그런 대박이 어디 아무에게나 터집니까? 작년에 아내가 창업농으로 선정이 돼서 농지구입자금이 마련이 된 덕이지요.
그간에 영농후계자나 각종 농업기반시설, 농업소득의 향상을 지원하는 여러 제도가 눈 밝은(?) 농민들에게 혜택을 준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융자나 보조를 받아왔던 많은 농민들이 안타깝게 실패했던 사례를 숱하게 보아온 것도 사실입니다.
소를 키워라, 이걸 심어라, 저걸 하면 성공한다는 따위의 말들을 따라 해 봤지만 경험과 기술, 정보의 부족 등 내적인 이유와, 생육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당국의 권유나 과잉생산으로 인한 가격폭락, 유통시스템에서 농민이 제외되는 등 외부요인으로 인해 여러 시도들이 무위로 돌아간 예를 보아왔습니다. 게다가 소득은 고사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빚더미만 지고 끝내는 집과 땅을 버리고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까지 있었습니다.
그 사례들을 거울삼아 우리는 융자받은 자금을 모두 농지를 구입하는 데만 쓰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땅 만큼 안전한 투자가 없다지 않습니까?^^
빚으로 장만한 땅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제부턴 우리도 땅땅거리며 살게 되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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