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헌 진안군선관위 지도계장

선거 때만 되면 조용하던 작은 고을이 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누구를 위한 선거인가?
막걸리 한 잔에 소중한 주권이 매매되고 부끄러운 과거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우정은 금이 가고 이웃간의 골은 점점 깊어만 져왔던 선거...
때를 만난 인사들은 동분서주하며 정신없이 누비다 세치 혀의 무게도 감당하지 못하고 치유되기 어려운 온갖 상처만을 남긴 채 그렇게 선거풍토는 가픈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달음질해왔다. 시끌벅적했던 선거가 끝나면 누가 지난 선거에서 무엇을 약속했는지 아예 기억도 하지 않으면서 누구 때문에 누구를 위하여 생겨났는지 알지도 못한 채 남겨진 아픈 상처만 부여잡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일상의 생활로 돌아가곤 했다.
선거 때만 되면 고개를 쳐드는 병폐 정실주의! 지역주의! 그리고 무관심!
60년대 이후 급속하게 성장한 물질문명에 의식수준이 따라가지 못하여 생기는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혈연 ? 학연 ? 지연을 중시하는 정실주의라는 악습이 생겨났고 또한 밀려오는 현대 물질문명 속에서 오는 소외감과 상대적 피해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같은 지역사람끼리 뭉쳐 동료의식을 느끼고 서로에게 막연한 기대심리를 가지게 된 바, 이러한 기대심리에 편승한 일부 몰지각한 자들의 자극으로 지역감정은 생겨났고 그 골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져 왔다. 이러한 정실주의·지역주의가 선거에 교묘히 악용되고 있는데 우리 유권자들은 아무런 저항 없이 아무런 피해의식도 없이 그저 담담하게 지나쳐 버리고 이제 선거의 일상화 속에서 치유되기 어려운 불치병이 되어 선거문화를 병들게 하고 있다.
그런데 선거는 꼭 이렇게만 치러야 하는가? 왜 유권자들이 언제나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가?
모든 유권자가 눈을 똑바로 뜨고 주권을 바르게 행사하면 누가 감히 금품이나 향응으로 표를 사려 하겠으며 정실주의 ·지역주의에 편승하여 소중한 주권을 유린하려 하겠는가? 결국은 다 내 탓이고 나의 몫이다. 올바르게 비교하고 현명하게 판단하는 유권자의 모습을 보일 때 각 후보자는 참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며 유권자를 진정한 주인으로 모시고 충복의 역할을 다하게 될 것이다.
좋은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은 결국 유권자들의 권리이고 의무이다. 우리를 위한 선거가 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한다. 선거의 주체는 후보자가 아니라 유권자임을 명심하자.
정실주의·지역주의에 매달리는 함량미달의 후보자, 금품으로 유권자의 양심을 흥정하는 부도덕한 후보자는 반드시 응징하여 소중한 한 표의 위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내 손으로 해냈다는 진안인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축제로서의 선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고장 청정진안에서는 구태의연한 선거풍토가 애향심으로 승화되어 지역통합 및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촉매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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