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부기관의 공무원은 정책의 집행자들이다. 상부에서 아무리 우수한 시책을 개발하고 내려보내도 이들이 움직이지 아니하면 되는 일이 없다.

자치단체도 마찬가지이다. 자치단체장치고 자신이 통솔하는 자치단체의 발전과 성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복지부동(伏地不動)하고 있으면 희망이 없다. 참으로 이 복지부동이란 괴물은 끈덕지고 고약해서 역대의 많은 위정자들이 이 괴물과 싸워 이긴 사례가 없다. 역대 정권의 실정의 원인도 대부분 이 괴물이 개입해서 상의하달(上意下達)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럼에도 왜 이 괴물을 뿌리뽑지 못하는 것일까?

이 괴물의 탄생 배경은 간단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원인이 공무원 자신에게도 있지만 정치, 사회적 환경, 잘못된 조직문화 등 부조리의 총합이 복지부동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어지간한 잘못이나 무능에도 끄떡 않는 것이 공무원의 신분인지라 공무원을 일러 ‘철밥통’으로 빗대기도 한다.

그저 적당히 하는 체 하고 시간이나 보내도 월급이 나오고, 때되면 적당히 윗선에 환심사서 승진하면 되는데, 굳이 열심히 일할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열심히 일해봤자 인사 때에는 평소 무능하고 빈둥빈둥하던 동료가 먼저 승진하는 꼴을 보면 일할 맛이 나겠는가?

머리 쥐어짜 정책 개발하고 추진해봐야 만일에 실패라도 하는 날에는 피박 뒤집어쓰는 판인데 찾아서 일하는 놈이 미친놈이지.

개혁? 말이야 좋지, 그런데 개혁하면 내 자리 위태해지고 할 일이 더 많아지는데 개혁은 왜 해?

이런 공무원들이 한둘이라면 몰라도 대부분이라면 어찌 손을 쓰겠는가? 아무리 닦달을 한다한들 이런 상대들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이 먼저 지쳐 쓰러지고 말 것이다.

이 괴물은 참으로 나라와 국민에게 암적 존재인 만큼 제거해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암조직이 전체의 10%정도라면 수술이 가능하겠지만 더 많아지면 수술도 불가능하다. 수술하는 순간 개체가 죽을 테니까 말이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개체를 죽이지 않고 병을 낫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쉬울 리가 없다.


인사는 과감해야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초기 개혁의지가 흐지부지 되고 만 것은 공무원의 복지부동이 가장 큰 이유라는 지적에 대부분 동감한다.

자치단체의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도 이 괴물이다.

이 괴물의 퇴치에는 ‘공정한 인사’가 가장 좋은 무기임은 다 알고 있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말처럼 무사안일, 복지부동이 체질화된 공무원을 퇴출시킴에는 사정(私情)을 두지 말고 과감해야 할 것이다.

찾아서 일을 하고자 하면 그 일의 결과가 실패일 수도 있다. 이런 공무원이 있다면 표창을 할지언정 책임을 물어서는 곤란하다.

미운 부하를 인사에 우대하는 군수가 있었다. 그 이유는 아부하지 않는 점이 장점이라 했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제대로 지켜진다면 복지부동이라는 괴물은 설자리가 없어진다.

‘사람 좋은’ 지도자보다는 ‘잔인한’ 지도자가 더 조직을 잘 추스르는 경우를 많이 본다. 마음이 유약해서는 집도(執刀)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자치단체장이 되려는 사람은 잔인(?)할 필요도 있겠다. /진안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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