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진안치과 원장

 지난 몇 주 동안 황우석교수 문제로 온 국민이 공황에 빠졌다. MBC의 ‘PD수첩’에서 제기하면서 시작된 문제가 시간을 지나며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사태 초기 황우석을 보호하는 것이 애국이라며 PD수첩을 매국으로 몰아 결국 프로그램의 문을 닫게 하였다. 그러나 진실에 접근할수록 과연 옳았던가 반성해야 한다. 소수의 다른 의견도 있었으나 애국적인 여론에 밀려 혼란을 바로 잡지 못하였다. 뒤 늦게나마 이 사태를 통해서 한국 사회는 문제를 성찰하는 진정한 기회를 갖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최근 황우석사태에서 나타났던 국민 여론과 애국이란 면에서 이번 사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들을 겪어왔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IMF구제금융사태와 2002년 월드컵열풍도 그중의 하나이다. 때로는 그것이 위기를 짧은 시간에 극복하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위기를 만든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바로 잡는 것엔 걸림돌이 된다.

황우석 사태 초기 PD수첩의 보도에 대해 국민 여론이란 이름으로 모든 언론이 MBC를 집중 공격을 하였다. 상황이 변하여 PD수첩이 그릇된 판단을 하지 않았음이 밝혀지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잘못을 자성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한국 언론의 현주소다. 금모으기가 한국 경제에 보탬이었는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었는지 검증하는 언론이 없었던 것과 같다. 월드컵 기간 중에 여중생 둘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사실을 국민에게 알려주기 위해 노력한 언론이 있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월드컵 후에  축구를 응원하던 그 자리에서 촛불을 들고 추모하기 전에 먼저 월드컵 기간 동안 무관심했던 점을 반성하고 부끄러워하는 것이 먼저 해야할 일 아니었던가 지적했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이런 문제들이 겹쳐서 항상 위기가 쉽게 찾아올 수 밖에 없다. IMF를 쉽게 극복하기 위해 IT산업을 중심으로한 벤처사업에 집중과 선택 -과연 제대로 되었는지도 의심스럽지만 - 을 하였다.  이런 정책은 현실에서는 진승현게이트를 만들어 낸다. 카드 남발과 무분별한 회사 매각은 현재까지도 온 국민이 그 부담을 떠 안고 있는 현실이다. 균형 감각이 없는 선택과 집중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황우석사태에서 가장 염려되는 것은 과거를 되풀이 한다는 점이다. 국민의 정부에서 진승현게이트라고 한다면 참여정부는 황우석사태라 할 만하다. 황우석교수의 연구 성과 조작이란 점에선 범법자인 진승현게이트와 비교하는 것이 부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사안 안에는 경제정책의 핵심이 있다. 선택과 집중이란 정책에서 벤처사업으로 고용을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하고 BT산업인 생명공학으로 경제의 활로를 찾는 정책이다. 물론 두 산업은 부가가치가 아주 높은 산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부가가치가 높은 두 산업은 고용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일하는 사람이 아주 적다는 장점(?)이 있다. 사업이 성공하였을 경우, 이익은 소수에게 집중된다. 잘못 되었을 때 결과는 진승현 게이트와 황우석 사태이다.

지난 모든 정권은 농업을 희생해 왔다. 과거 TV와 자동차 수입을 억제하면서 공업을 보호하면서 밀과 고추등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수입해 왔다. 정부가 쌀보호 정책, 농업보호정책을 말이 아닌 실제로 시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불과 며칠전 많은 농민들이 홍콩까지 날아가서 시위를 할  때 대한민국의 협상대표는 ‘농업 부분 수입제한을 포기하겠다’는 원고를 배포했다가 취소했다. 협상을 하러 가겠다면서 농업 포기선언을 하는 정신분열적인 관료가 우리의 협상대표이다. 이런 정책을 국내에서 검토하고 승인한 현정부는 정신박약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정부는 농업을 말살하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고 지금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IT산업과 BT산업에 선택과 집중은 필요하다. 그러나 다른 산업을 죽이는 것은 선택과 집중이 아니다. 농업과 공업, 서비스 산업등 제반 산업이 균형있게 발전하며 작고 효과적인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한 부분을 포기하며 한부분에 집중하는 것은 ‘선택과 집중’이 아닌 ‘포기와 선택’인 것이다. 국가경영에서는 포기해서는 안되는 부분이 많다. 그 중 중요한 하나가 식량안보이다. 며칠 전 새만금방조제 관련 판결에서 식량무기화란 의미에서 더 많은 농지(새만금간척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식량자급을 위해서 더 많은 농지가 필요한지, 쌀값 안정이 필요한지는 법원을 빼고는 모든 국민은 알고 있다.

황우석사태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들을 하나하나 차분하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 지금은 황우석 신화를 만드는 선택과 집중 보다는 기초를 끌어올리는, 기초체력을 다지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농업이 그 기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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