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천면 산악회

아내는 소풍가는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부터 도시락을 준비한다. 오늘이 안천 산악회 등산가는 날이다.안천산악회는 황의범(64세) 회장을 비롯하여 44명의 회원으로 40대 중반부터 60대 후반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며 안천지역에서 주로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로 구성이 되었다. 처음 황의범씨가 등산모임을 해 보자고 했을 때, 농사짓는 사람들이 눈만 뜨면 논으로 밭으로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데 힘들어 산에 오를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황 회장의 부부가 산행하는 날마다 많은 양의 찰밥을 해오고, 돼지고기도 볶아오고, 집에서 담근 오래된 포도주, 오가피, 헛개나무즙 등 황 회장의 정성에 사람들이 모여 지금은 44명의 회원이 지난 2001년 10월부터 3년 넘게 매월 산행을 하고 있다. 진안관내의 명산은 모두 다녀왔으며 3번까지 다녀온 곳도 있다. 인접지역 무주, 장수의 산에도 여러 곳을 다녀왔다. 오늘도 다섯 대의 자동차로 장수군의 <장안산>을 향해 출발했다. 어제 저녁부터 내린 비가 새벽에 그치고 조금은 쌀쌀하지만 맑은 날씨에 모두 기분이 좋았다. 논개 사당을 지나 장안산 중턱에 오르니 많은 억새들이 잔잔히 부는 바람에 고개 숙여 우리를 반겨 주었다.회원 중에 매일 만나는 이웃도 있고 한달에 한번 산행에서 만나는 회원과 다정히 손을 잡고 서로 안부를 물으며 걷기도 한다. 무릅 관절이 좋지 않아 수술했다는 회원의 이야기에 모두가 위로의 말을 전한다. 출발 1시간 30분 정도 걸어서 장안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기념비에 장안산은 일명 ‘영취산’이라고 하며 해발 1,237m로 장수, 번암, 계남, 장계 등 4개 면의 중앙에 위치하고 백두대간으로 연결 된다고 적혀 있었다.정상 주변에는 약간의 눈이 쌓이고 크고 작은 나무마다 눈꽃이 피어서 다른 나라에 온 기분이다. 정상에서 각자 가져온 도시락을 한 곳에 모아 식사를 하게 되었다. 항상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회원들은 두 부부가 먹을 밥과 반찬을 5명이 먹을 수 있을 만큼 가져왔다. 혹시 도시락을 가져오지 못하는 회원이 있을까하는 넉넉한 마음들이다. 황 회장은 식사를 하다말고 다른 일행들에게 우리가 가져간 약주를 한잔씩 따라 돌린다. 전남 광주에서 울산에서 경기도에서 왔다는 사람들, 산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가 선하고 먼저 인사를 한다. 황 회장은 한잔의 약주를 건네며 진안을 자랑한다. 이 술은 진안 고냉지에서 생산된 머루로 담은 와인입니다. 이것은 5년 된 포도주입니다. 청정 진안 농산물 많이 이용해 주세요많은 사람들이 각자 알고 있는 진안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나는 또 장난기가 발동하여 인상 좋아 보이는 분에게 다가가 이 많은 사람들 중에 장안산으로 당첨되었습니다. 부상으로 진안산 머루주 한잔 입니다하면 그분은 크게 웃으며 한잔의 머루주를 함께 온 일행들과 나눠 마신다. 내려오는 길 나뭇가지마다 빗물이 얼어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을 내고 산죽들이 사각사각 소리 내어 잘 가라고 배웅한다. 나는 안천 산악회가 지금처럼 화목하며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기원해 본다./안천면 노채마을 성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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