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원호 건축사, 우석대겸임교수

제4대 5·31 지방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한때 탄핵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143명의 국회의원을 탄생시킨 노무현정권에 대해 이번에는 국민들로부터 탄핵을 받은 셈이다.

 

정직하고 깨끗하고 실질적인 정책능력이 있는 후보를 우리의 대표로 선출해야 한다는 사명감속에 후보의 자질과 정책공약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한채 5·31지방선거는 검증되지 않은 혼탁함 속에서 치러야했다. 선거때만 되면 으레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사보타지식 마타도어와 상대방 후보의 흠집잡기, 비방 등이 난무했고 엄연한 선거법이 존재함에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 조폭같은 선거를 치른 것이다. 어느 잡지에서도 지방권력을 조폭집단(?)이라고 표현한 것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동안 중앙집권적 행정시스템을 개선하고 지방분권화시대를 열겠다고 한 지방선거가 시행된지도 10년이 넘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토착세력의 왕국(?)이라고 비판할 정도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권한이 강화되었고 소집단 세력의 위세가 더욱 조직화되었다.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주민들의 대표격인 선량들을 선택하는데 그 후보의 자질과 정책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기보다는 나와 어떤 관계에 있고 나에게 어떤 조건(?)을 주었는지 그리고 우리집단에게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부터 먼저 생각한다.

이해관계에서 깨끗하고 정직하며 우리고장의 발전을 위해 어떤 자질과 소양을 갖추었나 판단하기에 앞서 출신학교가 같고, 같은 고향사람이고,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무작정 선량들을 선택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국회의원이 낸 보도자료를 보면 지방자치시대에 걸맞지 않은 많은 범법자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행정자치부가 제출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 사법처리 현황’의 자료에 따르면 3기 지방자치단체장 중 비리, 뇌물수수, 선거법위반 등에 의해 기소된 사람이 전체 단체장 248명의 31.5%인 78명이 차지하고 있고 지방의회의원의 경우 전체 4251명중 6.9%인 293명이 기소된 것을 보면 선량의 집단이 아닌 조직폭력배의 집단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중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사법처리 사유는 뇌물수수가 1위이고 횡령사건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해 개인적 치부를 하여 왔거나 이해관계에 따라 부를 축적하여 매관매직을 하여온 것이다.  

국민의 공복으로서 섬김과 봉사의 정치를 해야 할 사람들이 국민을 상대로 파렴치 행위를 하고 있으며 그 자각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데서 심각성이 있다. 어떻게든 들키지 않고 빠져나가면 된다는 식이다.

 

금번 5·31지방선거에서도 새로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들이 들어왔고 재선되기도 하였다. 새로운 체제하에서 또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비리가 저질러지거나 매관매직을 하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서게 된다. 지금껏 잘 지탱해온 지방권력 체제가 새로운 수장으로 교체되면서 전임자들의 유업을 그대로 계승하느냐 아니면 개혁하면서 자기만의 독특한 업무체제로 정착하느냐 갈림길에 서있다. 새로운 권력체계가 들어오면서 지방자치단체의 비리와 부패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소환제를 활용하는 등 지방유권자들의 적극적인 감시와 견제하는 지역유권자운동이 활성화 되어야한다.

 

선거과정에서 있었던 소아집단적인 매관매직을 과감히 청산해야한다. 거미줄 같은 지역별, 그룹별 이익집단과 과감히 결별하고 국민만 바라보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한다.

조폭집단 같은 정치 행태로는 21세기 선거문화를 바꿀수도 없고 정직하고 깨끗한 정책능력이 있는 후보를 배출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다.

 

이번 5·31 지방선거의 결과를 보면 전보다 많은 전문직들이 배출되었고 행정경험가들이 당선된 것을 보고 지방자치단체의 발전을 기대해 보지만, 일부 고령화된 농촌지역에서는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보다는 나에게 얼마나 조건을 부여했는가 하는데서 후보가 선출됨을 보고 농촌의 장래가 암울해 보인다.

 

이에 따라 지방의 특색을 무시한 중앙집권적 행정시스템을 바꿔보고자 했던 지방자치 의미가 퇴색되고 진정한 지방분권화 정책은 요원하다.

지방자치선거가 지역왕국을 토착화한다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서 지방자치 단체와 의회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을 위한 자발적 시민의식 활동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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