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진안치과 원장

부귀면 봉암리 골프장이 추진되고 있다. 최종 결정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많은 우려를 안고 있으며, 이 결과에 따라 진안으로서는 새롭게 출범하는 4기 지방자치의 시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형식적인 행정절차만을 거치는 졸속결정으로 인해 주민을 통합하지 못하고 갈등의 소지를 남기는 일을 다시는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4기 지방자치 시대 이후의 진안군의 발전을 어떻게 이루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 후 골프장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하겠다. 장기적인 발전 전략이 수립되기 전에 이런 저런 개발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그에 따른 소모적인 논쟁이 나타날 수밖에 없으며, 이렇게 야기된 진안 지역 내의 갈등으로 인한 대립과 반목은 또다시 진안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골프장을 추진하는 사업자는 골프장 건설과 회원권 분양과정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골프장이 설립되면 진안군에도 약간의 세수입이 늘어나게 된다. 또한 골프장 건설로 고용이 창출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는 것은, 이미 다른 지역에 건설되어 운영되는 골프장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골프장을 추진하는 회사가 골프장이 완공된 후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거나 양도하는 방식으로 골프장을 운영한다면 현재 그들이 제시하고 있는 그 어떤 약속도 아무런 쓸모없는 무용지물이 된다는 사실이다.

 

진안의 자랑인 맑고 푸른 청정진안의 가치와 그 경제적 효과는 골프장으로 인해 생기는 지방세 수입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지방세의 가치보다 훨씬 더 크다. 만약 진안군 전체를 레저산업단지로 개발해 여러 개의 골프장과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같은 대규모 놀이 공원이 만들어져서 주민들이 농사를 그만두고 그곳에서 종사하고 그 이익만으로 살게 된다면, 어쩌면 청정진안을 포기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달랑 골프장 하나로 창출될 이익을 놓고 볼 때, 그 나머지 모든 피해는 지역 농민이 몫이 될 것은 뻔한 노릇이다. 골프장의 독성을 지닌 각종 폐수는 용담댐의 오염원이 되고 용담댐 상류의 주민에 대한 규제는 더 많아질 것이다. 가뜩이나 농산물 시장 개방과 미국과의 FTA추진 등으로 인해 농사짓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농산물 가격은 하락하여 엎친 데 덮치는 꼴로 농민의 허리는 더욱 휘어질 것이다.

 

진안에 필요한 발전 전략은 새로운 시각에서 찾아야한다. 다른 지역에서 이미 하고 있거나, 실효성이 없는 사업을 따라하기 보다는 진안에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단기적인 성과에 욕심을 내다보면 그에 따른 피해는 진안군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이젠 눈앞의 이익과 성과에만 급급해하지 말고, 장기적인 계획 하에 차분하게 준비하고 시행되어야 한다.

 

한 가지 예를 든다면 청정한 진안을 더욱 맑고 푸르게 관리해서 여름 한 때 물놀이 관광객의 쓰레기로 오염되는 한 철 관광이 아닌, 사계절 청정 진안의 농촌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잘 유치한다면 좋을 것이다.

그렇게 연계되어 청정 진안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판로가 새로 개척될 것이고, 청정 진안의 더 높은 가치를 받을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선은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을 선정하여, 마을 앞 냇가에는 예전처럼 맑은 샘물이 솟아 흐르고 물고기들을 살게 하며 훼손된 자연 환경을 복원하는 것이다. 이것을 토대로 농촌체험프로그램을 만들고 체계적인 홍보와 관리를 한다면 충분한 상품 가치가 있을 것이다.

 

여름 한 철 잠깐 찾아온 도시민들이 온갖 쓰레기와 스트레스를 버리고 가는 진안이 아닌, 다시 찾아오고 싶은 깨끗한 진안! , 자연을 마음껏 체험하고 따뜻한 인정과 진안을 배우는 청정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부기면 봉암리에 추진되는 골프장은 봉암리에만 한정된 문제는 아니다. 용담댐 상류의 주민의 문제이며, 진안군 전체에 관련된 사안이다. 군계획위원회의 자문 절차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의 의견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에게 골프장 추진에 대한 행정절차와 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알려야 한다.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며, 의회 또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토론회, 공청회 등 공개된 토론의 장을 만들고 의회의 의견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임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현재는 골프장과 같은 논란이 있는 사업을 섣불리 결정하기에는 적당한 시기가 아니라고 본다. 최종 결정까지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더욱 많고 다양한 의견을 참고하고 수렴해서, 과연 청정 진안의 발전에 필요한 것인지 숙고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