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의 역사를 되돌아보다(3)
덕암 이용엽 전)우리삼연구회 회

그런데 정조, 순조시대에도 가끔 가짜 산삼이 세상에 나와 화제를 던졌던 모양이다. 그럴 때마다 가짜에 속지 않고 진짜를 밝혀내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고 그러자면 아무래도 인삼을 많이 만져보고 다뤄본 인삼 상인들이 일단 전문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전문가들조차도 때로는 인삼과 도라지를 구분하지 못하고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이처럼 진짜 산삼을 감정하는 일이란 실로 어렵고 어려운 문제였다. 하지만 그 당시 임상옥은 한 없이 거시적(巨視的)인 사람이었다. 또 남보다 몇 십 배나 밝은 눈을 가지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대해본 박물가(博物家)였다. 더구나 인삼감정에 있어서는 만인이 감탄할만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한 번은 임상옥이 산삼을 귀신같이 잘 본다는 소문을 듣고 어떤 산삼장수 하나가 찾아 왔었다.

산삼 장수는 오동나무 상자에 넣은 귀중한 산삼 한 뿌리를 임상옥 앞에 내어 놓으면서 "이것이 진짜 산삼이라서 대인(大人)에게 가져 왔습니다." 이렇게 큰 산삼은 소인도 산삼을 캐러 다닌 40년 만에 처음 보았습니다. 이 명삼을 林대인이 감정해 보시고 거두어 주시면 값은 高下 간에 산삼이 제 임자를 만난 마음에서 기쁘기 한량없겠습니다. 산삼 장수는 처음 보는 임상옥에게 정중하게 절을 올리면서 간청하였다. 이 산삼은 진짜냐, 가짜냐, 진짜는 무엇으로 알아보고 가짜는 어디가 어떻게 진짜와 다른가 참으로 가려내기 어려운 문제였다.

그래서 예부터
산삼자 인세지희재야, 우유일종가양지삼(山蔘者 人世之稀材也, 又有一種家養之蔘)
기뇌수형체흡여산삼일반변지심난(其腦隋形體恰與山蔘一般辯之甚難)

진짜 산삼은 이 세상에서 아주 귀하고도 드문 법이다. 그것은 산삼 말고도 집에서 기르는 가양삼(家養蔘)이 있어 이것과 산삼을 구분하기가 심히 어려운데 그 까닭은 가양삼도 그 뇌두나 형체의 생김새가 산삼과 아주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아주 귀한 산삼을 캤다"하면 으레 "그것이 진짜 산삼이냐 가짜냐?"하는 문제가 뒤따르게 마련이었다.

그것은 일류 채삼꾼이라도 산삼을 직접 캔 본인이 아니고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아예 "산삼은 마음으로 사야 약효를 본다."는 묘한 불문율(不文律)을 통용시켰던 것이다. 그러므로 진짜 산삼을 먹으려는 사람이라면 그 산삼이 진짜냐, 가짜냐 하는 것은 우선 따지지 말아야 한다. 여러 번 사서 복용하는 동안 그것이 혹 진짜 산삼이 아닌 가짜였다 하더라도 내 몸의 보익에는 해를 준 것이 아니니 마음 쓸 것이 없다. 또 그렇게 자주 복용하는 동안 혹 진짜가 한 개라도 섞였다면 모르는 사이에 자연히 큰 효험을 거둘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산삼감정의 불문율인데 느닷없이 임상옥 앞에 나타나 그것이 진짜 산삼인지 양삼 "되뽑이"인지를 구별해야 하니 어려운 일이 아닌가.

임상옥은 말없이 산삼장수가 가져온 산삼을 하루 밤 동안 정중하게 방안에서 잠을 재운 후 이튿날 새벽 첫해가 떠오르자 그 산삼 장수를 모시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그 산삼을 꺼내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아침 햇살에 자세히 비추어 보더니 이것은 경삼(驚蔘)이요! 하고 감정하였다. 조마조마하게 임상옥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던 그 산삼장수는 그제는 손으로 제 무릎을 탁 치면서 과연 귀신이오! 탄복을 하면서 절을 하더라는 것이다. 듣던 대로 인삼거부 임상옥은 산삼 감정에도 神人 이었다. 그 산삼장수는 과연 경삼이라고 자복을 하면서 아닌 게 아니라 그 산삼은 15년 전 어떤 절간의 우물가에서 싹을 떠다가 키운 것이라 했다. 이것이 이른바 "되뽑이"였다.

-〈우리닝삼의 발자위(이용엽편저)〉에서 발췌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