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지역에 대한 장기적 밑그림·정체성 가져야

-편집자 주-

독자들과 어떻게 서로 교류하고, 독자들의 의견을 어떻게 지면에 담아내 독자들과 함께 만드는 신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진안신문이 추구하는 가장 큰 과제이기도 합니다.

창간 7주년을 맞아 진안신문사가 ‘어떻게 하면 주민들의 곁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지역발전을 위해 진안신문이 제 구실을 할 수 있을 것 인가’를 외부 전문가의 눈으로, 주민들의 눈으로 진단해 봤습니다.


▶일시: 2006년 9월19일(화) 16:00~18:00

▶장소: 진안신문 독자사랑방

▶사회: 류영우 본사 취재부장

▶발제: 조주현 옥천신문 편집국장: ‘진안신문, 위기와 기회’

▶토론: 구자인 군 정책개발팀장, 최규영 문화원장


[조주현 편집국장]

 

조주현 옥천신문 편집국장이 지역신문의 위기로 진단한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기사만을 고집하는 서울중심의 일간지 보도행태는 지역신문을 비롯해 신문시장의 위기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조 국장은 “서울 중심의 일간지들이 좀더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기사를 중심으로 지면을 구성하다보니 독자들도 자연스럽게 자극적인 기사 외에는 읽지 않게 되었다”며 “이러한 일간지들의 보도행태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기사는 사건사고나 자연재해가 아니면 실리지 않게 돼 정보에 있어서는 지역소외 현상을 가져오게 됐고, 주민들도 자극적인 기사가 아닌 평범한 이웃의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둘째는 인터넷을 통해 다양해진 시민 미디어의 활성화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보도자료 중심의 지방일간지에 실린 기사들은 인터넷 검색으로 접할 수 있게 됐고, 더 나아가 개인이 만들어낸 뉴스인 블러그가 활성화되면서 지역신문 시장은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 조 국장의 진단이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공유는 빠르고,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초기 혈연이나 지연, 동창들의 정보공유 공간으로 사용됐던 다음카페나 세이클럽, 네이트온 등의 공간이 나만의 공간인 블러그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현상이 사회적 무관심으로 변질될 수도 있지만 글쓴이도, 정보를 이용하는 이용자도 서로 모르는 새로운 공간에서, 자유로운 글쓰기가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마지막으로 광고시장의 다변화 또한 지역신문의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 조 국장의 분석이다.

 

“최근 일간지에서 영화광고가 사라졌다. 왜 그렇까? 일간지를 구독하는 세대가 결코 영화를 즐기는 세대가 아니라는 것이 그들이 일간지를 외면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밖에 버스나 택시는 물론 은행, 거리 등에서 지역을 홍보하는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역신문이 수용해야 할 광고를 결국 여러 매체가 함께 나눠 갖는 상황이다 보니 지역신문의 최대 수익원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정보 욕구 증가, 지방분권 ‘희망’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지역신문에서 ‘희망’을 찾았다.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정보에 대한 욕구분석 결과 신문 구독자의 구독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정보에 대한 욕구는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 바로 지역신문에게 희망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얘기다.

단순한 정보의 전달이 아닌, 지식의 축적과 사실 확인의 통로로서 지역신문이 제 구실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옥천신문의 경우 지역 주민 중 4천명에서 5천명 정도의 개인 신상 자료를 갖고 있다. 또한 200여 개의 법정 마을 뿐 아니라 작은 마을단위까지의 자료도 보관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는 주민들에게 더 좋은 정보, 질 좋은 정보를 전달하는 기초자료가 된다. 지역신문이 단순한 정보의 전달 창구로서가 아닌 지식을 축적하고,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는 통로로서의 구실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정보에 대한 욕구 증가와 함께 참여정부의 지방분권화 정책은 지역신문의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조 국장의 분석이다.

 

지방자치단체는 경쟁적으로 자기 색깔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정부는 많은 자치단체 중 앞서가는 자치단체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행정에 대한 감시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하고, 그 몫은 바로 지역신문이 져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진안신문의 나아갈 길은?


지역신문이 직면한 위기와 그속에서 희망을 찾은 조 국장은 진안신문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몇가지 안을 제시했다.

주민들의 건강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원론적인 비전을 제외하고 조 국장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모든 정보와 자료, 기술적인 부분까지도 모두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군에서 제공되는 보도자료는 일반기사와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군에 유리한 기사만 생산해 내는 만큼 새로운 지역 소식에 대한 발굴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진안신문 만의 기사를 뉴스 정보의 배달 통로인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는 기술적인 부분도 필요하다.”

 

또 현상취재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주민과 함께 하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교양강좌는 물론 청소년 교육, 신문을 활용한 교육 등 다양한 교육시스템을 통해 주민과 함께 하는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영의 투명성도 신문을 건강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의 리더는 왼쪽으로 가라, 오른쪽으로 이동하라고 지시하는 카누의 지휘자가 아닌, 위험성만을 알려주는 레프팅에서의 리더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런 리더에 대한 신뢰는 결국 경영의 투명성에서 나오며 경영의 투명성을 바탕으로 조직원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밖에 “지역주민들에게서 나오는 소리가 진정한 지역의 목소리”라며 “다양한 독자층을 바탕으로 신문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의 역량강화 ‘필수’


하지만 무엇보다 지역신문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자들의 역량강화가 ‘필수’라는 주장을 펼쳤다.

신문사 차원의 제보가 아닌, 기자 개개인에게 제공되는 지역 현안에 대한 제보가 기자 역량에 따라 어떻게 포장되는지 결정된다는 것이 조 국장은 설명했다.

결국 지역신문 기자는 역량강화를 통해 지역의 장기적 큰 밑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하며 또한 문제에 대한 본질을 깨닫는 정체성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조 국장의 주장이다.




[구자인 정책개발팀장]

 

잘못된 정보, 걸러주는 역할에 충실해야


토론자로 나선 구자인 군 정책개발팀장은 기존 언론에 대한 비판과 이를 받아들이는 군, 주민들의 자세에 대해 지적했다.

특히 구 팀장은 객관적인 논조를 갖지 못하고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지방일간지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일본에서 오래 살다가 진안으로 온 지 1년 9개월이 됐다. 하지만 일본의 상황과 이곳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먼저 전라북도 지역에는 모두 10개의 지방일간지들이 있다. 신문수도 많지만 기사 또한 객관적인 논조를 갖고 있지 않고 신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역 기사의 경우 훈련받지 않는 일반 주민조차도 ‘이것은 보도자료다’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 군에서 제공한 보도자료에 의존한다. 별다른 검증 없이, 단순히 보도자료를 그대로 보도하는 상황에 놀랬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국한돼 있지 않다.

 

검증되지 않은 기사를 생산해 내는 언론에 의존, 성격 분석이라든지 진위 여부를 가리지 않은 채 군과 주민들은 그대로 믿어버린다는 것이 구 팀장의 지적이다.


◆정보 순환의 통로


“이러한 잘못된 정보는 사람과 사람을 거치면서 과장, 왜곡돼 유통된다. 지역에 유언비어 등 잘못된 정보가 걸러지는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지역에 건전한 비판세력으로 활동할 시민단체도 없고, 이익단체만 있다.”

결국 이런 잘못된 정보를 걸러주는 통로로서 진안신문이 제 구실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구 팀장의 주장이다.

 

“잘못된 정보가 유통될 경우 지역 주민들은 그 사실을 그대로 규정, 지역전체가 단절되는 상황도 우려된다. 지역 내에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안신문에 거는 기대가 크다. 단절된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고 잘못된 정보의 순환을 걸러주는 역할을 진안신문에서 담당해야 할 것이다.”

정보순환의 통로로서의 구실과 함께 구 팀장은 군 행정에 대한 건전한 비판세력으로서의 구실도 강조했다.

 

“어떤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군 행정은 결코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다. 또한 사업 후 효과에 대한 모니터링도 없다. 최근 간부회의를 통해 현안문제에 대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바람직하게 변화하고 있지만 연속적으로 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군 행정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효과분석 등도 진안신문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최규영 문화원장]

 

기자 개개인의 역량강화 필요


최규영 문화원장이 제시한 진안신문의 나아갈 방향은 기자들의 역량강화와 경영의 투명성이다.

먼저 최 원장은 기자들의 근성있는 활동을 요구했다.

특히 지역신문 기자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일간지 기자들보다 더 근성있는 활동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신문 기자는 중앙지 기자들 보다 더 많은 소양을 갖춰야 한다. 중앙지 기자들이 정치, 사회, 문화, 체육 등 각각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그 분야만 다루면 되지만 지역신문기자는 정치, 행정, 문화 등 모든 영역을 다 알아야 한다. 지역신문 기자들이 근성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수많은 정보를 소화시켜 기사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결국 많은 정보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최 원장의 얘기다.

 

이와 함께 최 원장은 타협하지 않는 기자상을 강조했다.

“과거의 언론은 금권과 공권에 타협하지 않기 위해 언론의 자유를 외쳤다. 그렇게 갈망하던 자유를 얻었지만 지역신문기자들에게는 아직도 지역의 인맥이 언론의 자유를 막고 있다. 지역에서의 비리기사는 형사상 처벌로 이어지고, 지역주민과의 마찰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를 계속 외면한다면 진안신문의 제 구실인 자정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지역신문에서의 기자는 용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경영의 투명성 공개


최 원장은 기자들의 역량강화와 함께 경영의 투명성 확보도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지금까지 독자위원회에 대차대조표 등 진안신문의 경영 상태를 보고해 본 적이 있냐?”고 묻고 “독자위원들이 진안신문의 경영상태를 파악하지 못하면 결국 방관자일 수밖에 없다. 감출 이유가 없다면 당당하게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다고 해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목탁까지 될 수 없는 이유가 없다는 것이 최 원장의 주장이다.

이밖에 이날 세미나에서는 진안신문 독자 분석과 지속적인 기획취재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창현 진안초등학교 교장은 “진안신문 독자들이 어느 지면, 어느 기사를 많이 읽는지 조사해 봤냐?”고 묻고 “진안신문도 독자들이 어떤 취향을 갖고 있고, 어떤 기사를 즐겨 읽는지 조사해 다양한 독자를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몇 개월 동안 진행되는 사업에 대해 단 한번 보도로 끝낼 것이 아니라 과정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기사화 해야 할 것이며 또 지속적인 기획취재를 통해 주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내공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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