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역 소득창출을 위한 주민 의지 한 뜻

으뜸마을을 찾아서 (2) … 용담면 와룡지구

 


첫눈이 내린 7일, 마을 입구에 있는 마을공동작업장에서 10여명의 주민들이 언 손을 부비며 마지막 고추 수확에 한창이다.


첫 눈이 내렸다.

가을걷이를 끝낸 들판은 겨울잠에 들어갈 준비를 마치고 한가로움을 연출하고 있지만 용담면 와룡마을 주민들의 손길은 여전히 분주하다.

첫 눈이 내린 지난 7일, 마을 입구에 있는 마을공동작업장에는 10여 명의 와룡마을 주민들이 꽁꽁 언 손을 부비며 마지막 고추 수확에 한창이다.

제대로 내린 첫 눈이 채 녹지 않은 산줄기가 용담호를 따라 포근하게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다.

 


1996년. 지금으로부터 10년전 일이다. 용담댐이 건설되면서 5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와룡마을 60여가구와 300여년의 전통을 지닌 신정마을 20여 가구는 정든고향과 이웃을 버리고 신와룡마을을 건설했다. 사진은 수몰전 와룡마을 전경.


◆용담호에 마을을 묻다

1996년,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일이다.

용담댐이 건설되면서 5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와룡마을 60여 가구와 300여년의 전통을 지닌 신정마을 20여 가구는 정든 고향과 이웃을 버리고 지금의 새 삶터로 자리를 옮겼다.

11가구 주민들이 모여 새로운 마을을 건설, 신와룡마을이 태어나게 된 것이다.

용담댐 최초의 시범마을로 11가구 주민들이 모여 새로운 삶을 그리기 시작한 신와룡마을은 이제 고무동에 거주하고 있는 3가구를 포함해 모두 23가구, 48명의 주민들이 모여 사는 제법 큰 마을로 성장하게 됐다.

용담호에 마을을 묻은 주민들은 지난 2001년 수몰마을 터에 실향민을 위한 망향의 탑과 임을 임석을 세워 고향에 대한 추억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2001년 7월, 마을주민들은 마을비와 함께 ‘좋은 동네’라는 낙관을 함께 새겨 ‘남에게 해를 끼치지 말자’는 의지를 다졌다.


◆2003년 으뜸마을가꾸기 선정

용담댐이 건설되면서 마을 주민들은 집과 함께 많은 농경지도 함께 물속에 묻어버렸다. 대부분의 농경지가 수몰되면서 주민들의 생활환경은 더욱 어려워졌지만 주민들은 스스로 마을 발전을 고민해 나갔다.

2003년 으뜸마을가꾸기 대상마을로 선정된 신와룡마을은 농촌체험마을 육성과 농산물가공시설을 통해 농가소득 증대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마을부녀회를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는 된장, 고추장, 간장, 청국장, 비지장 식품. 구입문의는 063)433-0144. 011-406-0633


◆장류판매 물꼬 튼 첫 해

신와룡마을 주민들이 농가소득을 위해 가장 먼저 시도한 사업은 바로 장류산업이다. 마을 부녀회(회장 장정임)를 중심으로 된장과 고추장, 간장, 청국장, 비지장 등을 손수 담궈 소비자들에게 내 놓았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해 고추장 300kg, 된장 500kg, 간장 200kg을 담군 후 1년의 숙성과정을 거쳐 올해 첫 판매를 시작해 600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리게 된 것이다.

수익금은 재료비를 제외하고 모두 10명의 부녀회원들에게 공동으로 분배, 마을주민 소득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장류산업과 함께 신와룡마을은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대해 획기적인 유통방식을 도입했다.

바로 마을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에 대해 시장가격보다 5% 정도 더 높은 가격으로 전량 수매한 것이다.

감자를 비롯해 고구마, 깨, 팥, 수수 등 수매된 농산물은 모두 마을을 상징하는 ‘좋은 동네 사람들’이란 브랜드로 소포장 판매되고 있다.

“마을주민들은 시중가격보다 높게 농산물을 판매해 소득향상을 꾀할 수 있어 좋고, 마을은 농산물 판매 이익금으로 마을 발전을 꾀할 수 있어 좋고, 도시 소비자들은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안전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힘들게 농사를 짓고도 제 값에, 또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에게 판매에 대한 걱정 없이 믿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는 것이 강주현(51) 와룡마을 으뜸마을가꾸기사업 추진위원장의 얘기다.


◆이제는 홍삼약초생태건강마을로

지난해 홍삼약초생태건강마을로 지정된 신와룡마을은 올해 25평 짜리 체험시설을 건립했다.

인삼약초휴게방, 황토한방찜질방, 인삼약초체험방, 황토메주방 등 모두 4개 공간으로 이루어진 체험시설은 마을주민들의 소득증대는 물론 신와룡마을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장소를 무료로 제공, 새로운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홍삼중탕기를 비롯해 호박 등 일반 중탕기 시설까지 함께 설치된 인삼약초체험방은 벌써부터 주민들의 소득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고승조(49) 마을 이장은 “홍삼을 중탕한 제품의 경우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다른 제품과 비교해 25% 이상 홍삼양이 많아 더욱 진한 맛을 낸다”며 “올해 11월2일 전주시 우아1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첫 판매를 시작한 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주민들의 소득향상을 위한 고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만여평의 산초나무단지와 마을 앞 도로변에 심어진 1만5천 그루의 산초나무를 이용하기 위해 산초가공시설을 설치, 산초기름을 비롯해 참기름, 들기름, 유채기름을 판매하고 있으며, 여기에 내년부터는 해바라기 기름도 생산,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신와룡마을 마을회관 옥상에는 우리나라 마을에서는 유일하게 '좋은동네 천문대'라는 별자리 관찰시설이 설치돼 있다.


◆전국 유일한 마을 천문대

지원금 4천500만원과 자부담 3천300만원 등 모두 7천800만원의 사업비가 소요돼 2001년 세워진 신와룡마을 마을회관은 민박유치를 목적으로 콘도식으로 설계, 시공되었다는 점 외에도 다른 마을 회관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대한민국 마을에서는 유일하게 ‘좋은 동네 천문대’라는 별자리 관찰 시설이 회관 옥상에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6천500만원의 사업비가 소요된 ‘좋은동네 천문대’에는 천정을 개방할 수 있는 시설과 함께 목성, 토성 등 행성을 관찰할 수 있는 천체망원경 2대와 별자리를 관찰할 수 있는 망원경 1대 등 모두 3대의 천제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이 시설 또한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모두 무료로 제공돼 대학동아리 학생들은 물론 초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에게도 우주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좋은동네 천문대’를 통해 우주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마을주민들은 계절별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해 놓았다.

먼저 연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장승체험 및 장승 만들기 ▲한방 차 체험과 약초 음식 만들기 등 약초 및 인삼체험 ▲홍삼체험 ▲붕어모닥불 구이나 배타고 고기잡기 등 어선체험 ▲산초로 두부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또 3월부터 5월까지 봄철에는 ▲약초나물 채취 및 요리 ▲산초 순 따기 ▲들나물 채취 ▲전통문화를 배우는 전통거리축제를 경험할 수 있고, 6월부터 8월까지 여름철에는 ▲인삼 씨앗채취와 인삼생육과정 체험 ▲민물고기 잡기 체험 ▲감자 캐기와 옥수수 서리 체험도 할 수 있다.

9월부터 12월까지 가을과 겨울철에는 ▲홍삼 만들기 ▲고구마 캐기 ▲고추 따기 ▲어선체험 ▲김장체험 ▲고추장 만들기 등 계절별로 다양한 체험기회를 마련해 놓고 있다.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함께 숙박시설 또한 농촌문화체험을 경험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게 마련해 놓았다.

펜션식으로 지어진 4개의 민박시설은 용담호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풍경과 함께 에어컨, 최신식 욕실과 주방시설이 마련돼 있고, 마을회관과 찜질방까지 최대 60명까지 숙박이 가능하다. 가격 또한 5만원에서 7만원까지 저렴하다.


◆전통을 찾아서

이처럼 신와룡 마을의 다양한 자랑거리를 한 자리에 모아 둔 인터넷 홈페이지(http://goodvillage.co.kr/)도 올해 개통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마을의 특산품 소개 및 구입, 체험여행과 민박예약 등도 가능하다.

마을의 소득창출을 위해 다양하고도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준비해 온 신와룡마을 주민들이 이제는 마을의 전통을 찾기 위해 나섰다.

오는 11월17일 오전 11시부터 열리는 으뜸마을사업 준공식에서 20년 전에 사라졌던 와룡마을의 전통문화인 거리제를 복원하기로 한 것이다.

마을 내 정자와 홍삼약초체험관 건립까지 주민들의 손에 의해 이루어졌고, 천문대 설치에서부터 우리의 전통문화인 거리제 복원까지 이 모든 것들을 주민들이 기획해 냈다.

용담호가 마을을 송두리째 삼켜버렸지만 새로운 삶터에서 마을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마을주민들의 의지는 첫 눈 내린 쌀쌀한 겨울추위마저도 삼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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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강주현 으뜸마을가꾸기추진위원장

마을발전을 위한 주민의지

으뜸마을사업의 최고 ‘수확’


신와룡마을의 발전 모습은 어느 으뜸마을보다 빨리 진행됐다.

불과 3년 6개월.

사업을 시작한 지 5년에서 8년은 지나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지만 신와룡마을은 보란 듯이 으뜸마을가꾸기 사업의 성과물을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강주현(51) 용담면 와룡지구 으뜸마을가꾸기 추진위원장이 있었다.

“어느 마을보다 진도가 빠른 것은 사실입니다. 이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도가 다른 마을보다 빨랐다고 봅니다. 하지만 사업실적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주민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리더십 교육에도 주민의 80%가 참여하는 등 사업참여에 대한 의지가 높고 또 이런 교육을 통해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그가 내세운 마을 슬로건은 바로 ‘100년을 앞서가는 농촌의 표본을 만들자’였다.

 

수입개방의 높은 파도 속에 우리의 농촌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은 바로 다양한 소득원 개발이었다. 그래서 그는 1차 가공식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과거 우리의 농촌은 한 마을에 한 두가지 농산물을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1촌1품 운동을 펼쳐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1촌 다품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농산물로 경쟁력을 거두기 위해서는 군 전체를 통합해도 이루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은양이라도 많은 제품을 생산해 낸다면 그것이 바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직장이나 조직에서의 성향이 수직적 시스템으로 지시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농촌의 작은 마을은 수평적 조직으로 마을주민 스스로,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주민들이 좀더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인지를 항상 고민하고, 또 그런 고민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마을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강 위원장은 주장하고 있다.

 

또 하나, 으뜸마을가꾸기 사업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강 위원장에게는 큰 부담이다.

“11개 읍면에 11개의 으뜸마을이 있습니다. 하지만 11개 마을 모두 성공할 것이라고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이 중 5~6개 마을만 성공해도 으뜸마을가꾸기 사업은 성공이라고 평가해도 좋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으뜸마을가꾸기 사업은 막대한 사업비 투자가 없습니다. 몇억원씩 투자되는 산촌마을개발사업이나 녹색농촌체험마을, 농촌테마마을과 달리 으뜸마을가꾸기 사업에는 9천만원 정도의 사업비가 시설자금이 아닌 교육과 컨설팅 비용으로 제공됩니다. 지금까지 적은 돈으로 내실 있게 운영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으뜸마을가꾸기 사업이 적은 사업비로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주민들의 의식변화를 이끌었다는 데에 있다는 것이 강 위원장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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