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청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된 지 30년에 불과하지만 모든 국민이 의료보장을 받고 있다. 서구 선진국들이 백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의료보장체계를 갖춰온 것에 비하면 매우 짧은 기간이다. 즉, 우리나라가 짧은 시기에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낸 것처럼 의료보장제도에서도 상당히 압축 성장하였다고 하겠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상당히 효율적이라고 평가 하고 있다. 낮은 보험료로 전국민의 의료를 보장하고 있으며, 영아사망율과 기대수명으로 대표되는 건강수준의 측면에서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개선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OECD의 많은 선진국들은 높은 의료비로 인해 경제적, 재정적 부담을 느끼고 있고, 미국은 높은 의료비로 인해 파산하는 이들이 생길만큼 국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의료보장체계는 현재로서는 꽤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이는 외연적으로 여러 가지 지표를 통해 외국과 비교했을 때, 괜찮은 편이라는 의미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제도는 해결해야 문제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OECD 국가들에 비해 현저해 낮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영역이 2005년도를 기준으로 볼 때, 전체 의료비의 61.8%에 불과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많은 국민들이 의료비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경제적인 부담이 무척 클 경우를 대비해서 많은 국민들이 개인적으로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민영의료보험법의 제정을 둘러싸고 국민건강보험과 민영의료보험의 적절한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제까지 판매된 민영의료보험상품은 특정 질병이나 상해에 해당할 경우,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정액형인 반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민영의료보험은 소위 실손형으로 국민건강보험의 환자 부담금을 지불하는 형태의 상품이다. 이 경우, 민영의료보험은 통상 보험회사에서 지급하는 금액에 상한선을 두고 상한선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더 지급하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국민들에게 정말 큰 부담이 되는 비급여(국민건강보험이 효과성 또는 경제성의 등의 문제로 보장하지 않는 영역으로 주로 신 의료기술 분야 임)는 보장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국민이 부담이 큰 민영의료보험에 개별적으로 가입하더라도 여전히 비급여부분에 대한 부담이 남게 된다. 국민의 의료 욕구가 다양해짐에 따라 신 의료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런 분야에 자금이 공급되어야 한다. 하지만, 보험회사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보험상품 개발을 회피하고 있으며, 단순히 국민건강보험이 분명히 가격과 기준을 매겨놓은 영역에만 안주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국민들에 대한 의료보장 확충에도 기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의료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하지 못한다.

 

지난 10월 24일 의료산업선진화 위원회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과 민영의료보험의 역할을 설정하였다. 위원회는 “다양한 의료욕구 충족 및 첨단의료기술 발전 유도를 위해 비급여 중심의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제도를 활성화”를 결정하였다. 보험회사에서는 비급여 영역에 대한 상품개발에 대해서 상당히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외국계 보험회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많은 노력과 분발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진정 우리나라 국민의료보장과 의료산업육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한편, 국민건강보험은 보장성을 확대하여 대다수 국민들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큰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큰 병에 걸려 가계가 파산되는 미국 국민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여야겠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