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한 영 선 (진안중앙초등학교)

이른 출근 탓일까? 교정이 너무 조용하다. 안개가 많이 낀 탓에 조잘대며 등교하는 중앙의 꿈나무들을 고운 자태로 함빡 미소 지으며 변함없이 맞이해 주는 교사(校舍)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교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소리 따라 운동장을 살펴보니 조그마한 물체가 움직이는 듯 하나 누구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누구니?”운동복으로 채 갈아입지도 못한 채 핸드백만 스탠드에 놓고 운동장 가장자리를 따라 뛰어갔다. 2학년 000였다.“일찍 왔구나. 몇 바퀴 돌았니?”“열 바퀴째 돌고 있어요.”“많이 돌았구나, 더 돌 수 있겠니?”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민다. 000의 손을 꼭 쥐고 운동장을 돌았다. 한 바퀴, 두 바퀴...안개도 걷히고 1호, 2호 학교버스도 도착했다. 운동장은 금방 가을들녘의 풍성한 알곡처럼 중앙꿈나무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저학년, 연인처럼 다정하게 손을 잡고 속삭이며 걷는 고학년, 씩씩하게 앞만 보고 신나게 달리는 중학년, 선생님들과 약속한 만큼만 뛰고 교실로 들어가는 어린이들.어떻게 해도 다 좋다.중앙 꿈나무들이 건강하게 잘 성장할 수 있고 바르게 꿈을 키워갈 수 있는 밑거름만 되어준다면...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다. 특히 초등교육은 1, 2년 후의 성과가 아닌 30년, 50년 후를 내다보고 해야 한다. 눈 앞의 성과인 시험점수, 등수, 수상여부 등이 자녀의 30년, 50년 후의 행복을 보장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이러한 고민속에 학교장으로 초등학교 경영의 중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는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전인적인 발달’ ‘장점을 살리는 교육’ ‘더불어 사는 삶’ 등등 더 나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구호들은 많이 있다. 그러나 본교에서는 좀 더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내용으로 노력하고 있다.디지털 도서관 이용을 통해 독서 습관 생활화 및 정보활용 능력 키우기, 다양한 기초경험 쌓기를 통한 기반지식 다지기(포토전, 동요부르기, 나의 주장 발표대회, 그리기, 글짓기, 각종체육 행사 및 문화행사 참여), 현장체험학습을 통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신장하기, 특기적성 및 방과후 교육활동(바이올린, 중국어, 미술, 영어, 한자교육)을 통한 미래지향적인 학습기반 다지기 등...핵심정리를 해서 무조건 외우고, 수학문제를 반복해 풀어서 쌓는 성적보다 우리 자녀들 각자의 소질과 재능을 발견하는 교육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학부모님과 지역사회의 관심과 사랑이 함께 하는 교육과정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등장한 ‘웰빙(wellbeing)’바람이 멈출 줄 모르고 확산되고 있다.소외 ‘웰빙족’이라는 사람들은 휘트니스 클럽 즐기기, 비싼 유기농 음식 먹기, 명품사용하기, 고급화장품 쓰기 등 일하는 행복보다 노는 즐거움을 더 탐닉하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웰빙의 사전적 의미는 행복, 안녕, 복지로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안정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웰빙족의 참의미 또한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을 행복의 척도로 삼고 이를 열심히 추구하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진짜 웰빙이란 좋은 것만 먹고 최고급만을 추구하는 유유자적하는 삶이라기보다는 스스로 행복을 찾아나서는 부지런하고 근면한 웰 두윙(well doing)의 자세로 일을 즐기며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사람들은 잘 가꾸어진 꽃을 보거나 탐스러운 과실을 보면, 탄성을 지르지만 그 결실을 위해 노력한 농부의 정성은 열매 뒤에 가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교육에 있어서는 농부(교사)의 정성도 중요하고 열매(학생)의 풍성함도 중요하지만, 결과적으로 교육의 최종적 목표는 사람답게 살고 행복하게 살자는 것에 귀착될 것이다.과거에는 잘 사는 것의 정의가 나 홀로 또는 ‘내 가족’이 경쟁사회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다 함께 사는 것’으로서 나와 이웃이 상생하는 공존의 패러다임으로 교육관과 사회관이 변화되었다. 우리 꿈나무들에게도 참의미의 ‘웰빙(well being) 바람이 불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그 바람의 근원은 가정, 사회, 학교이다. 건강한 신체를 가졌는데 안전한 등하교를 위해 학교버스와 자가용이 필요한 시대...우리 꿈나무들의 영육을 꽁꽁 묶어 놓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아침 일찍 부모들이 안전한 등하교 방법을 지도하며 1주일 정도 자녀 손목을 꼭 잡고 웰빙을 하면 어떨까?우리 고장 식구들 삶의 모습이 참 학습자료요, 참 웰빙이 되었으면 한다.웰 두잉(well doing)의 자세로 우리 다 웰빙족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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