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영 신 서울타임스 회장

사랑이 있었다.
초등학교 육학년 적이던가. 노루목고개 옆 도깨비가 나온다는 그 방죽가에 혼자 앉아 있었다. 풀을 뜯고 있는 어미 소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갑자기 새끼소가 부러워진다. 혓바닥으로 핥아주는 새끼소가 부한 히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그 자리에는 아스팔트 관광길이 훤하게 뚫려있다. 40년의 시공이 거기 그림자처럼 앉아서 장수바위의 전설로 무색하게 기억만 남겨놓았다. 그때의 솔 정자나무는 지금은 늙어 흔적만 남아있다. 문명의 향수라고 그랬다. 흔적이라고도 그랬다. 어느 골짜기에 메아리처럼 튕겨오는 저 소슬바람 소리는 전쟁 때 죽어간 어느 빨치산의 혼백이라고 그랬다.
천년을 함께 살아온 그 귀퉁이에 시(詩)로 말하는 사랑의 이이기가 전설처럼 그렇게 가슴에 새겨있었다.
영혼의 굴레라고도 했고 사랑일 것이라고도 했다.
하늘엔 태양이 있었다.
거기엔 달도 함께 그렇게 있었다.

삼라(森羅)에 한 남자가 그렇게 있었다.
만상(萬象)에 한 여자도 그렇게 있었다.
삼라만상(森羅萬象)에 한 남자와 한 여자는 그렇게 있었다.

억겁(億劫)의 시공(時空)을 건너
남자와 여자의 눈길은 파편이 되고
남자와 여자는 거기 그렇게 마주하고 있었다.

지옥(地獄)과 연옥(煉獄) 그리고 천국(天國)
의 골짜기를 지나고
그리고
남자는 여자 앞에 그렇게 왔다.
바다에 던져진 능금처럼
여자는 거기 그렇게 있었다.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그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끝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언어로는 할 수 없는 우주의 밀어를 서로 주고받는다.
영혼의 방황이 그렇게 계속된다.

저린 가슴으로 한 남자는 한 여자에게 말한다.
애타는 두근거림으로 여자는 남자에게 말한다.
한 남자와 한 여자만의 이야기를 나눈다.

남자는, 여자는,
침묵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조용한 미소로 영혼의 슬픔을 함께 이야기한다.

‘베아트리체’ 나의 ‘베아트리체’
영가처럼 검정 울림이 산하에 흩어져 간다.
그들은 그냥 미소로 거기 있었다.
한 남자와 한 여자, 그 영혼의 그림자만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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