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 진안초등학교 교장

길거리나 기관에 큰 나무가 있으면 운치가 있다. 30여 년 전만 해도 진안읍내에는 큰 느티나무가 더러 있었으나 지금은 별로 없다. 건물을 짓거나 도로를 확장하면서 걸림돌이 되니 수백 살 된 느티나무를 한 그루 한 그루씩 잘라버린 것이다. 진안군청 마당에 큰 느티나무가 한 그루 더 있었고, 농협 진안군지부의 365일 코너 길가에도 있었고, 사정 아래 냇가 도로변에도 있었다. 우화 천을 낀 도로변에 줄지어 서 있던 아름드리 느티나무들이 지금은 없다. 100살도 안 되었을 사람들이 300살도 넘을 느티나무들을 베어내는 결정을 했다는 것은 어딘지 자연을 모독했다는 느낌이 든다. 느티나무가 잘려나가고 기관의 마당마다 아스팔트 포장의 진안은 그때에 비해 운치가 덜하다.
지금 남아있는 100살 넘어 보이는 느티나무는 군청마당의 1그루와 월랑교 근처에 1그루와 수풀 냇가에 6그루 정도이다. 그나마 학천 다리 근처의 느티나무는 웬일인지 가지가 썩어 삭정이 투성이고 진안군청 마당의 느티나무도 품위를 잃어가고 있다. 진안군청의 느티나무만 보면 안타깝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군청 마당에서 놀다가 하늘 향해 두 가지로 뻗은 부분에 올라갔던 추억을 떠올리면 더 안타깝다. 썩어 가는 부분의 치료를 많이 받았으나 껍데기는 지질구레하고 여름철 나뭇잎도 옛날에 비해 생기가 덜하다. 나무는 뿌리로 수분을 섭취하고 숨도 쉰다. 아스팔트로 뿌리 부분을 온통 덧씌워놓고는 살려보겠다고 지상에 보이는 부분을 치료해야 무슨 소용인가?
느티나무의 현재 나이가 342살이라니 17세기에 태어난 나무다. 인간의 1대를 30년으로 보다면 인간의 11세대 이상을 살아온 나무다. 느티나무는 조선시대부터 수없이 부임하고 이임했던 진안현감의 목민 소문을 들어왔으리라. 거드름피우던 일본인 군수 모습도 보았고 해방 후 우리 군수들의 근무 모습도 보아온 나무다.
이런 느티나무의 뿌리가 썩어 가는지 하늘 향해 뻗은 나뭇가지가 너무나 나약하고 힘이 없어 보인다. 나무뿌리는 남쪽보다 북쪽으로 멀리 뻗는다. 멀리 뻗은 끝 부분에 실뿌리가 많다. 사람에게는 말초혈관에서 온몸으로 이어져 산소 및 영양분이 교환되고 노폐물을 수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듯이 나무도 실뿌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뿌리가 펼쳐 있을 부분의 땅이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죽어가는 것 같다. 지금 느티나무에 확보해준 녹색 공간에는 실뿌리가 별로 없을 것 같다.
5억 원짜리 ‘주민 참여 형 아름다운 거리 만들기’ 공사를 하려다 중지하였다고 한다. 아름다운 거리 만들기는 군청 마당의 느티나무에 생기를 불어넣은 일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군청 앞마당이라도 아스팔트를 걷어내자. 최소한 느티나무와 민원 봉사실까지의 마당만이라도 느티나무 뿌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재생시키면 좋겠다. 이 공간을 주차는 최소한 허용하나 자동차가 통행하지 않는 공간으로 만드는 방법을 검토하면 좋겠다. 차량의 출입구를 다른 곳으로 바꿀 수도 있겠다.
진안군청은 진안의 상징이다. 진안군청 마당은 자동차만 많다. 수백 살 된 싱싱한 느티나무 한 그루는 있어야 한다. 아름다운 거리에는 죽어가는 나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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