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과 맞닿은 진안 문화를 바라며... -

▲ 양희연 평생학습 요가강사
‘홍상수’라고 하는 영화감독이 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이라는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일상의 모습과 그 의미를 보여준 그. 하지만 그의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기쁨이나 희망이나 환희 대신에 삶의 질펀함, 무료함, 그리고 나의 그림자가 떠오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모습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저렇게 궁색하고 처참할까 싶어 짜증까지 치밀어 오른다. 조금도 미화되어있지 않고, 너무나 철저하게 우리를 아니 나를 들여다본다. 그래서 필자는 그의 영화를 싫어했다. 구질구질하고 너저분하면서도 너무 날카롭다. 삶이 무료하고 힘겨워 영화를 찾는 관객들에게 이거 좀 너무한 거 아니냐는 생각까지 일었다.

하지만 얼마 전, 그의 영화를 다시 보며 필자는 알게 되었다. 그렇게 무시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그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보이는 반응이라는 것을, 그것을 거부하는 것 또한 내 안에서 일어나는 나의 마음작용이라는 것을...
흔히 문화라고 하면 사람들은 일상과 동떨어진 무언가를 생각하기 십상이다. 꾸며지고, 특별히 차려지고, 말하자면 일상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것. 그렇게 특별하게 마련된 음악회나 미술전과 같은 전시 프로그램은 굳이 구분하자면 축제, 페스티벌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그 역시 문화라는 큰 틀에 녹아들어가는 것이지만... 우리가 잠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차 마시고, 책을 읽고, 걷는 것. 그것이 문화다. 어떻게 자고, 어떻게 일어나며, 무엇을 어떻게 먹으며, 무엇을 보고 듣는지 그것으로 삶의 질은 구분된다. 문화의 급이 나누어진다.

필자가 아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이곳 진안을 찾아와서는 많이 놀라워한다. 하나같이 그들은 이곳에 문화의 집과 청소년 수련관이 운영되는 모습을 보고 진안 문화의 질을 본다.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문화가 판을 치는 극장이나 백화점 대신 건전하고 대안적이고 지역의 요구를 반영한 프로그램들과 제반 환경을 보며 참 부러워한다. 개인적으로 진안에 삶의 거처를 마련하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도 이런 환경 때문이지 않았던가. 지역은 지역의 특성이 있다. 도시는 도시대로, 시골은 시골대로 그 특성을 잘 살려 특화시켰을 때 빛이 난다. 시쳇말로 경쟁력이 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가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말이 있다. 뱁새는 뱁새의 걸음을 걸어야 한다. 자기를 인정하고 사랑하며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나가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그동안 군에서 운영해오던 진안 문화의 집을 진안 문화원에서 위탁운영하게 되었다. 전국적인 문화의 집 운영추세와는 다른 방향이지만, 그 역시 지역의 특성이라고 본다. 새로운 운영위원단과 국장과 간사로 구성된 실무진들이 배치되었다. 프로그램 또한 많은 변화를 보였다. 문화의 집은 초등 저학년 아이들과 성인 중심으로, 초등 고학년을 비롯한 청소년은 청소년 수련관이 중심이 되어 프로그램을 마련한다고 한다. 청소년 수련관은 진안 YMCA가, 문화의 집은 문화의 집이 위탁운영하게 된 지금 상황에서 보면 진안 YMCA와 진안 문화원은 지역 생활 문화에 맡게 된 역할이 참으로 크게 되었다. 일상과 밀착된 프로그램, 진안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덜 소비적이고 덜 향락적이면서도 신나고 즐거운 프로그램, 자연과 우주와 하나 될 수 있는 전일적 프로그램으로 진안의 문화를 채워갔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