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발의에 반대한다
/김주환 진안치과 원장

노무현 대통령이 전쟁을 도발하고 있다. 기대와 희망으로 일 년을 계획하는 새해 벽두인 1월 9일, 5년 단임제인 대통령을 4년 연임제로 바꾸는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집권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나라당 뿐 아니라 대한민국 대부분 국민들의 허를 찌르는 제안이다. 집권당인 열린우리당 내부에서조차 고운 시선만 있는 것 같지는 않다.
1987년에 만들어진 헌법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다른 문제점은 제외하고 단 한 가지 국가권력의 중추인 대통령제의 구조만을 바꾸겠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어두웠던 과거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이승만 정권 당시의 사사오입 개헌, 박정희 정권시의 3선 개헌과 유신헌법 등 개헌의 중심이 권력구조에 있었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1년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바꾸겠다는 것은 정치적인 계산이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1987년에 만들어진 현재의 헌법은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합의와 동의하에 만들어졌다. 또 오랫동안 군사독재에 저항한 ‘독재청산’이라는 시대정신이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발의하려는 대통령의 4년 연임제가 이 시대의 대다수 국민의 시대정신이라고 동의하기 어렵다.
1987년 이후의 정권들이 단임이라서 실패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민심에 반하였기 때문에 임기 말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던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는 아들의 비리와 외환위기 등으로 인해 민심이 등을 돌렸고 김대중 대통령 또한 아들들의 비리와 옷 로비 사건 카드대란이 원인이 되었다. 현재의 참여정부는 이라크 파병, 한미FTA 추진과 같은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지지자들의 뜻에 반하는 정책, 그리고 도박공화국, 부동산광풍으로 불리는 여러 가지 정책 등의 실패로 모든 민심을 잃고 말았다. 덧붙여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행동과 발언들로 참여정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절망과 분노로 바꾸고 말았다.

물론 대통령도 골프 칠 수 있고 보톡스주입과 쌍꺼풀 수술도 할 수 있고 ‘못 해 먹겠다.’라고 말할 수도 물론 있다. 그러나 그런 행동과 말 한마디가 국민들은 실망케 하고 상처를 주고 좌절하게 만드는 것이다. 문민정부,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모든 정권이 임기 중에 국회의원선거와 보궐선거, 지방자치선거로 평가를 받았다. 국민들은 그때마다 준엄한 심판을 했으나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반성하지 않았던 것은 정권을 가진 사람들의 오만함이다. 오히려 대선과 총선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여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를 하는 좋은 점도 있다. 이런 점으로 본다면 지금은 개헌의 적기도 아닌 것이다.

대통령 임기가 일 년 남짓 남았다. 현재의 헌법은 반민주적인 제도인 대통령 간선을 반대하던 과거의 헌법이 아니다. 물론 개헌 발의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침해 받을 수 없다. 그러나 개헌은 대다수 국민의 동의와 합의로 진행되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진정으로 개헌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정략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린우리당을 탈당해야 한다. 그리고 개헌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국회에서 논의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개헌 발의는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개헌을 자주 말하는 것은 국민을 짜증스럽게 한다. 대통령은 정치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과 발언을 자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마지막 임기에 충실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