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선진의 ‘올 겨울엔 도서관이나 파먹을까?’(7)

▲ 지음 : THE PRIMAL TEEN 바버라 스트로치 옮김 : 강수정 출판 : 해나무
지음 : THE PRIMAL TEEN 바버라 스트로치
옮김 : 강수정
출판 : 해나무

말 잘 듣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불손해지고 혹은 경멸하는 시선을 감히 부모를 향해 던지거나 방문을 쾅 닫으면서 그날은 찾아온다.
여전히 상위권인 성적표가 도착하던 날 아이가 패싸움에 끼어 파출소에 있다는 전화를 받기도 하고, 조용하고 얌전한 딸이 좋아하는 아저씨를 만나러 몰래 집을 빠져 나가 어울리는 현장을 남의 입을 전해 들어야 한다
바로 사춘기가 시작된 것이다.
사람의 뇌는 0세부터 3세까지 최고의 발달을 보이고 그 시기가 지나면 거의 안정된 상태가 된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가정을 단번에 폭풍의 한가운데로 몰아 놓을 때도 우리는 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십대들이 통과의례로 겪는 사춘기가 (평균 12살부터 18세 까지) 뇌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에서 출발한다.

십대와 뇌. 뇌와 십대. 이 문장은 이제까지 그렇게 어울리는 문장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이전까지의 과학수준은 죽은뇌만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죽어있는 십대들의 뇌는 별로 없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또 사춘기는 호르몬의 문제로 보는 게 일반화 된 이론이었다. 그런데 이제 기술이 발달해서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고 (MRI라고 하는 자기공명영상) 그런 결과 뇌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증거를 찾아내게 된 것이다
그렇다. 아직 연구중이지만 십대들의 뇌가 문제일지 모른다는 증거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뇌는 어린 영아기에 발달을 멈추는 것이 아니다.
뇌를 숲과 비유해 설명하면 사춘기 이전의 뇌는 초기 숲의( 아무것도 없는 토양위에 일 년 혹은 다년생 초목들이 발아하고 그 사이로 관목과 침엽수가 우거지는)상태로 발전해있으며 사춘기에 들어서는 갑자기 밀림처럼 우거지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머지않아 밀림은 가지치기가 된 분재로 성인이 되게 된다.
밀림은 혼란의 상태다. 길도 보이지 않으며 왕성한 성장이 제멋대로 이루어지는 중인 숲이다. 양 뇌는 감각의 가지와 감성의 잎을 무한히 생성하는 중이며 이성과 기대와 보상의 열매인 덩굴을 저마다 뻗어가는 숲이다. 이들을 통제하고 관리해야할 부분은 한가운데 바로 이마 뒤에 있는 전전두엽이라는 부분인데 이 부분 또한 부분적인 성장을 하느라 양옆의 서로 다른 숲을 관리할 여유가 없다
정리하면 십대들의 뇌는 인생의 가장 왕성한 발전기에 들어서 있는데 그 서로 다른 수종이 자라고 있는 군락지를 연결해 줄 회로와 같은 시냅스가 아직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거다.
그 사이로 뇌를 움직이는 호르몬 특히 도파민(보상과 매력에),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들도 왕성하게 작용하여 뇌에 영향을 주고 이런 영향을 받은 뇌가 또 다시 그런 호르몬을 분비하게 만드는 상호작용이 활발해지는 상태다.

그런데 이를 관장할 전두엽으로 통하는 열결부위가 아직 공사중이어서 십대들 자신조차도 날마다 변화하는 변덕스러운 감정과 충동에 무방비 상태라는 것이다
아직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문제는 분명해 지고 있다.
전두엽이 문제의 진원지이며 사춘기의 십대들은 생물학적 관점으로 보아야한다는 것.
그럼 우리 어른들은 두 손 놓고 그저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만 할까?
단호하게 말해서 절대 그렇지 않다! 부모들은 전두엽의 역할을 해주어야한다. 이유는 십대 때 경험한 상황을 성인이 되어 다시 경험할 때 그 때 처리한 방향으로 결과를 몰고 가게 된다니 좋은 처리결과를 경험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부모들은 전두엽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사춘기니까 어쩔 수 없지 라며 방치하면 안 된다.

대신 부모들이 명심해야 할 것.
자신이 겪었던 십대로 눈을 돌려 그 입장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여러 가지 심부름도 다 잘하던 아이가 어느 날 바보가 된 것처럼 까먹거나엉뚱하게 나올 때 이들이 뇌는 아직 공사중이라는 것을 상기하라.
공사장은 위험하고 주의해야할 것들이 많다. 널려진 자재들과 쓰레기처럼 보이는 것들은 어떤 공정을 위한 것들로 널려져있는 것일 뿐이다. 그것들은 한가지 씩 제자리를 찾아 쓰여질 것들이다. 그러니 명령을 내릴 때 한 가지씩 해야 한다는 것.
“네 방을 정리하고 숙제를 하고 빨래감을 세탁기에 넣어라”는 식의 다발성 명령은 십대들을 혼란에 빠트릴 뿐이라는 것.

그리고 십대들은 발달하고 있는 만큼 많은 잠을 생물학적으로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중고교가 너무 일찍 시작한다는 것은 십대들에겐 가혹한 형벌인 셈이다. 실제로 이런 강요된 활동에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미국에서는 해군의 수면시간을 6시간에서 8시간으로 허락하기 시작했다한다. 하물며 군대에서도 시행 가능한 일을 어찌 그보다 어린 십대들에게 허용하지 않을 수 있는가.
원래 8시간 수면은 표준이다. 부모들이 명심해야할 사항은 십대들은 생물학적으로 잠꾸러기라는 것을 인정하라. 이제 십대들에게 주는 압력을 낮추고 전두엽의 역할을 부모가 하라. 다그치고 싸우려 들지 말고. 공사 중인 십대들의 전두엽역할을 위해서는 지금 공사중인 십대의 전두엽을 활용하는 게 좋다. 한꺼번에 달려들어 해치우는 우리의 성급한 공사방법으로는 절대 십대들의 뇌는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
십대들 둔 부모들이여! 시간을 내어 이 책을 한 번씩 읽어보심이 어찌 하올른지. 당신들을 분노와 좌절에서 구하고 싶은 십대를 다 키운 부모의 충고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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