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로 선 진안(3) 정천 큰 골재~부귀 노래재

2007년 두발로 선 진안 첫 산행이 지난달 27일 있었습니다. 이날은 정천 봉학리 큰 골재를 넘어 부귀면 황금리 노래 재까지로 진안 배드민턴클럽 이상현 회장과 아빠와 함께 온 진홍(진안초 3), 명지(진안초 1)양을 비롯한 배드민턴클럽 회원(고영진, 백현숙, 박용희, 이민재, 박경의, 김명순, 진규석, 임종근), 정천우체국장 박주홍씨와 부인 오정임씨, 소연(조림초 6), 상희(조림초 4)양, 엄규성씨 부부(정천 천지가든), 그리고 이종필씨 부부 등 22명이 함께 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갖는 두발로 선 진안 산행을 시작하기 하루 전인 26일,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조금 내리고 금세 그칠 줄 알았던 눈은 하루 종일 내려 온 세상을 온통 하얀 눈 세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과연 이대로 산행을 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설경이 드리워진 겨울 산에 오르고자 산행을 강행했다.
27일, 눈은 내리지만 다행이게도 날씨가 춥지만은 않다. 겨울 산에 오른다는 설렘 때문인지 겨울날씨치고 포근한 느낌마저 든다.

▲ 지난달 27일 올해 처음으로 가진 두발로 선 진안 첫 산행이 있었다. 이날 아름다운 설경을 배경으로 일행들이 힘차게 산을 오르고 있다.
◆눈 위로 발자국을 새기다
떠오른 태양에 주위가 반짝거린다. 작은 알갱이들이 보석과 같이 빛난다. 밤새 야생동물조차 밟지 않은 설원이 일행들 앞에 있다. 조심스레 발자국을 남기며 그렇게 겨울 산에 오른다.
이번 산행에 동참한 소연이와 상희는 연신 눈을 뭉쳐가며 눈싸움에 한창이다. 코끝으로 스미는 차가운 바람과 발목까지 빠지는 눈밭에서도 아이들은 눈이 왔다는 그 자체만으로 즐겁기만 하다.
“와~ 정말 이쁘다”
“이야~ 그야말로 그림이 따로 없네”
여기저기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멀리서 바라봤을 때는 몰랐던 겨울 산의 아름다움이 일행들에게 왜 산을 올라야 하는지 당위성을 부여해 준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설경이 주는 감동에 흠뻑 취해 산 초입부터 즐거운 미소가 절로 그려진다.
이제부터 산행길이다. 여름에는 숲이 우거져 들어서지 못했을 길이 겨울이 되어서야 일행들을 맞는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앞서가던 일행 중 한 사람이 눈이 소담스레 내려앉은 나뭇가지를 털어낸다. ‘챠르르’하고 은빛가루가 공중으로 흩날린다. 일행들 가슴에 ‘찰칵’하고 새로운 사진하나가 담긴다.

◆옛 낭만과 추억을 간직한 고갯길
“옛날 정천 총각하고 부귀 가치마을 처녀들은 정천 큰 골재에서 부귀 노래재를 넘어 다니며 데이트를 했다고 해요.”
“데이트 하느라고 어디 힘든 줄 알았겠어?”
정천이 고향인 엄규성씨의 말에 한마디 따라온다.
그렇지 않아도 산을 오르는 내내 쉼 없는 오르막길로 헉헉 숨이 차오르는데 옛날 처녀 총각들은 행복한 마음에 힘든 줄 모르고 올랐겠지.
알게 모르게 사랑의 다리가 되어버린 고갯길... 산을 오르며 옛날 어른들의 낭만을 한번 그려본다.
“정천의 인구가 4~5천 명 정도 됐을 때 정천에 큰 5일장이 섰어요. 그러면 이 길을 통해 장을 찾아와 잡곡과 해산물을 바꿔가기도 했지요.” 귀하디귀한 해산물 먹고자 그렇게 정천 5일장을 기다렸던 사람이 많았다고 규성씨는 설명했다.
지금은 비록 용담댐으로 인해 수몰이 되어 적은 인구에 소규모 마을이 되어버렸지만 옛날만 해도 5일장이 설 정도로 큰 동네였다고 하니 이 고갯길을 넘어 다녔을 사람의 수가 가히 짐작이 되고도 남음이다.
턱 밑으로 땀방울이 떨어져 내린다. 중턱에 서서 물 한 모금을 나눠 마시며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탁 트인 주위로 멀리 용담호가 보이고 하얀 눈 속에 폭 안긴 정천 마을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크게 숨 한번 내쉬어 본다. 청명한 바람 한 자락이 폐부로 스며든다.

▲ 산행을 시작 하기 전 하얀 눈을 맞으며 먼저 모인 일행들은 정천면사무소에 모여 기념 촬영을 가졌다.
◆동학의 혼이 깃든 성터
옆 능선에서는 벌써 정상인데 일행들이 서 있는 자리에서 정상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계속 오르기만 하는 길이 야속하지만 그래도 힘을 내 본다.
“이제 다 왔다” 다리에 힘이 빠질 무렵 들린 소리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반갑기만 하다.
엄규성씨와 이종필씨가 정상에 올라 한시름 쉬는 일행들을 다시 재촉한다. 옛 성터가 남긴 자리로 안내하기 위함이다.
“이 성터 자리는 오래됐습니다. 일제시대 동학농민군이 일본군을 피해 숨어 있었던 자리입니다.” 눈 속에 묻혀 일행들에게 제 모습을 모두 드러내지 못했지만 성터의 그 흔적만으로도 동학농민군과 일본군의 싸움이 얼마나 처절했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낭만과 추억을 간직한 고갯길은 그보다 먼저 동학농민군의 서글픈 혼이 서려있었다.

◆모두가 동심으로
설원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하얀 눈이 완만한 언덕에 넓게 퍼져있다. 어느새 힘든 산행에 함께 동참한 상희, 명지, 진홍이가 눈 위에서 뒹굴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일행들 중 세 명이 자진해서 동심으로 돌아가 눈밭에서 빨리 뒹굴기 대회를 가져본다. 부부가 함께 동행한 사람들은 눈싸움도 해 보고 함께 눈 위를 굴러보기도 한다. 웃음이 넓게 퍼진다. 자연이 주는 놀이터의 즐거움에 산을 오를 때 느꼈던 피로가 모두 씻겨 나간다.
그렇게 설경이 주는 매력에 빠져있다 노래 재를 넘어 부귀면 황금리 가치마을로 내려섰다. 일행들은 가치마을 이장 댁에서 김밥과 컵라면 등으로 약소하지만 마음만은 풍성한 점심을 먹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많은 눈이 내렸던 것 같은 2007년 두발로 선 진안 첫 산행, 이날 함께 한 일행들은 설경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던 감격적인 하루로 영원히 기억될 듯 하다.

▲ 박상희 <조림초 4>
우리는 작년에 진안 신문사에서 동향으로 등산을 갔다. 이번에는 우리 집 뒷산으로 간다. 처음에는 가기가 싫었는데 막상 가보니 겨울나무가 정말 예뻤다. 아빠는 먼저 올라가고 엄마와 나, 언니는 엄마를 약 올리며 올라왔다. 나보다 1살 어린 명지와 진홍이랑 같이 올라갔다. 진홍이는 나와 같이 넓은 들판에서 같이 굴렀다. 나와 진홍이는 사정없이 구르고, 어른들은 누가 더 많이, 빨리 구르나 시합을 하였다.
“진홍아! 어른들 시합한다!”
나와 진홍이는 같이 참여했다. 우리는 산에 올라 가서 성 터도 보았다. 또 어여쁜 겨울나무를 내가 흔들어서 우리언니를 눈사람으로 만들었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웃겨서 ‘킥킥’ 웃었다. 사진기를 가져가서 겨울나무 사진을 찍었다. 내려오는 길에 아빠와 엄마가 칭찬을 해 주셨다.
부귀 가치마을 이장님 댁에서 밥을 얻어먹고 진홍이, 명지, 나, 우리 언니는 과자 파티를 하였다. 또 이장님이 맛있는 튀밥도 주시고 정말 애를 써주셨다. 우리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명지와 나 또 우리언니와 진홍이가 한 팀이 되어 눈싸움을 하였다. 우린 맞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진홍이와 언니는 뒤에다 눈을 숨기고 몰래 우리를 맞췄다.
너무 힘들어 “헥헥” 거리며 걸어가고 있는데 면사무소 직원께서 차를 몰고 오셨다. 우리는 힘들었는데 잘됐다고 생각하며 후다닥 차에 탔다.
면사무소에 도착하고 우리들은 우리 집에 와서 썰매를 탔다. 놀다가 우리 집에 들어와서 몸을 녹이며 과자를 먹었다. 헤어질 시간이 되어서야 우리는 신나게 놀아서 아쉬웠다. 하지만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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