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배리어프리투어센터 오야카와 오사무 NPO 법인대표

〔글 싣는 순서〕

·1회 : 모두가 편안한 진주시 '무장애도시'
·2회 : 시작도 하지 못한 남해군의 '베리어프리'
·3회 : 휠체어가 다닐 수 없는 진안군의 현재
☞4회 : 장애인이 불편 없이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사회
        (오키나와 베리어프리투어센터)

·5회 : 베리어프리는 의무이다(오키나와 및 일본행정의 정책)
·6회 : 베리어프리 진안을 실현하기 위한 현황과 비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게재되었습니다

베리어프리(Barrier Free)란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운동을 말한다. 건축에서는 크게 휠체어를 탄 고령자나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다름없는 이동권을 확보하자는 뜻에서 공공시설이나 주택, 숙소 등의 건축물을 지을 때 문턱을 없애거나 보조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진안의 공공시설과 상가, 인도 등은 비장애인 위주로 설치된 것이 대부분이다. 턱이나 계단은 높고 울퉁불퉁해 휠체어나 몸이 불편한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다. 이러한 현실과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진안신문은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는 장소나 시설을 찾아 촬영하고, 사진 전시회 및 발표회를 통해 진안군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함께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그리고 국내와 국외 베리어프리 조례를 제정한 지역을 찾아 소개하고, 추후 우리지역에서 베리어프리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간담회도 마련한다. /편집자 주

 

▲ 나하공항에 위치한 오키니와 배리어프리투어센터에서 직원이 상담전화를 받고 있다.

누구나 낭만적인 여행을 꿈꾼다.
비행기를 타기만 하면 이국적인 땅에서 색다른 음식들과 즐거운 관광체험, 재미난 볼거리들을 즐기는 여행문화는 이미 우리나라에서 보편화 된지 오래이다.
하지만 모두가 마음대로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불편한 몸을 가지고, 휠체어를 타고, 유모차를 끌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여행이 있을까?
울퉁불퉁한 길, 휠체어가 들어설 수 없는 좁은 공간, 경사진 계단과 턱, 마치 여행은 '젊고 건강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틀린 얘기다. 당연히 여행은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일본에 위치한 작은 섬 오키나와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증명하고 있다.
지난 9월 방문한 일본은 한국의 8월 날씨처럼 무더웠다. 금방이라도 물속에 뛰어들고 싶은, 혹은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스포츠를 즐기고 싶은 날씨이다.
오키나와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 헤엄칠 수도 있고, 스포츠센터에서 자유롭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오키나와 NPO법인에서 운영하고 있는 배리어프리투어센터는 '누구나' 여행을 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함께 만들어간다.
지난달 26일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공항에 위치한 배리어프리투어센터를 방문해 오야카와 오사무 NPO법인대표를 만났다.

◆누구나 편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10년 전, 2007년에 나하공항에 처음 설립된 오키나와배리어프리투어센터는 장애아동을 보호하는 법인단체인 NPO에서 운영하고 있다.
대다수의 오키나와 여행객이 나하공항을 통해 입국하기 때문에 배리어프리투어센터의 시작이 나하공항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절차였다.

오야카와 대표는 "오키나와에는 고령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관광객은 점점 늘어만 가는데 노인이나 장애인이 여행할 때 불편함을 겪는다는 문의가 많이 왔다"라며 "우리 NPO법인이 장애아동을 위한 단체이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모두가 편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뜻을 함께 모아 배리어프리투어센터를 설립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오키나와가 관광지로 알려져 각국에서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데도 불구하고, 불편함이 많다는 얘기가 들려온 것. 휠체어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여행지를 목표로 그렇게 배리어프리투어센터가 첫 발을 내딛었다.
나하공항에 도착해 국내선 1층 건물에 위치하고 있는 배리어프리투어센터를 찾았을때였다. 직원과 한참 얘기를 나누다가 걸려온 한 통의 전화. 휠체어 이용 장애인 여행자로부터 온 문의 전화였다.
직원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보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부터 렌트카, 추천하는 관광지 모두 코스를 소개해주고, 전화번호와 위치까지 알려준다.

신체장애인 뿐만 아니라 섭식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용자가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안내부터 시각장애인에게 소리로 코스를 안내하는 SD카드까지 모두 구비되어 있다.
전화 상담부터 직접 공항에 위치한 센터를 방문하여 오프라인 상담이 가능하다.
30분 정도 길게 이어진 상담에서 장애인이 보다 자세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전해졌다.

 

▲ 일본 배리어프리투어센터 오야카와오사무 대표(사진 왼쪽)와 직원(사진 오른쪽)이 목에 걸린 수화증을 보여주고 있다. 수화가 가능한 직원들에게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장애인여행객 위한 책자 '소라쿠루 오키나와'
오키나와배리어프리투어센터는 국가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신 휠체어 대여 시 받는 요금과 매년 발행하는 '소라쿠루 오키나와'라는 제목으로 발간되는 책자를 통해 광고를 게재하고 광고비용을 받는 것.

 

하늘의 '소라'와 미라클의 '쿠루'를 합친 뜻의 '소라쿠루 오키나와'는 '전 세계와 연결, 아무 장벽과도 부딪치지 않는 궁극의 배리어프리의 하늘'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10년 전 60페이지였던 이 책자는 올해 발간된 11호에서는 130페이지로 늘었다. 매년 발행하는 이 안내책자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배부하고 있다.

내용에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여행정보뿐만 아니라 휠체어 대여, 교통안내, 스포츠문화시설, 대회, 지도 등에 대한 모든 정보가 제공되어있다.
장애인주차장, 화장실 등 배리어프리시설이 구비되어 있는 곳을 마크로 표시해 누구나 쉽게 알아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눈에 띄는 것은 휠체어를 타고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물 위를 타고 움직일 수 있는 해저용 모터 휠체어에 탑승하면 몸이 불편한 장애인도 마음껏 해양스포츠가 가능하다. NPO법인이 원래 구비하고 있던 모터 휠체어를 최대한 많이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오키나와 배리어프리투어센터는 누구나 불편 없이 더 많은 문화체험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그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또한 상인과 주민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오키나와 취재를 통해 방문한 대다수의 시설들은 배리어프리시설이 '당연히' 마련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아직 갖추지 못한 시설들도 최대한으로 배려하려는 마음이 엿보인다.  
또한 오키나와를 방문하는 장애인 이용자가 있으면 스튜디어스나 가이드가 먼저 배리어프리투어센터를 안내하고 데려다 주는 경우도 많다고.    

이처럼 오키나와배리어프리투어센터에서 발행한 책자에 의하면 2016년 한해 센터를 이용하는 수는 1만6천275건.
10년 전인 2007년의 1천601건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그만큼 여행에 있어 장애인과 노인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는 이 투어센터 덕에 자연스럽게 오키나와의 관광객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장애인들과 노인들에게 준 '용기'
일본에서는 1992년에 처음으로 장애인시설정비에 대한 법률이 생겼고, 2006년에 배리어프리법률이 동일하게 전국적으로 적용됐다.
보편적으로 일본에서 법률이 적용되어 지키고 있지만, 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한 배리어프리투어센터를 공항에 설립하고 운영하는 경우는 오키나와 밖에 없다. 특별하게 오키나와에서 배리어프리정책이 잘 적용되고 있는 이유가 있을까?

오야카와 대표는 "오키나와가 섬나라이기 때문에 더 일찍 가능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지만 여러 가지 불편사항 때문에 못 오는 사람들이 있다"라며 "우리 센터를 통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었다. 오키나와 주민들도 점점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조금 더 가능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오키나와 배리어프리투어센터에서 이용자들이 움직이는 활동들을 더욱 많이 할 수 있도록 앞으로 계속해서 연구해나갈 계획이라는 얘기다.

또한 오야카와 대표는 "우리의 최종 목표는 배리어프리투어센터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편하게 어디든 갈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배리어프리'라는 개념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의미한다. 오야카와 대표는 오키나와와 일본뿐만 아니라 하루 빨리 이런 세상이 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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