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선진의 ‘올 겨울엔 도서관이나 파먹을까?’(8)

▲ 지음 : 강서재, 출판 : (주)위즈딤 하우스
지음 : 강서재
출판 : (주)위즈딤 하우스

한 때 ‘드라마왕국’ 이라는 비난이 돌던 때 방송작가인 동생녀석이 한 말.
“뭘 모르는 소리. 드라마가 바로 애국자란걸 아셔야지. 한류열풍의 원인 어디에 있는지 알어? 미국은 2 년전에 기획부터 녹화편집 까지 마친 드라마를 방영해. 한국도 시작은 그렇게 하려고 해. 피디랑 모여 기획하자고. 작가들 그냥 미루는 거야. 아니까 그러면 제 맘대로 못쓰니까. 재촉하지. 작가들 안 해. 그러다가 그냥 너하고 싶은 대로 해라 이러지 그러면 그때부터 작가들 자판 두들기고 지들끼리 회의하고 그러는 거야. 머리 속엔 다 들어있으니까. 쪽지대본 들이밀며 녹화하는데 우리나라밖에 없을 걸?. 그만큼 따끈따끈한 거야. 미국은 이 년전에 지어놓은 햇반을 레인지에 데운 밥을 올리는데 우리는 방금 솥을 열고 퍼 담는 따끈따끈한 밥을 올리는 거라구 그러니 겜이 되겠냐구. 멋도 모르면서들-”
바로 지금 그런 밥상을 나도 올리는 거라면 입맛이 다셔질라나.

발행이 2006년 11월이니까 아직 김이 모락모락하다.
강서재는 방송작가로 책도 꾸준히 낸다. 그만큼 세상을 갓 요리해 내 놓는다. 블러그의 추천을 읽고 도서관에 신청했더니 벌써 구입되어 있었다. 진안공공도서관에 감동 먹은 날이었다. 그런데 이 책외에 다른 책들은 아직이었다. 분발하시길. 방송작가인 장만옥-홍콩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그 장만옥이 아닌- 은 나이 서른에 “아무리 좋은 옷을 걸치고 명품으로 온몸을 둘러싸도 폼이나지 않는” 찝찝함의 정체를 찾아낸다. 바로 남친이라는 악세사리를 장착하지않은데서 오는 결핍. 그리하여 남친 만들기 대장정에 들어가는데 ‘브리짓존스의 일기’ 라는 외국소설과 영화의 구조를 따온 것은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작가답게 장만옥은 남자에 대해서도 시장조사를 한다. 이른바 명품백, 핸드폰, 무좀약으로 대변되는 족들이다.

명품백- 말 그대로 살짝 걸쳐주기만 해도 후광이 어리게 하는 남자 .‘여유’를 가진 남자. 아무렇지도 않게 여자에게 명품을 선물하면서도 여자가 내미는 김밥꼬다리에도 감사를 나타내는 매너의 소유자.
핸드폰족- 하나 쯤 갖고 있어도 나쁠 건 없지만 그렇다고 내세워 자랑하기엔 다소 민망한 남자. 핸드폰이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백 만화소를 자랑하는 최신형을 가졌다 한들 모바일강국 대한민국에서는 그저 핸드폰인. 그리고 무좀약-여자에게 기생하여 빛을 보는 무리들. 갖고 있다는 게 부끄러운 일이 되는 그런. 남몰래 피나도록 긁어도 참는 게 나을 수 있는. 그러나 명품백으로 위장하는 테크닉을 가진 무좀약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 무좀약 사고 쇼핑했다고 자랑할 수는 없지 않느냐

서른에 접어든 여자가 남친을 가져야 할 명분이 확실해졌으니 소개팅퀸카로나서는 것은 너무 당연하리라. 소개팅에 진입하기 위한 무기구입은 필수. 나이를 고하하고 여자들의 공통적인 미스테리가 또 튀어 나온다. 옷장 가득 걸려있는 옷들 앞에 미안하지만 늘 던지는 말. 왜 이렇게 입을 만한 것이 없나 데이트 한 시각 앞두고 벌어진 매장에서 꼿힌 내 옷 그러나 카드결재 불가. 목적과 달성이 확고한 만큼 포기라는 단어는 사전에서 이미 삭제한 장만옥
‘5번가 점원’의 경멸어린 시선도 무시하고 눈물과 거짓약속으로 옷을 입고 첫무대에 등장하나 첫날부터 코 깨지고 무릎 까지고. 남자친구 만들기 1일부터 시작해 359일 째에 골인한 기록이다.

국장은 능력있는 중견작가인 장만옥을 건포도클럽회원(가슴빈대인)인 빈티형 체형때문에 노골적으로 장작(작가가 아닌 장작개비)이라 깔아뭉갠다. 더구나이 속물국장 텅 빈 머리인 주제에 가슴만 빵빵한 풋내기 S를 단번에 경쟁대열에 올려놓아줌으로서 장만옥의 실패와 상처뿐인 남친만들기 작전은 포연가득한 패전으로 기울어 가는데.
‘영어파’ ‘유학파’ ‘인텔리’로 분류되는 부류의 남자들. 분류따라 여자에게만 내려진 천상의 무기인 ‘내숭’의 변화를 조절하는 여자들.(요즘엔 내숭 떠는 남자도 있다- 무좀족의 진화인가?) 새로운 아이템 하나 못 내놓아도 S라인 한 번 출렁해주는 것으로 편하게 세상사는 예쁜 것들이 저주스러운 건 자신의 무기를 악에 쓰기 때문이다며 투지를 불태우는 작가 장만옥.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늪의 바닥이 단단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이는 곧 끝까지 가본 사람과 중도에 대충 발을 뺀 사람의 차이라 할 것이다. 나 장만옥은 어떤 사람인가. 단단한 바닥을 경험해보지 못한 이론가였다는 것. 이제 장만옥은 바닥까지 내려가기로 결심한다. 한 번도 한 남자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함께 해보지 못했다는 것. 이것은 한가지의 단점 때문에 백가지의 장점을 버리게 하는 일이 된다는 것
이런 장만옥앞에 서광이 보인다. 첫 소개팅 때 옷을 사기위해 통곡연기와 거짓말을 서슴치 않았던 그 미친 짓이 ‘5번가 점원’( 실제 명품백인) 눈에는 새로운 매력의 여자로 필-했다는 것..

어느 연사께서 “부자 남자과 가난한 여자의 결혼 후 여자가 받는 압박은 불공정거래에서 비롯된 당연한 결과”라든데. 어디 결혼이 남녀의 만남이 거래로만 규정되는가. 그게 자리 잡는다면 못생기고 못배우고 가난한 사람들은 다 지금 죽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 모두는 그 거래를 역전시킬 수 있는 키워드를 하나씩 갖고 있다. 다름 아닌 매력! 그 매력은 철저히 자기본위이다. 이것이 불공정 거래에 승복할 수없는 점이다, 장만옥이 약점으로 여기는 아킬레스건에 끌려온 남자 ‘5번가 점원’은 바로 그 아킬레스건에게 ‘헬로러블리’라는 마술을 건다. 여자들의 가슴은 아무리 작아도 남자의 것보다는 크기 때문에

이쯤해서 우리가 믿고있는 오해 하나. 위에서 엄마와 아빠가 헉헉대고 있을 때에도 유전자는 절대 흥분하지 않는다는 것. 왜냐하면 자기와 가장 다른 유전자를 찾아내야 하니까. 난자에 골인하는 것은 힘센 정자가 아니라 난자와 가장 많이 다른 유전자를 보유한 정자라는 것
결국 이 작품은 현대판 신데렐라에 다름없지만 요즘 젊은애들과 연애정석 알고 싶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밤 세워 꼴딱 해치웠다. 그만큼 따끈따끈한 서평 올리는 줄 아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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