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창현 진안초등학교 교장

진안읍을 흐르는 냇물 이름 중에 학천이 있다. 학천이라면 깨끗한 냇물에서 유유한한하게 물고기를 찾는 학을 볼 수 있어서 붙여진 냇물 이름이라고 누구나 생각할 것이다. 마을 이름에도 물과 학이 어우러진 학천가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의 학천동이 있다. 얼마나 깔끔하고 목가적인 이름인가?

학천에서 학을 본 기억은 없지만 내가 어렸을 적 학천은 무척 깨끗했다. 초등학교 시절 어느 여름날, 갈증이 나 학천에 엎드려 벌컥벌컥 냇물을 마신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물마시며 보았던 그 맑은 물속의 깨끗한 조약돌들, 흐르는 시냇물 수면에서 난반사된 햇빛의 그 영롱함을 잊을 수 없다. 그 뿐인가? 이리저리 몰려다니던 붕어새끼 피라미 떼, 물장구치며 미역 감던 아이들, 모래밭을 걸어갈 때 고무신 속으로 사르르 흘러들던 모래알들의 촉감, 맨발로 뛰놀던 풀밭, 물잠자리, 석양에 파리 모양의 가짜 미끼낚시로 피라미를 잘도 낚아 올리던 중학교 M선생님의 모습.

지금의 학천 물속은 들여다보기도 싫다. 냇물 바닥에는 더러운 물때를 둘러 쓴 총기 잃은 멍청한 모습의 돌들. 냇가에는 구질구질 버려진 쓰레기들과 더러운 땟물로 얼룩진 방천 돌들, 방천 돌들 사이에서 떠밀려온 비닐 조각을 뒤집어쓰고 자라는 잡초들, 품위를 잃어 볼품없는 학천이다.
지저분한 것이 많이 버려졌던 우화천과 학천 냇가가 근래에 다소 깨끗해진 모습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진안읍의 선도로 쓰레기 3노 운동을 잘하는 주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쓰레기를 안 버리고, 안 태우고, 땅에 안 묻기’가 쓰레기 3노 운동이다. 3노 운동이 진안군 모든 주민에게 생활화되기를 바란다.

파레토라는 학자가 말한 ‘80 20(또는 20 80)’이라는 파레토 법칙이 있다. 사회 구성원의 20%의 구성원이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는 법칙이다. 반대로 20%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용담댐 물을 깨끗이 하기 위해서는 진안군민이 파레토 법칙을 깨뜨리는 군민이 되어야 한다. 군민의 20% 정도가 깨끗한 물 보내기에 적극 참여해서는 어렵다. 80%를 넘어 100%에 가까운 주민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나쁜 영향을 미치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주민이 20%라면 많아도 너무 많다. 1%도 너무 많다. 생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1% 이하의 주민이 되지 말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99% 이상의 주민에 낄 수 있도록 군민 모두가 노력하자. 1%이하의 주민이 환경을 더럽힌다. 99% 이상의 주민이 환경을 깨끗이 한다.

공해가 심한 서울도 청계천을 복원하여 깨끗한 물이 흐르는 것을 자랑하고 있다. 진안군은 서울특별시 보다는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력하면 깨끗한 학천을 복원시킬 수 있다.
학천에 학은 없더라도, 맑은 물이 흐르고, 아이들이 풍덩 물속에 뛰어 쉬! 쉬! 두 팔 벌려 피라미 떼를 몰기도 하고, 어른들의 여울 낚시 대회가 열리며, 냇가에 빨간 여뀌 꽃 피는 학천을 만들자.
진안군민에게는 특히 용담댐 상류 주민들에게는 싫든 좋든 물을 깨끗이 흘려보내야 한다는 운명적인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용담댐이 진안군의 군세를 크게 위축시켰지만 잘 활용하여야 할 관광자원이기도 하고 진안군 재정에 큰 몫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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