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어프리, 장애인만을 위한 정책 아니다

〔글 싣는 순서〕

·1회 : 모두가 편안한 진주시 '무장애도시'
·2회 : 시작도 하지 못한 남해군의 '베리어프리'
·3회 : 휠체어가 다닐 수 없는 진안군의 현재
·4회 : 장애인이 불편 없이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사회
　      (오키나와 베리어프리투어센터)
☞5회 : 베리어프리는 의무이다(오키나와 및 일본행정의 정책)
·6회 : 베리어프리 진안을 실현하기 위한 현황과 비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게재되었습니다

베리어프리(Barrier Free)란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운동을 말한다. 건축에서는 크게 휠체어를 탄 고령자나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다름없는 이동권을 확보하자는 뜻에서 공공시설이나 주택, 숙소 등의 건축물을 지을 때 문턱을 없애거나 보조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진안의 공공시설과 상가, 인도 등은 비장애인 위주로 설치된 것이 대부분이다. 턱이나 계단은 높고 울퉁불퉁해 휠체어나 몸이 불편한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다. 이러한 현실과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진안신문은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는 장소나 시설을 찾아 촬영하고, 사진 전시회 및 발표회를 통해 진안군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함께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그리고 국내와 국외 베리어프리 조례를 제정한 지역을 찾아 소개하고, 추후 우리지역에서 베리어프리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간담회도 마련한다.  /편집자 주

#1. 성까지 연결된 휠체어 길
오키나와를 방문하면 반드시 들러야 할 관광지인 슈리성.
2000년 12월, 일본에서 11번째로 세계유산으로 문화유산에 등재 된 슈리성은 류큐왕국 시대의 정치, 외교, 문화의 중심으로 그 웅장한 모습이 완벽하게 복원되어 있다.
하지만 성내에는 수많은 계단과 돌길들이 많아 장애인들이 이동하기에는 불편한 곳.
이곳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있을까?

궁금증을 안고 슈리성 주차장에 들어서자 주차요원이 차량으로 다가와 묻는다.
"휠체어 장애인이 있습니까?"
차량이 진입하면 우선적으로 장애가 있는지, 휠체어를 타야하는 고령자가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묻는다는 것.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장애인이나 고령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우선적으로 그렇게 하라고 회사에서 교육을 받을 때 지도를 받고 있다는 것이 주차관리요원 오시로씨의 얘기다.

슈리성 입구에 도착하자 여기저기에서 휠체어를 탄 고령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슈리성 입구에서 안내를 맡고 있는 나카타씨는 "슈리성 복원 시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놓았다"라며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과 고령자들이 이곳을 많이 찾고 있는 만큼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길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라고 설명한다.
슈리성으로 가는 휠체어 길은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을 지나 슈리성터까지 이어진다.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도록 완만한 곡선길이며, 휠체어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촘촘하게 엮어진 배수구까지. 곳곳에서 장애인들의 배려가 눈에 띈다.

#2. 장애인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
류큐무라는 오키나와의 문화, 예능, 자연을 응축한 체험형 테마파트다. 류큐무라에는 오키나와 각지에서 옮겨와 보존하고 있는 건축된 지 100년에서 200년이 지난 옛 민가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주민들이 연주하는 전통악기와 멜로디까지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 또한 장애인이나 고령자들이 휠체어를 타고 마을을 둘러보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는 곳이다.
돌계단으로 되어 있는 한 고택은 휠체어를 타고 둘러 볼 수 있도록 새롭게 휠체어 길을 놓았고, 류큐무라의 인기 체험거리인 '전통의상을 입고 사진찍기'는 장애인들을 위해 앞으로 입는 특별한 의상까지도 준비해 놓았다.

류큐무라 민속촌 미유키 가네시로 사무장은 "10년 전부터 베리어프리에 대해 이야기가 나와 우리 마을도 장애인과 고령자들이 편하게 마을을 둘러 볼 수 있도록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뜯어 고친 것은 아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의복은 원래 있는대로 하는 것이고, 길 또한 집을 만들 그 당시 그대로다. 장애인들을 따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걸어 다니기 쉽게 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접근하기 힘든 곳만 조금씩 보수를 하고 있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베리어프리, 관광객 증가로 이어져
두 가지 사례처럼, 오키나와의 관광지는 모두 장애인들이 쉽게 돌아볼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불편한 몸을 가지고, 휠체어를 타고, 유모차를 끌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여행이 있는 곳이 바로 오키나와다.
이런 인식이 확산되면서 오키나와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오키나와 베리어프리투어센터 운영실적보고서를 살펴보면, 2008년 599건에 불과했던 연간 상담건수가 2016년에는 3천4건으로 증가했다.

2016년 3천여 건의 상담건수 중 여행사에서 직접 문의한 건수가 45%로 가장 많았고, 장애인이 14%, 고령자들도 13%에 달했다.
특히 외국인 문의가 25%로 장애인들과 고령자들의 문의건수를 뛰어 넘었다.
베리어프리투어센터를 통해 장애인들도 여행일정과 숙박시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휠체어는 물론 도우미까지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는 것.
관광객 증가는 휠체어 대여 증가로 이어진다.

2008년 47건에 불과했던 휠체어 대여 건수는 2016년 754건으로 증가한다. 특히 2015년 666건에서 2016년 754건으로 1년 만에 15.4%가 증가한 것.
오키나와 베리어프리투어센터 운영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오키나와의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휠체어 및 유모차 대여건수도 증가하고 있다"라며 "특히 휠체어의 경우에는 60대에서 70대 여행자의 증가폭이 크게 늘었으며, 이는 오래 걷지 못하는 고령층의 휠체어 이용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휠체어뿐만 아니라 유모차 또한 2008년 9건에서 2016년 5천85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결국 오키나와의 베리어프리정책은 장애인과 고령자 뿐 아니라 어린 아기를 동반한 젊은 가족 여행자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휠체어 장애인도 해수욕을
휠체어와 유모차 외에 오키나와에서는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하반신, 상반신 마비로 해수욕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는 수륙양용휠체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 수륙양용휠체어는 해변에 바퀴가 빠지지 않고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있다.
수륙양용휠체어는 '해변에 가도 아무것도 못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던 장애인들에게 '나도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보고서는 "오키나와 8개 해변에서 수륙양용휠체어를 대여해 주고 있어 더 이용하기 쉬워졌다"라며 "오키나와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과 고령자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지만 장애인학교의 수학여행 코스로 오키나와를 선택하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적고 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여행.
일본의 작은 섬 오키나와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