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늘진 곳을 돌아볼 때(2)
군청, 군의회, 보건소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미흡

정해년 새해가 밝았다. 군은 올 한해 주요업무계획을 통해 어느해보다 소외된 주민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복지진안의 꿈은 아직 진행형이다. 비효율적인 행정은 자활자립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와 실천으로 지역의 복지 수준을 높일 수 있는데도 우리의 복지는 외면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지원’에 머물렀던 복지가 삶의 질 향상의 핵심요소로 인식돼 정책으로 제시되기 시작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이젠 ‘주는 복지’에서 ‘함께 만들어 가는 복지’로 바뀌어야 할 때다. 4주에 걸쳐 소외된 사람들의 바람과 소박하면서도 행복한 목소리를 지면에 담아본다. -편집자 주-

공공기관에서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할 장애인 편의시설의 설치가 미흡해 장애인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편의시설 감독권을 가진 군에서 조차 편의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증진보장법 상 편의시설의 설치와 유지, 관리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해당 시설주에 있으나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군수 등 시설주관기관은 편의시설의 설치, 운영에 관한 지도, 감독 및 필요한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편의시설 감독권을 가진 군마저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설치된 시설조차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다른 기관 등에 대한 점검과 감독이 소홀해질 우려를 낳고 있다.

▲ 주민복지과 앞 휠체어 보관함. 휠체어를 대신해 눈길을 덮었던 담요가 흉물스럽게 놓여있다.
◆감독기관인 군마저 편의시설 외면
정부는 지난 97년 12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대한 법률’을 제정하고 98년 1월1일자로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2001년 말까지 각종 공공건물 및 시설에 대한 편의시설 설치 기한을 설정,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의시설 설치를 강제해 왔다.
이에 따라 단속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는 실태조사를 통해 비설치 기관에 대해 시정 명령 후 이행되지 않을 경우 1년마다 3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단속권한을 가진 군 조차도 편의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http://www.accessrights.or.kr)의 협조를 얻어 군청과 군의회, 보건소 등 우리지역 주요 공공시설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현황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의 기관이 설치기준에 미달되거나 설치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청을 비롯해 군의회, 보건소 등 공공기관에 설치되어야 할 장애인 용 승강기나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으며, 장애인용 화장실 등이 갖춰지지 않은 곳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창고로 변한 휠체어 보관함
먼저 군청의 경우 민원봉사실로 들어가는 주 출입구 앞에 점형블록이 설치되어 있지만 점형블록이 유도하는 주 출입구 문이 잠겨있어 시각장애인들이 점형블록에 의지해 길을 찾을 경우 부상의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다.
복도 또한 통로 측면에 연속으로 설치되어야 할 손잡이 또한 찾아 볼 수 없으며 계단 코에 줄눈 넣기나 미끄럼방지제 마감도 없는 상황이다. 또한 장애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주민복지과가 위치한 후관 앞 휠체어 보관장소에는 휠체어 대신 눈이 왔을 경우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한 천이 쌓여있는 등 창고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후관의 화장실 또한 장애인 용 대변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소변기 역시 출입구에서 가장 먼 쪽에 설치돼 장애인들의 이용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군수실이나 강당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2층과 3층으로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장애인용 승강기나 휠체어 리프트 등의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장애인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 군의회 출입구의 시각장애인용 유도.안내문이 화분에 가려져 장애인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시간장애인용 안내문은 벽화(?)
군의회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장애인 용 승강기나 휠체어 리프트 등의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의회 방청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군의회 건물 주 출입구에 걸려있는 시각장애인 용 유도·안내판의 경우 앞쪽에 화분을 두어 장애인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군청과 마찬가지로 복도 및 통로 측면에 연속으로 설치하게 되어 있는 손잡이는 물론 장애인 용 화장실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계단 코에 줄눈 넣기 또는 미끄럼방지제 마감은 첫 계단 한 칸에만 설치, 형식적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지적이다.

노인들과 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군 보건소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또 보건소 앞 주차장의 장애인 주차구역 표지판은 무슨 표시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낡고 녹슨채 방치되어 있다.
장애인용 화장실로 되어 있는 1층 화장실은 출입문 폭이 80cm 이상 되어야 하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70cm에 불과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화장실을 출입하기 어렵게 되어 있고, 소변기 앞에는 장애인 용 손잡이가 설치돼 있지만 벽면까지 57cm에 불과해 장애인들의 이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또 새로 건립된 한방건강증진 허브보건센터는 출입구에 점형블록은 물론 시각장애인 용 유도·안내문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 보건소 앞 장애인 주차구역 표시. 무슨 표시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낡고 녹슬었다.
◆편의시설 확충을 위한 인식전환 필요
이처럼 우리지역 공공기관이 장애인들의 접근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 편의시설 마련을 위한 획기적인 인식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진안군 장애인협회 유태옥 회장은 “군청의 경우 군수면담이나 각종 회의, 세미나가 열리는 2층 상황실과 3층 강당을 방문할 수도 없는 상황이며 군의회 또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방청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라며 “지난번에는 휠체어 탄 장애인이 군청을 방문하자, 4명의 직원들이 휠체어를 들어 2층까지 올라가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물론 계단을 오르기 힘들어하는 노인들까지 군청 방문을 꺼려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가장 큰 문제는 공직자들부터 장애인들에 대해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다”라며 “오는 2일 군수 면담을 통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비롯해 장애인들의 권익보호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사회복지협의회 실무위원회 김진 위원장도 “먼저 장애우들이 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얼마나 불편을 겪고 있는지, 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지도 감독하는 입장에서 이를 이행하고 있지 않는지, 또 예산 집행과정에서 편의시설 설치가 후순위로 밀려나 있는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편의시설 확충을 위한 군의 인식전환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관계자는 “현재 서울지역 두 곳에서 장애인 편의시설을 확충하지 못해 시설주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실적이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를 실행하고 있지 않다”며 “그만큼 사회복지관련 부서의 공직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장애인 화장실이 있다, 없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구조가 얼마나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용이하냐가 중요한데도 신축건물의 경우 도면에 장애인용 화장실을 설치하겠다고 그려만 놓아도 준공검사가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실행되면 편의증진에서 보장하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법으로 규정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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