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에 살어리랏다
진안에 살어리랏다
  • 진안신문 기자
  • 승인 2007.02.08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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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양희연 평생학습 요가강사

다른 지역에 다닐 일이 많은 필자가 사람들에게 ‘진안’에 산다고 하면, 어김없이 사람들은 묻는다. 진안? 아~ 마이산? 그리고는 몇 년전 기억을 되짚으며 애써 마이산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고향이 진안이냐, 직장 때문에 그곳에 사느냐를 묻는다. 아무런 연고 없이 요가 인연으로 살고 있다고 하면 반신반의해하는 눈치다. 띄엄띄엄, 잊어버릴 만하면 한번 씩 듣는 말인지라 들을 때마다 새롭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진안에 살고 있지?.

34년을 광주 토박이로 살아오던 필자가 광주를 떠나온 것도 개인적으로 보면 커다란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이곳 진안과 인연을 맺은 지도 어느덧 햇수로 4년째. 은행이나 가게에 갔을 때 아는 사람이라도 마주치면 ‘나도 이제는 진안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한번씩, 다른 지역의 친구나 선배들이 ‘아직도’ 진안에 사는지를 물어올 때면 슬그머니 생각이 끼어든다. ‘왜 진안에 살고 있지?’

일년 전의 일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부산에 일을 보던 중에 큰 녀석이 말한다. ‘엄마. 우리 부산에서 살면 안돼요?’. 다른 가족들이 있는 광주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은 한 적이 있지만 부산에서 살자는 말은 조금 쌩뚱맞다. ‘왜?’ ‘이곳은 너무 깨끗한 것 같아요. 밖을 보세요. 도로도 반듯하고, 차도 많고...’ 겉으로 보여지는 깨끗함 뒤에 있는 더러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희생되어져야 하는 다른 것들... 그것을 설명하는데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아이가 그것을 얼마만큼 받아들였을지는 나도 모른다. 그것은 내 영역을 벗어난 아이의 몫이리라. 어쨌든, 진안을 선택한 것은 필자의 의도가 아니다. 억만겹의 까르마로 지금 이곳에 내가 놓여있고 이렇게 행위하고 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이러한 현상에 놓여있는 것도, 그렇게 되어지는 것에 내가 쓰여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진안에 살겠다는 사람이 갑자기 늘어났다. 인구 3만도 안 되는 이곳에 사람들이 몰려온다니 반갑기는 하지만 상황을 들어보면 이거 영 아니다 싶다. 진안에 살겠다며 집을 구하는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이 공무원으로, 진안에 거주 여부로 인사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순히 진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차원을 넘어서 진안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승진에서 제외되었다고 하소연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본다. 비정규 계약직은 그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하던 일을 하려면 진안에 살아야 한단다. 삶터와 일터가 일치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테지만 이거 뭔가 좀 이상하다. 가족들은 살던 곳에 두고 혼자 진안에 들어온다. 집 한 채를 직장 동료와 얻어서 함께 산단다. 집이라는 집은 나오기가 바쁘게 다 나가고, 집 가격도 엄청나게 올랐다. 전세는 전무하고 매매와 월세뿐이란다. 그 가격도 시세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아무리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시장논리라지만 요즘 같아서는 살던 집에 조용히 사는 사람들이 무척 부럽다. 2년이 넘게 살아오던 집이 팔렸단다. 집을 비워주어야 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찾아도 집이 없다. 기꺼이 진안에서 살겠다고 들어왔건만 이런 상황에 놓이고 보니 떠날 때가 된건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로 거주의 자유가 있다. 필자처럼 다른 지역에서 진안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군수께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를 지키기 위해 인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하는데, 그런 방법으로 억지로 끌어들이는 것에 대해 지지만 나오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진안에서 살게 하고 싶다면 제반요건을 먼저 조성해야 하지 않을까. 집도 짓고, 학교도 개선하고, 식당과 찻집, 도서관 등 문화시설도 정비해서 살고 싶은 진안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물론 하루아침에 될 일도 아니고 그 역시도 사람이 있어야 되는 일이다보니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것처럼 미묘한 일이긴 하지만 지금 상황은 좀 복잡하다.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보기에는 서민들의 피해가 너무 크다.

당장 삶의 기반인 집 문제가 걸려있다 보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결코 개인적 넋두리가 아님을 이해해 주시기를... 우리 진안이 자연환경과 문화와 복지가 잘 어우러져 있어서,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환경들을 갖추고 있고, 아이들의 교육환경도 잘 조성되고, 또한 일자리까지 제공된다면 진안에 충분한 메리트가 주어지지 않을까. 살고 싶은 진안, 오고 싶은 진안이 되기를, 그리고 그런 진안으로 만들어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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