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늘진 곳을 돌아볼 때(4)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희귀병 환자

영희(가명·11)가 태어난 곳은 대전의 한 산부인과 병원이다. 영희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름도 생소한 악안면기형과 선천성 소이증(小耳症)이란 병명을 안고 태어났다.
악안면기형은 얼굴과 턱 부위를 포함하는 두 개의 부위를 말한다. 즉 얼굴 부위가 정상인과 다른 형태다.
구강과 이비인후과에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악안면기형은 사회생활에 대한 적응이 어려워 정신적인 문제로 전이되며 더 나아가면 자폐증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또 선천성 소이증은 태아가 자라면서 귀의 생성부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이 생겨 귀의 부위가 형성되지 않는 상태다.

이러한 2가지 병명을 갖고 태어난 영희와 영희 부모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냉혹했다.
산부인과 의사는 영희의 부모에게 태아의 얼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태아의 얼굴이 1/3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희 부모는 의사로부터 영희가 정상인처럼 완치되기는 힘들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치료받으면 정상인과 비교해 볼 때 70% 정도는 같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전해들었다.
하지만, 70%의 치료까지는 2억여 원의 비용이 필요했다. 영희의 부모는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였고 태어난 지 1주일 만에 한국에서 양육하기 힘들다는 의사의 조언을 얻어 고심 끝에 영희의 부모는 국외입양을 선택하게 된다.

이때 영희는 양재운 목사(운봉교회)를 만나게 됐다. 양 목사는 영희를 정상인으로 키워 친부모에게 돌려보내겠다는 조건을 달아 영희를 받아들였다.
집안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양재운 목사는 가족들을 설득해 영희를 양육하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양 목사는 전북대 성형외과 양경무 과장을 만나 “영희를 밝고 건강하게 키워주면 어떻게든 영희의 얼굴을 예쁘게 수술해 주겠다.”라고 다짐을 받았다. 그리고 2번의 수술로 영희는 관심 있게 바라보지 않는 이상은 악안면기형과 선천성 소이증을 확인할 수 없을 만큼 완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머리를 묶고 다니고 싶었어요. 지금까지는 귀를 가리기 위해 머리를 묶지 못하거든요.”
마지막이 될, 3번째 수술을 앞둔 영희의 소박한 소망이다.

◆남다른 시선, 큰 벽
이처럼 이름도 듣지 못했던 희귀병을 앓고 있는 주민은 우리 지역에서 3명이나 된다.
베제트병을 앓고 있는 2명의 주민과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1명 등 3명의 주민은 보건복지부에서 지원되는 의료비 지원 외에는 별다른 지원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영희처럼 희망적인 가능성조차 보지 못한 채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의료비 지원과 함께 사회적인 관심도 절실한 상황이다.
양재운 목사는 “영희와 같이 정상인으로 태어나지 못한 아이들은 집안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그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어 자폐증 증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라면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들어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양 목사는 이어 “영희도 양경무 과장을 만나면서 사회와 부딪치는 적응 연습을 시작하게 되었다.”라면서 “많은 희귀병 환자들이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다니며 주위의 시선에 대한 아픔을 견뎌 이겨내야 하는 만큼 이들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희에게 희망을 주실 분. 우체국 402057-02-176427 (예금주 양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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