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치는 농협운영 투명성

각 농협의 2006년도 사업결산이 모두 끝났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농협이 흑자를 기록했다. 일단 반가운 소식이지만 각 농협들의 결산자료를 정리하면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결산서에 빼곡히 들어찬 숫자들은 조금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이 어지럽고 눈동자가 뻐근해져 오는 것을 느낀다.

결산서 서두에 각 농협 조합장들의 인사말이나 간단한 요약을 통해 대충 내용은 알지만 신용사업부분은 어지간한 설명으로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해하기가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결산서에 대한 대의원들의 “이의 있습니다”라는 호기로운 목소리를 듣기란 쉽지 않다. 물론, 각 조합의 감사분들이 총회 전 감사작업을 통해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긴 했지만 더 많은 농민 조합원들을 위해 공식적인 결산서 이외에 좀 더 큰 글씨로 그 수치가 갖는 의미와 어려운 용어들까지도 쉽게 설명한 자료를 별도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나마 어려운 자료라도, 충분한 내용을 담아낸 농협이라면 조합원들은 언제든지 결산서를 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문제는 한 해 동안 조합의 운영을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없을 때 발생한다.
성수농협은 아예 결산보고서 자체를 제작하지 않았고, 진안농협은 지난 한 해 동안의 농협 운영을 A4용지 석 장으로 간단히 정리했다.
사업보고서를 비롯해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감사의견서 등 A4용지 12장으로 풀어놓은 부귀농협이나 사업보고서,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잉여금 처분계산서, 감사의견서, 2006년도 운영공개 등 19장 분량으로 정리한 백운농협과는 사뭇 다른 결산보고서다.
문제는 여기에 있지 않다.

부족한 결산보고서에 대해 추가로 요구한 자료요청마저도 거부한 것이다.
본사는 지난 27일에서 28일까지 진안농협을 비롯해 백운농협, 부귀농협, 성수농협에 대해 총 인건비와 이사, 감사 실비 등을 포함한 결산보고자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백운농협과 부귀농협을 제외한 진안농협, 성수농협은 인건비와 관련된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것과 “인건비가 알려질 경우 농민들로부터 좋지 않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공개를 거부한 이유다.

최근 농협 개혁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농협은 생산자 단체인 만큼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 최근 농협 개혁의 핵심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농협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걸림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농협 운영의 투명성이다. 그동안 농협은 방만한 조직운영으로 비효율성과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해온 만큼 이에 대해 과감한 개혁을 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또한, 조합은 부실하면서도 높은 연봉을 받는 등 극심한 도덕적 해이를 드러내는 사례들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부작용들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조합이 앞다퉈 운영의 투명성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의 운영을 감추려고만 하는 것이 우리 지역 조합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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