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읍 가림리 은천마을 ‘거북제’, 지역 노력으로 부활

▲ 은천마을 주민들이 돌거북상 앞에서 마을 안녕과 개인의 소망을 기원하고 있다. <사진 점필정 기자>
“마을 앞산에서 우리 마을로 불이 날아와 초가집으로 지은 집들이 한 곳도 남지 않고 전부 불이 났다고 들었지. 그 후로 마을 어르신들이 거북제를 올리며 소원을 빌었고….”
지난달 26일 진안읍 가림리 은천마을(이장 전병식·43)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모여 생명의 숲 거북제를 지내고 있었다.
제를 지내는 곳에서 이복례(85)·전태순(73) 할머니와 마을 주민들을 만나 마을의 남쪽 마령면 서촌 써래봉을 화산(火山)으로 믿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1919년 기미년. 마을에는 큰 화재로 당시 초가집은 남김없이 다 타 버리는 일이 발생 했다.

마을 주민들은 여러 번 발생하는 화재를 걱정했고, 이 마을을 지나가던 한 대사가 그 방법을 알려 주었다.
대사는 마을 한가운데에 우물을 파고, 수신(水神)으로 알려진 돌거북상을 만들어 놓으면 화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민들에게 비밀리에 알려준 것이다. 이후로 마을 주민들은 화재 발생을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마을 한가운데에 방화수 기능을 할 수 있는 우물을 파고, 자연석으로 다듬어 마을 숲 느티나무 옆 돌탑 위에 수호신으로 돌거북상을 세웠다.
수호신으로 자리를 잡은 돌거북상은 은천마을 주민들에 의해 매년 음력 1월 9일, 거북제라는 이름으로 마을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이날은 마을 주민들이 풍물을 치며 집집을 방문해 쌀을 거두어 소머리, 돼지머리, 떡, 팥죽 등을 장만한다.

◆마을 수호신 돌거북의 도난
마을 주민들의 수호신으로 자리를 잡은 돌거북상은 1988년 도난을 당한다.
전병식 이장은 “마을에서는 돌거북상을 도난당하고 이곳저곳을 수소문해 찾아다니곤 했다.”며 “그래서 돌거북상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찾아 확인도 해보았지만 돌거북상은 맞는데 저희가 찾는 돌거북상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돌거북상을 찾는 일은 포기해야만 했다. 그 후 마을 주민들은 돌거북상이 도난을 당하고 거북제를 지내지 못했다. 그러나 2005년 (사)생명의 숲 국민운동의 전통문화 숲 복원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마을 주민들은 돌거북상을 복원하기 위해 은천마을 주민과 마을운영위원회(은천새마을회)의 힘으로 부활됐다.

◆돌거북의 부활
돌거북상이 2005년 9월 18일 한가위에 부활하면서 작년과 올해도 어김없이 음력 1월 9일 거북제를 지냈다.
풍물패의 길놀이에 이어 마을 주민들은 돌거북이 위치한 곳에 모여 각자의 소원을 빌기도 하며, 마을 잔치로 이어졌다.
이날 만난 한 마을주민은 “자연석으로 만든 돌거북상은 말할 것도 없이 예쁘고, 목이 길게 뻗어 얼마나 좋았다고. 동네 아이들은 거북이 등에 타고 놀면서 자랐지. 지금 돌거북은 예전과 비교해 보면 예쁘지가 않아.”라며 옛 돌거북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진안읍 가림리 은천마을은 텃골, 위뜸, 아랫뜸으로 구분되며 약 200여 년 전에 원가림에서 이주해온 동천 최씨와 천안 전씨에 의해 집성촌을 이루었다. 올해는 약 70가구가 살고 있으며 200명의 마을 주민이 터를 잡고 있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