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진 경희대 객원교수/전북애향운동본부 이사

인구 50%, 100대 기업 본사 95%, 전국 20대 대학의 80%, 의료기관 51%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각해서, 지방은 버틸 힘을 잃고 위험해지고 있다. 한데 그렇게 위험한 지방 안에서 또다시 지역적인 차별과 소멸위험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군의 존립에 관한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통해 어떤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에 진안에서 치러질 7회 지방선거는 군수나 도의원의 선거열기가 수그러들자, 상대적으로 군의원 선거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그중 '가'선거구인 진안읍과 백·마·성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때마다 선거를 보는 관점은 다양하겠지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 소선거구제와 중선거구제의 장단점을 가려보는 일 일게다. 다시 말해, 2회와 3회 때처럼 읍·면 별로 1명씩 뽑던 때와, 4·5·6회 때처럼 '가'와 '나' 선거구에서 3명씩 뽑는 것의 장단점을 살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비교를 해볼 때, '나' 선거구의 경우는 문제가 적다. 진안읍을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 선거구는 진안읍과 백운·마령·성수면의 출신지에 따른 지역구도가 형성 될 수 있다. 따라서 지역 민의를 대변해야 하는 기초의원이 편중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를 살펴 볼 의미가 있는 것이다.

* 중선거구제 때의 결과
그래서 우선 4회 때를 보면, 진안읍 출신의 김정흠 후보와 이한기 후보가 당선되고, 마령면 출신의 송정엽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2명의 후보가 읍에서 당선되었다. 그리고 5회 때는 진안읍 출신 3명이 면 지역 출신인 백·마·성 후보들을 누르고 싹쓸이 당선되었다. 백·마·성에서 출마한 모든 후보들이 출신지역에서 득표율 50%를 넘지 못한 결과였다. 반면 진안읍 유권자들의 표는 20%정도만 이탈되었을 뿐, 대부분은 진안읍 출신 후보들을 지지했다. 이로 인해 김현철, 이한기, 구동수 후보에게 표가 집중되면서 읍 출신의원들의 잔치가 됐다. 결국 비례대표 의원까지 포함하면 7명의 의원 가운데 '나' 선거구를 뺀, 4명의 의원이 진안읍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6회 때의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진안읍 출신인 이한기, 김남기, 배성기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리고 비례대표까지 다시 4개의 의석을 진안읍이 독식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결국 중선거구가 실시된 4·5·6회 지방선거의 결과는 진안읍 출신들이 독차지 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 진안읍으로의 쏠림도 경계해야
그도 그럴 것이 지난 6회 지방선거 당시 '가' 선거구를 보면, 진안읍의 유권자는 9천명이 넘는다. 하지만 백·마·성 3개 면을 합쳐봐야 5,371명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면 지역 후보들이 출신 지역에서 50%의 득표율도 넘지 못하니, 당연히 읍 출신 의원들이 당선을 쓸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되면 어찌될까? 이야기를 다시 처음으로 돌려보자. 우리나라 전체 지자체 226곳 중 소멸 위험 지역은 85곳에 이른다, 이대로라면 30년 내에 전국 84개 군(郡) 중에서 69개의 군이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또 3,482개 읍·면·동 중에서 1,383개가 소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진안군도 지방소멸지수 40.3%로, 지방소멸순위 23위에 처해 있다.
이처럼 많은 지방이 위험에 빠지면 수도권은 어떻게 될까? 지방이 없는 수도권이 존재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 이다. 그렇지만 이는 지방도 마찬가지다. 면단위의 경제나 문화가 사라지면 읍만 홀로 존재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면단위의 인구와 경제, 문화와 환경을 지켜줘야 한다. 또 그러한 가치들을 지켜주기 위하여 지방자치제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한데 지금 진안의 기초의원 선거구제에서는 그런 구도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진안읍을 따로 떼어내 3개 권역으로 나눠서라도 지역출신 의원들을 배출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지역의 인구와 가치, 이익들을 지킬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진안군을 존립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수도권으로의 쏠림만 경계할 일이 아니라, 읍으로 쏠리고 있는 지역의 현안도 걱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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