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퍼진 천사들의 노랫소리
곳곳에서 펼친 길거리 공연, 파울로 성당 공연 큰 호응

▲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호텔로비에서, 복원한 폼페이 소극장에서, 트레비분수에서, 스페인광장에서 벌인 길거리 공연은 사전에 기획되지 않은 프로그램이었지만 현지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처음 해 본 길거리 공연도 재미있었고요. 외국의 새로운 문화를 접해서 많이 배우고 여러 가지에 도움이 되었어요.”
강하림(용담중1)양의 표정엔 생전 처음 해본 국외 여행의 긴장과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진안송풍초등학교(교장 이기권) 소리사랑중창단이 국외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귀국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일까지, 5박7일 동안 피아니스트 한 명을 포함한 학생 15명과 지도교사인 용담중 박영근(음악) 교사, 송풍초 윤일호 교사, 학부모 등 모두 19명이 한팀이 돼 멀리 이탈리아까지 날아가 우리 아이들의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전하고 왔다.
봄방학을 이용해 진행한 이번 국외 공연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준비됐다. 박 교사와 인연이 있는 후배의 도움으로 로마한인회의 초청을 받았고 그 결과물이 봄바람과 함께 열매를 맺은 것이다.

파울로 성당의 울림, 아직도 귓가에
로마중심가에 있는 파울로 성당이 이번 소리사랑중창단의 이탈리아 공식 무대였다. 40여 명의 청중을 앞에 놓고 벌인 공연이 마냥 쉬웠던 것은 아니다. 시차적응으로 아이들은 힘들어 했고, 감기에 걸린 단원도 속출했다. 하지만,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무대에서 강한 아이들은 이미 프로였다.
“신기했어요. 그렇게 컸는데 마이크가 없어도 소리가 잘 울렸거든요. 관객들도 손뼉 많이 쳐 주었고요.”
승한이는 아직도 성당의 울림이 귀에 맴도는 모양이다. 파울로 성당으로 공식 무대가 끝났다면 조금 아쉬움이 남았을 수도 있다.

공연여행 기간 중 즉석에서 잡힌 일정이 이탈리아 초등학교 무대였다. 박 교사 후배 도움으로 한 현지 초등학교에 초청을 받게 되었고 그곳에서 멋진 공연을 해냈다.
“역시 아이들이라 그런지 말도 통하지 않는 또래들과 금방 친해지더라고요. 현지 학교 측에서도 중창단이 나서 답가를 부르기도 했고요. 손짓 발짓하며 떠드는 아이들을 보니까 그 순수함과 맑음이 다시 한 번 보이더라고요.”
박 교사의 얼굴엔 흐뭇함이 피어난다. 생각지 않았던 현지 초등학교에서의 무대는 이번 공연여행에서 아이들 가슴에 소중한 추억 한 자락을 선사했다.

계획하지 않은 길거리 공연
“길거리 공연을 한다고 그랬을 때 많이 떨렸는데 자꾸 하다 보니까 재미있었어요. 지나가는 외국인들도 손뼉을 많이 쳐 주었고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호텔로비에서, 복원한 폼페이 소극장에서, 트레비분수에서, 스페인광장에서 벌인 길거리 공연은 사전에 기획되지 않은 프로그램이었다.
“베네치아 큰 광장에 있는데 사람들이 참 많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무심하던 관광객들도 하나 둘 관심을 보였고 사이에 섞여 있던 우리나라 분들은 더 크게 손뼉을 치며 좋아했죠. 아이들에겐 아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겁니다.”
박영근 교사의 이 같은 기획은 의도대로 잘 맞아떨어졌다. 나중에 혹시 이탈리아를 여행할는지 모르겠지만 그곳에서의 길거리공연은 다시 하기 어려운 소중한 경험일 것이다.
승한(용담중1)이나 유미(용담중1), 윤혜(송풍초4), 선경(송풍초4)이도 모두 길거리 공연을 벌이며 받은 강한 인상을 얘기한다.

리허설을 겸한 호텔 로비에서의 공연에선 사람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도 추는 흥겨운 경험을 했다. 나폴리에서는 아예 이탈리아 민요 산타루치아를 멋지게 불러 현지인과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자신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산타루치아를 귀로 들으며 눈으로는 나폴리 해안과 산타루치아 거리를 확인한 아이들에게 어떤 감동이 밀려왔을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마지막 날에는 여세를 몰아 한복을 차려입고 트레비분수 앞과 스페인광장에서 멋진 길거리 공연을 펼치며 뜨거운 관심을 그러모았다.

공연이 남긴 것들
“아이들이 외국인들 앞에서 노래를 하면서도 떨지 않고 자신감 있게 잘하더라고요. 지금 당장은 무엇이 좋은지 모르겠지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겁니다. 우리나라를 알리는 계기도 되었고요.”
아이들과 함께 이탈리아에 다녀온 윤일호 교사는 외국에서 본 제자들의 모습에 감동한 모양이다. 당당하고 늠름했던 아이들에게 이번 이탈리아공연 경험은 앞으로 성장하는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타까움도 있다. 공연을 다녀온 후 6학년 아이들 6명이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중창단을 떠났다.

지난해 구성한 중창단이 ‘정말 최고였다.’라는 평가를 망설임 없이 내리는 박영근 교사가 아쉬워하는 것도 이해할만하다. 게다가 갈수록 학생 수는 줄어드니 헤쳐나가야 할 어려움이 만만찮다. 그래도 3학년과 4학년이 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새 단원을 뽑아 중창단을 끌어가겠다는 박 교사의 말에서 ‘음악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아이들 앞에 펼쳐 놓겠다.’라는 강한 고집을 느낄 수 있었다.
끝으로 박 교사는 이기권 교장과 송영선 군수, 나화정 교육장, 예수병원, 진안읍교회 등 이번 이탈리아 공연을 떠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지역 주민과 기관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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