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옥 진안군농업기술센터

얼마 전 동네 사람들과 동유럽을 다녀왔다. 풍성한 초원을 한가로이 노니는 소들의 모습과 유럽풍 특유의 뾰족한 집들이 이국적으로 다가왔다. 광활한 대지위에 펼쳐진 밀밭과 노란 물결을 이루는 민들레·유채 꽃이 시야마저 사로잡았다. 이어지는 이색적인 풍경들이 창밖으로 눈을 계속 돌리게 하여 봄꽃 구경 못하고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썰물처럼 밀려왔다. 꽃을 좋아하셨던 어머니가 봄에 여행가자고 한 그 날만 기다렸는데 겨울에 돌아가신 것이다. 여행하는 내내 꽃이 보일 때마다 어머니와 같이 구경하지 못한 미안함이 가득 가득 찼다. 어머니와 손잡고 저 푸른 꽃 들판을 걸어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복받쳐 올랐다. 아팠다가도 자식이 온다면 벌떡 일어나셔서 태연해 하신 어머니였던 만큼 죄송한 마음으로 가슴이 먹먹했다.
보고 싶은 어머니 생각이 버스 안에서 계속 젖다 보니 불연 듯 이성우 효행시인의 글귀 한 구절이 생각났다.

『생각만 해도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저미어 오는 그 이름, 내가 만난 여인 중에 가장 존귀한 여인』
이런 싯귀가 우리의 엄마·어머니의 본성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연녹색으로 짙어가는 봄의 5월이 되면 가장 많이 생각나는 게 엄마·어머니다.
생각만 해도 미소 지어지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엄마요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어릴 때는'엄마'라 부르고 성인이 되면 '어머니'라 부른다. 불러도 불러도 지루하지 않고 보고 또 봐도 보고 싶은 마냥 좋기만 한 사람이 엄마·어머니인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말을 배우며 처음으로 하는 말도 엄마이다.
왜 엄마를 먼저 부르고 찾을까?
아마도 열 달 동안 사랑의 싹으로 46개 염색체와 60조 이상의 세포를 만들어서 한 생명으로 탄생시켰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생각된다.
뱃속에 있는 동안 엄마라는 존엄성을 본능적으로 느끼며 공감(共感)의 맛을 보았고, 태어나면서 처음 살 냄새도 맡은 것이다.
눈을 맞추며 세상 밖으로 내보낸 '엄마'는 나를 가장 편안하게 해주고 보호해줄 현모(賢母)로 인지하는 여지도 있었다.
아주 티 없이 깨끗하고 무한한 사랑으로 모든 것을 내어주며 언제든지 품어주는 모성애(母性愛) 삶도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엄마·어머니를 다감하게 부르며 그리워하는 것이다. 그런 어머니를 우리들은 살면서 힘들고 고달픈 일이 생기면 탓으로 돌리는 일이 허다하다. 고귀한 어머니를 일장춘몽(一場春夢) 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어떤 때는 깊은 사랑을 모른 채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일도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 어머니들은 속으로 삭히며 기다려 주셨다.
한없는 사랑을 품고서 말이다.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일인가!
어머니가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을 받은 것이다.  누구나 느닷없이 하늘에서 다리 밑에서 생겨 난 것은 아니다.

사랑이 많은 부모님의 분신으로 세상에 있는 것이다. 그런 진리를 우리들은 잊어서는 안 된다.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알지 못하면 나의 삶도 만족하거나 행복할 수 없다.
가정의 달 5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어머니에게서 배운 '사랑'과'정(情)을 가슴에 담아내며 감사의 생활로 돌아보자!
우리 모두 '엄마·어머니'를 가장 존귀한 사람으로 여기며 다시 한번 "엄마·어머니"를 불러보면서 진정한 사랑의 꽃을 피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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