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면 반용마을 출향인들, 첫 모임 갖던 날
파릇파릇했던 10대의 소녀들은 환갑을 넘긴 노인(?)들로 변했고, 가족관계에서부터 살던 곳, 친구들의 이름까지 대고서야 서로를 알아보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반갑다 친구야!"
"옛날 모습이 있네."
"그나저나 우리 몇 년 만에 보는 거냐?"
그리운 고향, 보고 싶은 얼굴들이 그렇게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19일, 성수면 반용마을 주민들과 고향을 떠났던 출향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반용마을 주민들과 출향인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 있는 일. 그만큼 이날 모임은 특별했다.
이 특별한 모임을 준비한 것은 서울에서 영광섬유를 운영하는 최병권 대표.
최 대표는 "고향을 떠난 지 55년이 됐다"라며 이제 제 나이도 72세. 더 정신이 흐려지기 전에 어르신, 친구, 후배들을 모시고 한 자리에 모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용마을은 참 어렵게 살았다. 산만 있고 먹을 것이 없는 그런 마을이었다"라며 "힘든 시절 함께 한 선배, 후배, 그리고 친구들.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어 더 없이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마을주민들도 행사를 준비 한 최병권 대표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마을 주민 조경주씨는 "1년에 한 두 번씩 고향을 방문해 어르신들에게 선물도 주고, 용돈도 주는 등 최병권 대표의 고향 사랑은 남달랐다"라며 "3, 4년 전부터 반용마을에서 태어나 밖으로 나간 사람들과 함께 모여 밥 한 번 먹자고 제안해 작년 가을부터 추진해 오늘 100여 명이 모이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올해 63세.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또 초등학교 졸업 후 처음 만나는 친구도 있었다"라며 "40, 50년 동안 못 만난 사람을 만날 수 있게 해 준 최 대표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라고 밝혔다.
반용명산 휴게실을 가득 채운 마을주민들과 출향인들.
모처럼 화창한 날씨 속에 해가 저물어가는 줄도 모르고 고향 이야기, 친구 이야기로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