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복지환경 열악한 안천, 장승, 정천이 연합해

▲ 지난 23일 안천, 장승, 정천지역 마을교육공동체가 함께 체험학습 여행을 떠났다.
"오늘 재미있고 신났었어요."
"보물찾기가 재미있었어요. 동물들 보는 것도 좋았어요."
"밥도 맛있었고, 아쿠아리움도 재미있었어요."
"아쿠아리움 옥상에 있던 동물들이 불쌍했어요."

계획했던 일정이 끝나고 진안으로 향하던 차안에서 연합 체험기행을 마친 아이들의 이야기들이다. 마냥 즐겁고 좋았던 순간만 얘기하는 저학년 학생이 있는가 하면, 동물복지에 관해 생각한 6학년도 있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오늘 즐거웠어요?"라는 박수진 간사의 물음에 버스에 타고 있던 아이들은 한 목소리로 크게 "네~"를 외쳤다.

코리안 타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 원래 계획했던 8시50분 출발은 30분가량 지연됐고, 대전 보문산공원에 위치한 대전아쿠아리움 가는 길은 휴일을 맞아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아 차가 제대로 오르지 못했다. 낯선 사람들 속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느라 왠지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시작했던 체험기행이 아이들의 시원한 대답으로 다 갈음했다.

◆함께 하는 것이 네트워크
지난 23일 오전 9시경 진안군청소년수련관 앞이 시끌벅적했다. 진안교육복지네트워크라고 적힌 관광버스 한 대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늦게 온 아이들이 차에 모두 오르자 부모님들의 배웅을 뒤로 하고 버스는 대전으로 향했다.
진안교육복지네트워크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마을교육공동체 연합 체험기행 모놀(Mo-Nol:모여서 놀자)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다들 쉬고 싶어 하는 휴일에 세 지역의 초등생들과 함께 진안지역을 벗어난다는 것은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진안군교육복지네트워크 사무국의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린 유아를 떼어놓고 나온 박수진 간사, 가족들이 함께 했지만 가족은 뒷전이었던 육성룡 사무국장, 게다가 안천면 인솔교사는 학부형이 온 게 아니라 바쁜 농사철에 부모들을 대신해 안천초 김영배 교감이 따라나섰다.

▲ 대전 아쿠아리움에서 파충류만지기 체험을 하고 있는 아이들.
◆면지역 교육사각지대가 함께
그렇다면 어떻게 세 지역이 함께 하게 됐을까?
진안교육복지네트워크를 담당하고 있는 진안 YMCA 박수진 간사는 "농번기를 맞아 휴일에 일하는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기는커녕 아이들만 집에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라며, "현재 진안교육복지 환경이 읍중심이기에 휴일에 마땅히 뭔가 하기가 어려운 형편이고 뭔가 하려고 해도 인원이 적어 할 수 없는 일들을 모여서 함께 하는 장을 만들어주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합 체험기행은 기본적으로 학교 외에는 다른 교육관련시설이 없는 안천면, 진안에서 두 번째로 인구 많은 부귀지역이지만 면 소재와는 다른 부귀 장승초, 지역아동센터는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정천면이 함께 하는 체험기행이다. 세 지역 모두 장소의 문제, 재원의 문제, 자원의 문제를 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진안교육복지네트워크 사무국인 진안YMCA에서는 수시로 지역의 교육공동체를 어떻게 이끌어가면 좋을까, 어떤 프로그램이 있어야 아이들에게 유익할까 하는 고민을 나눈다. 그러던 중 사무국에서 연합활동을 제안했다. 진안교육복지네트워크가 10년을 이어오고 있지만 여러 지역이 뭉쳐서 함께 했던 적은 교사연수 외에는 없었다. 아이들을 어떤 프로그램으로 놀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지역적으로 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보니 연합으로 무언가 함께 하면 비용도 절감되고 좋지 않겠나 하는 것에 동의하고 모여서 놀아볼 계획을 시도하게 된 것.

▲ 대전 아쿠아리움 수족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아이들.
◆다양한 경험 쌓는 기회 마련
연합체험에 참여했던 학부형들도 이구동성으로 좋은 기회였음을 말했다.
장승초 학부형은 "어른과 아이 모두 재미있었고 의미 있는 자리였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고맙다"며 "자리가 많았으면 더 많은 참여가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천교육공동체를 담당하는 안천면 김윤정 평생교육사는 "학부모님들이 일로 인해 동행하기가 어려웠는데 안천초 교감선생님께서 자원을 하셨다"고 전했다.

정천면 조림초 학부형은 "농사일도 뒤로 하고 인솔자로 나섰지만 아이들이 정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기뻤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나들이가 마련돼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열성적인 학부모가 있고, 신청서를 배부한 학교가 있고, 부모를 대신해 기꺼이 휴일을 반납한 YMCA 직원들과 교감선생님까지 진안의 교육과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로 인해 진안의 아이들의 자리가 넓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모여서 함께 노는 모놀은 계속 시도될 것이다. 현재 캠프, 진안역사탐방, 청소년수련관을 기점으로 함께 하는 공예프로그램, 독서프로그램, 요리프로그램, 인근의 예술촌 둘러보기, 전시회 찾아가기 등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의견을 수렴해 함께 하는 기회를 더 마련할 것이다."

농산촌 중에서도 면단위는 이렇다 할 교육시설도 없고, 있다 해도 주말에는 갈 곳 없기는 마찬가지인 것이 우리 진안 아동청소년의 현실. 진안 전체 인구는 줄어들고 노인인구는 많아지고, 새 생명의 탄생은 줄어들고 있다. 과소화와 지방소멸을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현재에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고민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 뿌리공원 잔디밭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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